[박성은의 SWOT] 롯데쇼핑, 반등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박성은의 SWOT] 롯데쇼핑, 반등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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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6위 롯데그룹 근간 '유통 강자'…김상현 체제 실적 개선 '미소'
한국의 아마존 꿈꾼 '롯데온' 존재감 낮고 뒤늦은 '오카도' 물류 추진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부와 김상현 부회장 대표이사 [제공=롯데쇼핑]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부와 김상현 부회장 대표이사 [제공=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전통의 유통 명가(名家), 유통 공룡으로 꼽힌다. 지금은 화학군이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맡고 있으나 롯데가 ‘유통대기업’ 이미지가 여전히 큰 건 국내 유통사(史)에서 롯데쇼핑이 차지하는 위상 덕분이다. 

백화점, 마트를 중심으로 성장한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채널의 급부상으로 한동안 침체를 겪었으나 김상현 부회장 체제 2년차인 작년에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온라인 핵심 롯데온의 만성적자와 낮은 존재감은 풀지 못한 숙제다. 또 최근 최첨단 물류 솔루션 도입으로 쿠팡 등 이커머스 위협에 맞서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뒤늦은 감이 있다. 

◇강점: 전통의 유통 명가…작년 실적 반등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 ‘유통 1번지’를 지향하는 롯데쇼핑은 유통으로 성장한 재계 6위(공정거래위원회 2023년 기준) 롯데그룹의 근간이다. 전통의 유통 강자로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슈퍼, 롯데온,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채널 전반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요 근래 쿠팡,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부상과 함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통시장 전반으로 온라인 채널이 득세하다보니 오프라인 중심의 롯데쇼핑도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하면서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조금씩 되찾는 모습이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4조5559억원으로 전년보다 5.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1.6% 급증한 5084억원을 올리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1797억원의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 한 점은 고무적이다. 당기순이익 흑자는 7년 만이다. 

핵심인 백화점은 본점·잠실점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찍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야심차게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을 올리며 안착했다.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0% 올랐고 롯데슈퍼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내실 성장’을 이뤄냈다.  

롯데쇼핑 수장은 김상현 부회장이다. 실적 침체로 어려움이 컸던 2022년 2월부터 롯데쇼핑을 이끌면서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은 지 경영 2년 만의 약속을 지켰다. 김 부회장 취임 직전인 2021년 롯데쇼핑은 27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순손실 금액은 이보다 더 많은 3187억원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김 부회장 경영능력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더욱이 김 부회장은 그룹이 순혈주의를 깨고 처음으로 외부 영입한 CEO(최고경영자)였다. 그는 이번에 ‘확실한 반등’으로 대내외에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신뢰를 높였다.
 
◇약점: 시작은 창대했던 롯데온, 적자 5000억 육박
실적 반등에 성공한 롯데쇼핑이지만 ‘아픈 손가락’은 있다. 이커머스 ‘롯데온’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 첫 선을 보였다. 롯데쇼핑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한 롯데온을 공개하면서 롯데만의 O4O(Online for Offline,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를 선보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 롯데멤버스가 보유한 3900만명의 빅데이터에 롯데 간판을 단 전국 1만5000여개의 오프라인 데이터까지 갖춘 자신감이 무기였다. 2023년까지 연매출 20조원 달성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유통 명가 롯데가 가졌던 자부심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자신감과 계획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4년여가 다 된 지금 롯데온의 자신감과 현실은 사뭇 다르다. 출범 첫 해 매출은 1350억원, 지난해에는 1351억원으로 성장이 없다. ‘2023년 연매출 20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던 롯데온이다. 코로나 3년 여간 비대면이 대세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온라인 유통업체 연간 매출 증감률(2019~2023년)을 보면 △2019년 14.2% △2020년 18.4% △2021년 15.7% △2022년 9.5% △2023년 9.0%로 성장을 거듭했다. 쿠팡을 비롯한 대형 이커머스들은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롯데온은 어찌된 일인지 그 기회에서 비껴갔다. 롯데온의 시장점유율은 공정거래위원회(2022년 기준) 조사에서 4.9%다. 쿠팡(24%), 네이버(23%)와 비교해 격차가 크다. 맞수 신세계(SSG닷컴·G마켓 합산 11.5%)에도 많이 뒤진 수치다. 작년에 빅모델 ‘이효리’를 얼굴로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만성적자’ 역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는 약 5000억원에 육박한다. 운영 4년 여간 두 번의 수장 교체가 있었다. 지난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세 번째 수장으로 사모펀드(PEF) 출신의 박익진 대표가 롯데온을 이끌게 됐다. 사모펀드 특성상 경영 효율성,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박 대표가 롯데온의 적자 폭을 더욱 줄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 ‘수단’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비용절감과 같은 허리띠 졸라매기가 유력한 상황이다.  

◇기회: '그랑 그로서리' 먹거리, 특화 공간 '승부수'
롯데온의 현재를 볼 때 롯데쇼핑의 온라인 승부수는 일단 실패다. 롯데쇼핑은 다시 ‘업의 본질’인 오프라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김상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CEO IR DAY’에서 밝힌 6대 전략 중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와 맞닿은 부분이다. 오프라인 강점을 십분 활용해 고객 체험을 극대화하고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신규 매장을 선보이는 게 골자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상권에 활기가 돌고 새로운 경험을 쫓는 핵심 소비자인 MZ세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먹거리 콘텐츠에 특화해 리뉴얼 오픈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사진=박성은 기자]
먹거리 콘텐츠에 특화해 리뉴얼 오픈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해 말 리뉴얼 오픈한 ‘롯데마트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은평점’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먹거리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실제 은평점 공간의 90%는 먹거리로 채워졌다.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유통시장에서 마트가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방증이다. 이 매장 핵심은 입구부터 펼쳐진 직선길이 총 44m의 ‘롱 델리 로드’다. 베이커리, 즉석조리식품, 신선 먹거리, 가정간편식(HMR) 등 마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먹거리의 최대한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뉴얼 이후 6주간 방문고객은 이전보다 15% 늘고 매출은 10% 늘었다. 앞서 작년 9월에 재단장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도 그로서리 중심의 원스톱 쇼핑 공간과 와인을 비롯한 주류 특화 매장 ‘보틀벙커’, 키즈 특화 공간 ‘토이저러스’ 등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롯데쇼핑은 또 롯데백화점을 앞세워 전 세계 9개국에 진출한 명품 카페 브랜드 ‘바샤 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을 단독 확보하고 올 7월 서울 청담동에 첫 매장을 낸다. 바샤 커피 출점을 위해 1년 6개월 동안 꾸준히 ‘러브콜’을 해왔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바샤커피로 다양한 채널에 매장을 추가 오픈하고 이커머스, B2B(기업 간 거래) 시장 등도 공략할 계획이다. 바샤 커피 또한 경험을 중시한 콘텐츠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위협: '로켓배송'에 주도권 뺏긴 유통공룡
언뜻 보면 롯데쇼핑은 작년에 실적 반등으로, 또 맞수인 신세계는 그렇지 못하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주력인 백화점과 마트를 보면 유통 1번지에 걸맞은 ‘월등한’ 수준은 아니다. 백화점에선 맞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작년에 국내 단일 점포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은 출점 2년 6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국내 백화점 1조 달성 최단 기록을 세웠다. 또 롯데마트는 여전히 이마트, 홈플러스에 이어 업계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유통업계 전반으로 ‘롯데’의 상징성이 이전만큼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로켓배송’을 장착한 쿠팡은 지난해 연매출 3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롯데쇼핑의 두 배가 넘는다. 수익성에서도 쿠팡은 작년 1~3분기 누계 44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처음으로 흑자경영을 하게 됐다. 4분기 역시 ‘플러스 이익’이 유력한 만큼 수익성 면에서 롯데쇼핑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올해 로켓배송 10주년을 맞는다. 최근 10년간 쿠팡의 성장과 ‘유통 공룡’ 롯데쇼핑의 부진은 국내 유통시장 주도권이 어떻게 넘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 오카도 플랫폼이 적용될 첫번째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기공식에서 (왼쪽부터)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박형준 부산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팀 슈타이너 오카도 CEO,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쇼핑]
지난해 12월 부산에 오카도 플랫폼이 적용될 첫번째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기공식에서 (왼쪽부터)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박형준 부산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팀 슈타이너 오카도 CEO,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은 뒤늦게 ‘온라인 그로서리 1번지’ 도약을 위해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6개 시·도에 최첨단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지어 먹거리에 특화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앞서 2022년 11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체결의 일환이다. 작년 말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린 CFC 기공식에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참석할 만큼 그룹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부산 CFC는 오카도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롯데쇼핑의 첫 물류센터다. 연면적 약 1만2500평 규모로 2000여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2030년까지 전국 6곳의 CFC를 순차적으로 조성해 고객들의 온라인 장보기 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주요 이커머스 역시 신선식품을 비롯한 온라인 식료품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로켓배송, 새벽배송에 이미 길들여졌다. 롯데쇼핑의 이 같은 투자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나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늦게 대응한 건 아니냐는 ‘물음표’가 함께 나온다. 부산 CFC는 빨라야 2025년 말, 2026년 초부터 가동된다.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경쟁사들은 먹거리 콘텐츠, 물류센터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롯데쇼핑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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