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만 5000여억' 롯데온…유통 문외한, 심폐소생 가능할까
'적자만 5000여억' 롯데온…유통 문외한, 심폐소생 가능할까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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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년차, 내리 손실 '눈덩이'…롯데쇼핑 '아픈 손가락'
점유율 5%…대표 2명 거쳐갔지만 답보, '유통 1번지' 무색
이커머스 전문가마저 '백기'…사모펀드 출신 CEO '물음표'
박익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 부사장. [사진=롯데그룹]
박익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 부사장. [사진=롯데그룹]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롯데온은 롯데쇼핑이 누차 강조한 ‘유통 1번지’라는 비전과 유통 명가라는 명성과 달리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온 수장이 또 다시 교체됐다. 만 4년도 안 돼 대표 2명이 짐을 싼 롯데온이다. 롯데그룹은 신임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롯데온이 수익 중심 경영을 추진하면서 적자 축소는 물론 이익 창출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유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신임 대표를 두고 수익성 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마냥 허리띠만 졸라매는 건 아닌지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롯데그룹의 핵심 축인 롯데쇼핑이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2020년 4월 공식 출범시킨 이커머스 사업회사다.

롯데온은 출범 당시 ‘롯데멤버스가 보유한 3900만명의 빅데이터와 전국 1만5000여개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롯데만의 O4O(Online for Offline)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통합 데이터를 기반으로 롯데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2023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이커머스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2023년도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이 같은 롯데온의 자신감은 공염불이 돼 버렸다. 업계 1위는 고사하고 업계 추산 시장점유율 5%가량으로 쿠팡(25%)·네이버(23%)에 크게 뒤쳐졌다. 유통 맞수 신세계(SSG닷컴+G마켓, 12%)와 비교해도 절반을 밑돈다.

롯데온 매출을 살펴보면, △2020년 1350억원 △2021년 1080억원 △2022년 1131억원 △2023년 1351억원(잠정) 등으로 집계됐다. 롯데온은 작년 매출과 관련해 “버티컬 몰 거래액이 증가세”라고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하지만 정확히 보면 롯데온의 전신인 롯데닷컴의 거래액을 합친 롯데온 출범 첫 해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운영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롯데온은 지난해 그로서리 물류비, IT(정보기술) 운영비, 판관비 등의 효율화 노력으로 영업적자를 축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롯데온은 △2020년 950억원 △2021년 1560억원 △2022년 1559억원 △2023년 856억원 등 4년간 4925억원의 적자로 무려 5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다.

2023년 연간 기준 롯데쇼핑 사업부문별 실적 구성비. [이미지=롯데쇼핑 IR자료]
2023년 연간 기준 롯데쇼핑 사업부문별 실적 구성비. [이미지=롯데쇼핑 IR자료]

롯데는 그간 조영제·나영호 전 대표 등 이커머스 전문가를 롯데온 대표 자리에 앉히며 반등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조영제 전 대표는 롯데온 출범 약 1년 만에 물러났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나영호 전 대표 역시 약 2년 반 만에 떠났다.

롯데그룹은 롯데온의 세 번째 수장으로 사모펀드 출신의 박익진 대표를 선임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맥킨지·현대카드·현대캐피탈·ING생명·MBK·어피니티 등을 거쳐 지난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에 합류했다. 유통업계 경력은 전무하다. 실제 박 대표는 과거 링크드인에서 “사모펀드 전문가로 금융, 통신, 전자 산업에서 마케팅, 상품개발, 전략 기획을 경험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표 체제의 롯데온이 향후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기업의 몸집을 줄여 경영하는 효율성을 추구한다”며 “(롯데온) 신임 대표 역할은 경영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롯데온의) 구조조정이 전망된다”며 “롯데쇼핑은 2015년부터 옴니채널을 먼저 시작했지만 이커머스라는 큰 전쟁에서 패배했다. (점유율) 한 자릿수로 버티거나 클 능력이 없다. 버전 2.0, 3.0이 나오고 있는데 뒤늦게 한다고 소용이 있을까. 롯데쇼핑은 해외와 오프라인 전문으로 선회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롯데온이 마케팅·전략 등의 업무를 맡아왔던 박익진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고객 경험 강화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박익진 대표는 개인화 서비스가 고도화돼 고객 경험이 중요한 카드업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마케팅 전문가”라며 “롯데온은 향후 이커머스 개인화와 고객경험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강화하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임 대표가 부임한 지 아직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전략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6분기 연속 적자 폭을 축소했는데 앞으로도 수익 개선에 집중하는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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