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앞세운 롯데온 나영호 대표, 재신임 '물음표'
'이효리' 앞세운 롯데온 나영호 대표, 재신임 '물음표'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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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전문가로 영입, 경영 3년차…온라인조직 통합
5% 안팎 낮은 점유율 지속…멤버십·굿즈 마케팅 '총력'
롯데온 화면과 나영호 대표.[사진=롯데쇼핑, 그래픽=장유리 기자]
롯데온 화면과 나영호 대표.[사진=롯데쇼핑, 그래픽=장유리 기자]

신세계그룹의 파격 인사에 롯데그룹 역시 대대적인 인적쇄신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론칭 4년차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존재감이 부족한 롯데온(ON)의 나영호 대표(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 재신임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나영호 대표는 2021년 4월 롯데온 초대 대표인 조영제 대표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신동빈 회장이 구원투수로 선임한 이커머스 전문가다.

나 대표는 부임 당시 백화점 부문장에게만 적용되던 부사장 직급을 부여받으며 그룹의 롯데온 육성 의지를 확인시킨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그룹은 ‘지금까지와 다른 롯데온을 선보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 대표는 우선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백화점·마트 등으로 파편화돼 있던 이커머스 조직인력을 롯데온으로 집결·통합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그로서리(식료품)·럭셔리·패션·뷰티·리빙 등 핵심 카테고리별로 특화된 버티컬(전문관) 사업을 추진·강화했다. 지난해 4월 ‘온앤더뷰티’를 시작으로 ‘온앤더럭셔리(2022년 9월)’, ‘온앤더패션(2022년 11월)’, ‘온앤더키즈(2023년 4월)’를 순차 론칭했다. 나 대표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전담부서인 ‘버티컬마케팅팀’을 신설했다.

하지만 흑자를 내는 데는 여전히 부족한 모양새다. 롯데온은 출범 첫 해인 2020년 1379억원의 매출과 948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21년 매출 1082억원, 영업손실 1558억원 △2022년 매출 1131억원, 영업손실 1559억원 △2023년 상반기 매출 656억원, 영업손실 412억원 등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시장 내 입지 또한 아직 탄탄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현황 자료를 보면, 롯데온의 2022년 점유율은 4.9%로 4년째 답보 상태다. 순위로는 쿠팡·네이버·지마켓·11번가·카카오에 밀린 6위다.

가수 이효리가 참여한 롯데온의 첫 광고 캠페인 대표컷.[이미지=롯데쇼핑]
가수 이효리가 참여한 롯데온의 첫 광고 캠페인 '쇼핑 판타지 온(ON)' 대표컷.[이미지=롯데쇼핑]

이런 가운데 나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나 대표는 롯데온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막판 스퍼트(spurt)를 내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5일 버티컬 서비스 통합 멤버십 ‘온앤더클럽’을 선보였다. 기존 뷰티 전용 멤버십 ‘온앤더뷰티 클럽’ 회원 수가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도에 힘입어 1년 만에 8배 이상 늘자 이를 전 버티컬로 넓혔다. 나 대표는 본격적인 고객 확대와 버티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충성고객인 멤버십 회원 확보를 위해 올해 9월과 10월에는 온앤더뷰티 전용 굿즈도 내놓았다.

특히 롯데온은 지난달 16일 출범 이래 처음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티저는 4일 공개)했다. 주제는 ‘쇼핑 판타지 온(ON)’이며 가수 이효리가 모델이다. 해당 광고 캠페인은 이효리가 10년 만에 상업광고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실제 광고 본편 영상 조회 수는 일주일 만에 200만회를 넘겼다. 롯데온의 내부 데이터 분석 기준 온라인에서 ‘롯데온’ 언급량은 광고 집행 이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온앤더뷰티’와 ‘온앤더패션’ 매출도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30%, 50% 증가했다.

나 대표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먼데이레터’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이번 광고를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모델(이효리)의 브랜드 자산과 이미지를 롯데온에 연결하고자 한다”며 “광고를 보고 롯데온을 방문한 고객들이 롯데온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나 대표의 이 같은 뒷심이 다가오는 그룹 임원인사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표 면에서 일정부분 성과가 나오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으로는 그간 기대에 못 미치는 시장점유율 등 나 대표의 성적 전반을 볼 때 거취가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표 40%가량을 교체했던 신세계발(發) ‘인사 쇼크’를 감안하면 롯데의 이번 임원인사가 상당한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라는 명성에 비해 롯데온의 존재감은 적다. 그러나 버티컬 사업이 안정화되고 이효리를 내세운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임원인사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사 시기는 물론 방향성까지 아직까지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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