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녹록치 않은 미래
[박성은의 SWOT]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녹록치 않은 미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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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전략통' 십분 발휘, 실적 경신으로 업계 견고한 1위
재선임 첫 성적표 영업익 '반 토막', 신사업 '바이오' 주춤
CJ제일제당 사옥과 최은석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CJ제일제당. 편집=홍승표 기자]
CJ제일제당 사옥과 최은석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CJ제일제당. 편집=홍승표 기자]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지난 2년간 거듭된 성장으로 주력인 식품뿐만 아니라 바이오 역량을 키우며 미래성장을 위한 기반을 잘 닦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덕분에 국내 식품업계 1위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면서 올해 재선임됐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조직 내 소통, 침체가 우려되는 바이오 사업 등은 그의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재입증해야 할 주 과제로 꼽힌다.  

◇강점: 거듭된 성장
CJ제일제당은 최은석 대표 체제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2021년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였다. 그 해 제일제당 연매출은 26조2892억원, 영업이익은 1조5244억원이다. ‘집밥’ 확산에 비비고를 비롯한 HMR(가정간편식) 호조로 전년보다 각각 8.4%, 12.1% 늘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연매출 30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역시 9.2%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제일제당의 2022년 매출액은 18조7794억원, 영업이익 1조2682억원이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19.3%, 7.6% 성장했다. 주력인 식품사업은 사상 첫 연매출 10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해외사업 매출이 5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45% 급증했다. 전체 식품사업에서 해외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47%까지 올랐다. 제일제당이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단 점을 증명했다. 또 다른 축인 바이오 사업 매출은 처음으로 4조원을 웃돌았다. 

지난 3월 태국에서 열린 '케이콘 2023 태국'의 CJ제일제당 비비고 부스. [사진=CJ제일제당]
지난 3월 태국에서 열린 '케이콘 2023 태국'의 CJ제일제당 비비고 부스. [사진=CJ제일제당]

최 대표는 제일제당 수장 자리에 오르기 전 그룹 지주사에서 경영전략총괄을 맡았다. 그룹에서 전략통(通),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냉동식품사 슈완스 인수 작업도 주도했다. 당시 막대한 인수비용 때문에 ‘승자의 저주’ 아니냐는 말이 한동안 나왔지만 지금의 수치에서 말해주듯 슈완스 인수는 북미를 비롯한 해외사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약점: 임기 중 '노조' 결성
최 대표의 실적 관리는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받았다. 다만 일각에선 그의 아킬레스건은 ‘노조’가 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 한국노총 산하 식품산업노련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가 결성됐다. 70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최 대표는 임기 중 노조가 결성된 CEO라는 기록을 남겼다. 

제일제당의 노조 결성은 국내 식품업계 1위에 걸맞지 않은 임금구조, 임직원 간의 큰 보수 격차가 주 이유로 꼽힌다. 특히 임직원 보수에서 지난해 제일제당 미등기임원이자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은 36억4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손경식 회장과 최 대표 급여는 각각 35억5000만원, 13억5000만원이다. 세 사람의 각 상여금까지 합치면 총 보수액은 170억원을 웃돈다. 반면에 제일제당 1인당 직원 평균 급여액은 7600만원이다. 급여 기준 적게는 17.7배에서 많게는 47.9배가량 차이가 난다. 업계는 제일제당 노조 결성이 매년 실적 경신에도 관련 보상이 오너와 일부 임원에게 집중됐다는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로 본다.

제일제당 노조는 지난해 결성 후 부분파업을 전개했다. 노조와 사측은 최근까지 40여차례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 등 여러 사안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달 11일부터 사측의 지지부진한 교섭 태도를 문제 삼아 진천 BC사업장 김치팀을 중심으로 부분파업을 전개 중이다. 최 대표가 향후 노조를 비롯한 조직관리 면에서 어떻게 경영능력을 입증해낼지가 중요해졌다. 

◇기회: 바이오로 사업 다각화
제일제당은 최 대표 체제에서 바이오 사업을 또 다른 핵심 포트폴리오로 삼았다. 최 대표는 기존의 핵산·클린라벨 등 그린바이오 외에 화이트, 레드 바이오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취임 직후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PHA’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재생자원 중심의 화이트바이오(식물자원 활용의 화학제품·바이오 연료 생산)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공언했다. 2021년 5조원 규모의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2025년 16조원 수준의 성장세가 전망된다. 

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에 PHA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작년 5월부터 생산을 본격화했다. 최근엔 PHA가 미국 FDA의 식품접촉물질(Food Contact Substances)로 승인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에서의 생분해 소재 사업 전망을 밝게 했다. 승인 제품은 전 세계에서 제일제당만 유일하게 상업화 생산 중인 aPHA(비결정형) 소재다.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사업의 핵심인 PHA.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사업의 핵심인 PHA. [사진=CJ제일제당]

레드바이오(생명공학 활용 의학·약학 응용기술) 시장 공략은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맡는다. CJ바사는 2021년 1000억에 가까운 금액이 투자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이 근간이다. CJ바사는 이재현 그룹 회장이 강조한 4대 성장엔진 중 하나인 ‘웰니스(Wellness)’와 연관이 깊다.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확보, 기술수출 2건을 통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항암 파이프라인이 미국 FDA 임상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일부 성과를 올렸다. 다만 최근 3년간 적자 폭(2020년 85억원, 2021년 101억원, 2022년 332억원)이 갈수록 커지는 건 고민거리다. 같은 기간 총매출은 137억원에 불과하다. 

◇위기: 주저앉은 실적, 불확실한 中 리오프닝
최 대표는 재선임 직후 첫 성적은 좋지 못했다. 제일제당의 올 1분기 실적(대한통운 제외)은 4조4081억원, 영업이익은 150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8.5% 줄며 반토막 났다. 최 대표 체제에서 성장을 거듭한 제일제당이 올 들어 처음으로 주저앉았다. 

최 대표 존재감이 드러나야 할 바이오 사업이 부진한 점은 아쉽다. 1분기 매출 8174억원, 영업이익 128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6.6%, 89.4% 줄었다. 바이오 부문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내내 1조원을 웃돌았으나 올 1분기엔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성도 작년 1~3분기 1000억원 후반~2000억원 초반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4분기 783억원, 올 1분기 128억원으로 하락을 지속했다. 최 대표가 그룹의 중기비전 일환으로 지난해 조직까지 신설한 FNT(Food&Nutrition Tech)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6%, 9% 감소한 1745억원과 503억원에 그쳤다. FNT는 조미소재·미래식품 소재 등이 주력이다.

제일제당은 2분기 바이오·FNT 사업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5%로 0.3%포인트(p) 하향조정하면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KDI는 “중국 경제회복이 서비스업에 국한되고 투자 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내 높은 수준의 재고도 리오프닝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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