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 부담 커진 하이트진로, 반전 '안갯속'
[박성은의 SWOT] 부담 커진 하이트진로, 반전 '안갯속'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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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압도적 시장지배력, '소주세계화' 높은 글로벌 인지도
내년 창사 100주년, 김인규 대표 '맥주 1위 탈환' 최대 과제
테라-켈리 투트랙…만만치 않은 시장판도, 수익성 악화 '고민'
하이트진로 청담 사옥과 김인규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청담 사옥과 김인규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

◇강점: 국내 최대 주류기업, 코로나에도 성장 지속
하이트진로는 ‘참이슬’로 대표되는 소주와 ‘테라’, ‘켈리’ 등을 앞세운 맥주를 양축으로 위스키,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주류 포트폴리오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유흥시장 침체 장기화에도 성장을 지속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하이트진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연결기준)은 각각 2조350억원, 882억원이다. 지난해는 2조4975억원, 1906억원으로 3년 새 매출액은 22.7%, 영업이익은 116% 늘었다. 작년에는 화물연대 불법파업 등의 리스크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너인 박문덕 회장의 굳건한 믿음 아래 김인규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수완에 힘입어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어갔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시장에서 60% 중반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국민소주’ 참이슬은 1998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만 375억병에 이른다. 글로벌 인지도도 높다. 전 세계 80여개국에 참이슬(해외명 JINRO)이 판매되는데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증류주(Distilled Spirits) 판매량 1위를 유지했다. 올 상반기 소주 수출액(별도기준)은 2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2% 늘었다. 김인규 대표가 2016년부터 드라이브를 건 ‘소주 세계화’ 전략이 차근차근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맥주사업은 2019년 3월 선보인 테라와 올 4월부터 판매한 신제품 켈리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테라와 켈리 모두 2000년대 초반까지 맥주 1위 사업자로 자리할 수 있었던 ‘하이트’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야심작이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이 팔렸다. 켈리는 이보다 하루 빠른 99일 만에 1억병 돌파로 기록을 경신했다.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맥주 매출(연결기준)은 394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 늘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일각에서 우려한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 잠식)’ 현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약점: 10여 년째 맥주 2위, 무너진 자존심 
김인규 대표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맥주시장 재탈환을 약속했다. 하이트진로는 최대 주류회사지만 맥주는 2인자다. 그는 국내 1위 맥주 브랜드인 오비맥주 ‘카스’ 대항마로 선보였던 테라 출시 당시 “필사즉생의 각오로 5년을 준비했다”며 “하이트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테라의 새 캐치프레이즈로 ‘리바운스(Re-Bounce, 다시 튀어오르다)’를 삼고 맥주시장 판을 뒤집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다. 테라 만으로 한계가 오자 절치부심 끝에 켈리를 내놓았다. 켈리의 콘셉트는 ‘반전 라거’다. 테라-켈리 ‘쌍끌이’ 전략으로 올해 안에 1등을 뺏어 반전을 꾀하겠단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하이트를 앞세워 맥주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오비맥주 카스에 1위를 뺏겼다. 김 대표는 2019년 테라 맥주를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으로 격차를 좁히며 좋은 분위기를 탔으나 코로나19라는 생각지 못한 악재를 만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지난해에도 2위 사업자에 머물렀다. 10여 년 동안 자존심이 계속 무너진 셈이다. 

소비자들이 마트에 진열된 켈리·테라 등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소비자들이 마트에 진열된 켈리·테라 등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박문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테라의 리붐업(Re-boom up)을 통해 맥주사업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창사 100주년을 앞두고 맥주 1등을 탈환해 자존심을 반드시 세워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김 대표도 올 정기 주총에서 “변화와 혁신을 하면 살고, 멈추거나 안주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 각오로 100년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만 켈리 출시에도 맥주시장 판도는 큰 변화가 없다. 국내 맥주시장 상반기 점유율(닐슨·가정용 기준)에서 카스가 42.3%로 1위다. 제조사 역시 오비맥주가 53.1%로 가장 높다.   

◇기회: 야심작 '켈리' 두 자릿수 점유율 상승
김 대표의 선전포고 이후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간 기 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TV만 봐도 두 메이커 간 광고 경쟁은 치열하다. 하이트진로가 현 시점에서 제일 주가 높은 배우 ‘손석구(켈리)’와 ‘공유(테라)’로 불을 지피자 오비맥주는 감성적인 광고로 맞불을 놨다. 또 한동안 존재감이 밀렸던 맥주 브랜드 ‘한맥’을 리뉴얼하고 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의 투수 ‘켈리’, 배우 겸 가수 ‘수지’를 모델로 잇달아 발탁하며 켈리에 맞서도록 했다. 대형마트에선 켈리와 한맥이 나란히 진열된 모습도 종종 보인다. 켈리 상대가 카스가 아닌 한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하이트진로의 투 트랙 전략을 흔들어보겠다는 오비맥주의 도발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테라-켈리’ 투 트랙으로 맥주시장 판도를 뒤흔들겠단 의지가 크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출시 당시 여름 대목을 앞두고 출시 3개월(4~6월)간 영업·마케팅에 화력을 최대한 집중해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어 최대 성수기인 3분기(7~9월)에 맥주시장 판을 뒤집어보겠다는 게 테라-켈리 로드맵이다. 하이트진로는 여름 대목을 맞아 전주가맥축제·송도맥주축제 등 맥주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투 트랙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켈리 출시 4개월 차인 7월까지 시장점유율(5~7월 누계)은 카스가 41.4%로 독주다. 카스 점유율 수치만 놓고 보면 상반기 합산보다 다소 떨어졌다. 오비맥주는 2위 브랜드(테라)와 격차가 더 커졌다고 강조한다. 하이트진로는 경쟁사가 애매하게 3개월을 묶어 착시가 있다며 7월 한 달로 보면 켈리가 선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오히려) 켈리는 7월 기준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가정+유흥)로 올라섰다”며 하반기 판도 변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위협: '쩐의 전쟁' 수익성 악화, 고민에 빠진 김 대표
올해 4연임에 성공한 김인규 대표는 내년 창립 100주년에 걸맞는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다. 확실한 성과는 연내 맥주시장 재탈환이 가장 좋은 ‘그림’이다. 주류시장은 특히 영업과 마케팅 싸움이 관건이다. 냉장 쇼케이스, 진열대 자리부터 판촉사원들 간 영역 다툼까지 뺏고 뺏기는 땅따먹기와 같다고 한다. 신제품은 이슈를 끊임없이 만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한다. 인지도를 올려야 선택을 받는다. 이 같은 현상들이 더해지면 대세가 된다. ‘테슬라(테라와 참이슬)’, ‘테진아(테라와 진로)’ 조합으로 하이트진로가 재미를 톡톡히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8월에 열린 전주가맥축제의 켈리 홍보부스. [사진=하이트진로]
지난 8월에 열린 전주가맥축제의 켈리 홍보부스. [사진=하이트진로]

김 대표는 맥주 1위 탈환을 위해 ‘쩐의 전쟁’에 참전했다. 영업·마케팅 화력이 집중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켈리 출시와 맞물린 올 2분기 하이트진로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9% 급감했다. 36억원의 순손실도 냈다. 켈리 출시 전인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3.4% 줄었다. 광고선전비를 비롯한 올 상반기 판관비용은 4981억원(연결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13억원보다 21.1% 늘었다. 맥주 최대 성수기인 3분기를 비롯한 남은 하반기도 수익성 면에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정기 주총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맥주시장 탈환을 위한 투자비용과 수익성 확보는 양립하기 힘든 문제다. 또 테라 때는 코로나19라는 생각지 못한 대형 악재가 있었으나 켈리는 그렇지 않다. 주가도 올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고민과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공병·P박스 등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4분기 이후부턴 병 재사용이 이뤄지고 신제품 론칭 활동이 종료돼 판관비 안정화로 접어드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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