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 '재도약' 일동후디스, 확실한 캐시카우 필요하다
[박성은의 SWOT] '재도약' 일동후디스, 확실한 캐시카우 필요하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7.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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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뮨' 年 1000억대 브랜드 '1등', 올해 2000억…분유기업 탈피
이금기 회장 '제2의 하이뮨' 찾기 분주…불어나는 유지비용 '고민'
일동후디스의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하이뮨’ 생산모습. [출처=일동후디스]
일동후디스의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하이뮨’ 생산모습. [출처=일동후디스]

‘분유·이유식’ 이미지가 강했던 일동후디스의 최근 변신은 놀랍다. 성인단백질 시장 도전 2년여 만에 ‘하이뮨’을 1000억 메가 브랜드로 키워내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금기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펫푸드 등 ‘제2의 하이뮨’ 찾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영업·마케팅 비용은 난제다. 커피사업 부진 역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강점: 도전 2년여 만에 성인단백질 최강자 '우뚝' 
분유와 이유식을 주력으로 했던 일동후디스는 다른 유업체보다 포트폴리오가 단조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성인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웃돌면서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하이뮨은 2020년 2월 선보인 후 그 해 매출 300억원에서 2021년 1050억원으로 1년 새 3배 이상 급성장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 ‘셀렉스’보다 먼저 1000억 메가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국내 성인단백질시장 주도권을 쥐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하이뮨의 지난해 매출액은 1650억원으로 전년의 1050억원 대비 57.1% 급증했다. 하이뮨이 효자상품으로 거듭난 덕분에 일동후디스의 연매출 역시 2020년 1391억원에서 2021년 2212억원, 지난해 2897억원으로 고속 성장을 했다. 인구절벽으로 국내 분유·이유식 시장 정체가 장기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뮨은 일동후디스가 재도약하는 마중물이 된 셈이다.

하이뮨의 성공은 이금기 회장의 선견지명이 컸다는 평이 나온다. 이 회장은 합계출산율 1명도 안 되는 국내 저출산의 지속된 흐름과 가속화된 고령화시대에 맞춰 중장년층, 고령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서면서 지금의 하이뮨이 탄생했다. 이 회장의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하이뮨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00억원이다. 일동후디스는 하이뮨 성장세를 유지하고자 380억원을 투자해 춘천 제3공장을 짓는 한편, 음료 라인업을 늘려 타깃층 및 섭취 편의성을 확대하는데 집중한다. 

◇약점: 높은 모델 의존도, 떨어진 영업이익률
TV를 틀면 ‘미스터트롯’의 장민호가 부르는 ‘하이뮨송’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이뮨이 셀렉스를 제치고 1위 브랜드로 발돋움한 건 장민호 효과가 컸다는 평이 많다. 광고업계에선 장민호가 미스터트롯의 후광효과와 함께 반듯하고 친절한 이미지 덕분에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은 모델로 본다. 중장년층 타깃의 하이뮨이 장민호를 모델로 발탁한 건 적절한 전략이었다. 매일유업이 셀렉스 모델로 미스터트롯에 나왔던 정동원에 이어 프로골프 감독 박세리를 발탁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일동후디스는 작년 가을 장민호와 하이뮨 전속모델 재계약을 마쳤다. 초기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뮨 인지도에 크게 기여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으로는 ‘장민호 단백질’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살제 일동후디스의 마케팅 비용은 갈수록 불어나는 상황이다. 이 기업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판관비 내 ‘광고선전비’는 하이뮨 출시 전인 2019년 139억원에서 출시한 이듬해 168억원으로 20.9% 늘었다. 작년에는 514억원이 지출됐다. 하이뮨 출시 전과 비교하면 3년 새 270% 급증했다. 하이뮨이 주 타깃으로 공략한 홈쇼핑 채널에 지불하는 ‘지급수수료’ 역시 하이뮨 출시 전 57억원에서 지난해 588억원으로 931% 치솟았다.

하이뮨의 전속모델 가수 장민호. 하이뮨은 일명 ‘장민호 단백질’로 불린다. [사진=일동후디스]
하이뮨의 전속모델 가수 장민호. 하이뮨은 일명 ‘장민호 단백질’로 불린다. [사진=일동후디스]

‘캐시카우(Cash Cow)’는 확실한 수익원을 뜻한다. 소를 우유를 생산할 때까지 키워 놓으면 유지하는 비용은 점점 적어지면서 이익이 커진다. 하이뮨이 있기 전 일동후디스는 27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이뮨이 출시된 2020년에는 6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2021년에는 110억원, 지난해에는 92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뮨 효과로 흑자가 지속된 건 고무적이다. 다만 전체 영업이익률은 최근 3년간 2020년 4.96%, 2021년 4.97%, 2022년 3.17%로 하락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떨어진 꼴이다. 유지비용 면에서 하이뮨을 ‘완성형’ 수익원이라고 보기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기회: 건기식·펫푸드·이너뷰티 도전…해외도 확장
일동후디스는 성인단백질시장 성공을 발판 삼아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이너뷰티(먹는 화장품)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각화하고 있다. 이금기 회장과 이준수 대표가 ‘제2의 하이뮨’을 발굴해 분유·이유식 기업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준수 대표는 이금기 회장의 아들이자 이 회사 최대 주주(지분율 58.40%)다. 

건강기능식품은 남성 맞춤형 ‘블랙맥스 마카제왕’을 지난 3월 출시하고 배우 이태곤을 앞세워 마케팅하고 있다. 마카 개별인정형 원료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국내 최초·유일’이란 점을 강조하고 페루산 마카의 단 3%만 생산되는 ‘블랙마카’로 차별화했다. 펫푸드 ‘후디스펫’은 일동후디스의 산양유단백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 브랜드다. 첫 제품은 반려동물의 장·면역·관절·눈 건강을 위한 영양제다. 이너뷰티는 ‘뷰빗’을 론칭하고 피부 건강,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춰 제품 4종을 선보였다. 배우 신예은을 모델로 발탁하며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 브랜드들은 소비자 니즈(Needs)에 맞는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꾸준히 브랜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이었던 분유사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 등 젊은층이 많고 출산율이 높은 동남아 성장 가능성을 보며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대표적으로 유아 영양식 ‘하이키드’를 꼽을 수 있다. 하이키드는 2014년 베트남에 첫 선을 보인 후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현지 부모들 사이에서 ‘키 크는 유아 영양식’으로 이름이 높다. 베트남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도 2019년 178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3년 새 124.7% 늘었다. 올해 매출은 500억원을 예상한다.     

◇위협: 경쟁사 대비 판관비 비중 2배
일동후디스의 신사업이 안착할지 업계 관심이 크다. 일각에선 하이뮨의 성공방정식이 건기식, 펫푸드, 이너뷰티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물음표를 갖는다. 하이뮨 출시 당시에는 대형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았으나 현재 이들 시장은 웬만한 식품기업과 제약·바이오기업은 물론 유통채널도 PB(자체 브랜드)를 통해 수많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시장은 또 품질이나 가격 면에선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 결국 영업력과 마케팅력이 관건인데 여기에는 자금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 회장과 이 대표가 이 부분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게 선결과제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제공=일동후디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제공=일동후디스]

커피사업 부진도 고민으로 보인다. 커피사업은 2015년 RTD(즉석에서 마실 수 있는) 컵커피 브랜드 ‘앤업카페’와 2017년 ‘노블 커피’가 있다. 앤업카페는 300밀리리터(㎖) 대용량 콘셉트로 일정부분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식음료 대기업들이 잇달아 대용량 제품을 선보이면서 현재는 마트, 편의점 매대에서 보기 힘들 만큼 존재감이 낮아졌다. 이 회장의 아이디어로 나온 ‘건강 커피’ 노블도 TV와 SNS에서 한동안 홍보를 활발히 하며 띄우기에 애썼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소통의 흔적도 2020년 6월이 마지막이다.  

업계에선 마케팅 비용을 보통 ‘태운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기대하는 중·단기 효과가 다를 순 있으나 보통 일회성 집행이 많다. 일동후디스가 지난해 지출한 마케팅 비용을 비롯한 판관비 전체는 1493억원으로 그 해 매출 2897억원 대비 51.5%를 차지했다. 전년의 51.6%와 같은 수준이다. 올해는 신사업에 따르는 추가적인 영업·마케팅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유업계로 넓혀보면 지난해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은 매일유업 25.2%, 남양유업 24.5%, 빙그레 23.4%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올해는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부담에 따른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 중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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