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에 이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까지 터지자 고위험 상품 판매 중심에 있는 금융권 노동자가 머리를 맞댔다.
금융경제연구소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올해 첫 금융노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DLF 사태 이후 ELS 사태 발생까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고위험 상품 대규모 손실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성수용 한국금융연구원 교수는 '소비자 보호와 지배구조 관점에서 본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규제'를 통해 금융사 이익 중심 경영 문화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DLF 사태 이후 2019년 12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영업행위준칙 시행' 등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2020년 7월에는 파생결합증권 시장 건전화 방안, 2021년 3월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광고 규제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도 시행했다.
성 교수는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의 금융사는 사용 중인 판매 시스템에 대해 법률 자문 등을 받아 금소법 위반 여부 등을 점검했지만 이번 ELS 사태로 일부 은행·증권사 판매시스템은 여전히 금소법상 규제 내용을 미반영하는 등 위법한 상태로 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본점 차원의 판매 정책상 금융소비자 보호 실패 사례가 반복되고 이는 만큼 본점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원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은 '금융 노동자 관점에서 본 고위험상품 판매 문제의 본질'에 대해 발표했다.
최 부위원장은 "DLF 사태 초점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로 집결됐다"며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DLF 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제한과 허용을 번복했다"고 짚었다.
이어 "무엇보다 2022년 지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은 만기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방관했고, 손실이 발생하자 다시 판매사 불완전판매에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ELS는 손해볼 확률은 낮지만 한번 손실이 발생하면 100%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는 위험한 상품"이라며 "다만 은행 판매 금지가 해법이 될 수 없다. 소비자 편의성도 떨어지고 금융 발전에도 뒤처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은행 스스로 선택하는 시스템이 대안일 될 수 있다"며 "다만 불완전판매 시 어마어마한 책임 리스크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은 "성과주의에 매몰된 경영진은 위험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사고는 3년 후의 일이기에 KPI(핵심성과지표)나 인사상 불이익 암시 등으로 직원들에게 고위험 선취 상품의 판매를 강요했고 이것이 반복돼 근본 원인이 됐다"라며 "과도하고 무리한 영업을 강요한 경영진 처벌 강화, 문제 시 법률 비용 회사 지원 금지, 투자 성과에 따른 수수료 체계 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은 투자자 접근성 저하, 금융 시스템 후퇴를 야기시키는 만큼 불완전판매 책임 강화를 골자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 마련해 나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