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왔는데 찬바람만 쌩쌩'…오프라인 유통 종말론까지 대두
'봄 왔는데 찬바람만 쌩쌩'…오프라인 유통 종말론까지 대두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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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신세계·11번가, 점포 구조조정·희망퇴직
조직 슬림화로 비용 절감, 자산 유동화로 실탄 마련
고물가·고금리에 알리·테무 공세…도미노현상 우려
롯데백화점 점포 중 가장 최근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외관. [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 점포 중 가장 최근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외관. [사진=롯데쇼핑]

유통업계가 인력·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고정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존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물꼬가 트인 만큼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줄줄이 이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비효율 점포 재조정(리포지셔닝)을 공식화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낸 영업보고서를 통해 “백화점 비효율 점포의 경우 수익성·성장성·미래가치 등을 분석해 전대, 계약 해지, 부동산 재개발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적의 리포지셔닝 방식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롯데마트와 롯데하이마트가 폐점 또는 리뉴얼 등 점포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룬 영향이 크다. 롯데백화점 역시 잠실점과 본점 등 일부 주력 점포를 제외하고 다수의 점포들이 역(逆)신장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부산 본점 -1.0% △동탄점 -3.5% △광주점 -7.9% △대구점 -9.3% 등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 롯데백화점이 업계 1위라고는 하지만 점포 수가 지난해 말 기준 32개로 신세계백화점(13개)과 현대백화점(16개)의 점포 수를 합한 수보다 많다. 반면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의 매출 차이는 약 8000억원이다. 점포당 매출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의미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1일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를 통한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는 신세계프라퍼티가 100% 출자해 지난해 12월 설립한 부동산 자산관리(AMC) 전문기업이다.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등을 기초로 한 스폰서 리츠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우량자산을 유동화하고 이를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이마트는 앞서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이달 12일까지 진행되는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부터 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인 자(입사일 기준 2009년 3월 1일 이전 입사자)다. 이마트는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1년 5월 (주)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에서 독립한 이후 첫 적자다.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이마트 본사 외관. [사진=이마트]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이마트 본사 외관. [사진=이마트]

11번가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3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1차 희망퇴직은 5년차 이상이 대상자였고 이번 2차 희망퇴직은 전 직원이 대상이었다. 2차 희망퇴직자는 이달 5일까지 근무하고 퇴사했다. 11번가는 SK스퀘어가 콜옵션(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며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가운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1번가는 인력감축을 통해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더욱 많은 기업들이 재정비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한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도 모자라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초저가 전략’으로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나 신세계처럼 오프라인 소매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특별히 (경영상) 잘못한 게 없는데도 기업들이 위기를 맞았다“며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침체에 중국 플랫폼 공습까지 겹쳐 온·오프라인 모두 어려운 현실”이라며 “수익성 보전을 위한 체질개선과 비상경영체제가 한동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프라인은 시장 감소와 구조조정 흐름이 당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서는 인적·물적 구조조정과 같은 단기처방이 아닌 고객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가격이나 배송 면에서 이커머스와 경쟁하기 힘들어졌다”며 “채광이 들어오는 공간, 직접 확인해보고 사고 싶은 상품 등 고객이 생각하는 강점을 만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살 수 있다”고 제언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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