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치열한 맥주 '수싸움'…'독주' 카스 vs '추격자' 켈리·크러시
올해도 치열한 맥주 '수싸움'…'독주' 카스 vs '추격자' 켈리·크러시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1.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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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 배하준, 하이트 김인규, 롯데 박윤기 불붙는 '맥주 전쟁'
12년 왕좌 카스에 테라-켈리, 클라우드-크러시 '쌍끌이' 대항
(왼쪽부터)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사진=각 사]
(왼쪽부터)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사진=각 사]

지난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이른바 ‘맥주 3대장’ 경쟁이 지속된 가운데 오비맥주가 ‘카스’를 앞세워 1위를 수성했다. 2위 하이트진로는 ‘테라’에 이어 신제품 ‘켈리’가 안착하면서 카스를 위협할 발판을 다졌다. 3위 롯데칠성음료는 한동안 잠잠했다가 최근 3년 만의 신제품 ‘크러시’를 내놓으며 추격 의지의 불을 지폈다.

올해는 오비맥주 아성에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이 맹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맥주시장 판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 배하준(본명 벤 베르하르트), 하이트진로 김인규, 롯데칠성음료 박윤기 등 맥주 3대장 CEO(전문경영인) 간 ‘수싸움’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는 올해로 경영 5년차 CEO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해 4연임에 성공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작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 받았다.

지난해에는 배하준 대표가 웃었다. 맥주시장 점유율(닐슨·가정시장 기준)을 살펴보면, 카스가 1~11월까지 42.0%로 브랜드 1위를 차지하면서 2012년부터 12년 연속 맥주 1위를 지켰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선전 덕분에 제조사 점유율이 52.6%로 선도기업 자리를 공고히 했다. 국내 맥주 판매 2병 중 1병은 오비맥주 브랜드인 셈이다. 

◇창사 100주년 하이트진로…김인규 '1위 탈환' 속도
올해는 맥주시장 판도에 확실한 균열이 생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업계는 하이트진로를 주목한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소주시장에서는 ‘참이슬’과 ‘진로’ 쌍끌이로 60%대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맥주의 경우 테라-켈리 쌍끌이 효과가 다소 더딘 상황이다.
 
오너인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인규 대표는 창사 100주년에 걸맞게 맥주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맥주시장 1위 탈환’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만만치는 않다. 그럼에도 올해 그 가능성만큼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하이트진로가 작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맥주 신제품 ‘켈리’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가 작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맥주 신제품 ‘켈리’ [사진=박성은 기자]

결국 테라-켈리 시너지를 배가시켜야 할 구심점이 필요하다. 켈리 출시 이후 일각에서 우려했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 현상은 다행히 크지 않았다. 점유율 전체로는 상승세를 보였기에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 아쉬운 점은 켈리가 출시 4개월 차인 지난해 7월 점유율 10%를 찍으면서 가능성을 높였지만 가을부터 하향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 2년차의 켈리가 10% 중후반 이상의 점유율을 끌어올려 테라와 합산 30%대 파이를 가져와야 카스를 위협할 수 있다. 

단, 이에 따른 마케팅 등 판관비 부담은 김 대표가 져야 할 몫이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3분기까지 판관비 7424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보다 16%가량 늘었다. 업계는 점유율을 감안한다면 올해도 작년 못지않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후발주자 롯데칠성…박윤기 'MZ세대' 집중 타깃
후발주자인 롯데칠성음료는 5% 안팎의 점유율을 쥐고 있다. 롯데칠성은 2014년 그룹 회장의 애정이 담긴 ‘신동빈 맥주’ 클라우드와 2017년 피츠, 2020년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등 3년마다 맥주 상품군을 확장해왔다. 이중 피츠는 단종됐다. 3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맥주 신제품 ‘크러시’가 나오기 전까지 경쟁사들과 비교해 화력은 약했다. 대신 효자상품으로 거듭난 소주 ‘새로’에 힘을 많이 실어줬다. 박윤기 대표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소주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웃돌며 목표를 달성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크러시 출시를 알리면서 ‘4세대 맥주’를 표방했다. 모델도 4세대 아이돌 ‘에스파’ 카리나를 발탁했다. 새로가 2030 MZ세대에게 호응을 얻으며 성장했듯이 크러시 역시 젊은층을 타깃으로 맥주시장에 변화를 불어넣겠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선보인 맥주 신제품 ‘크러시’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선보인 맥주 신제품 ‘크러시’ [사진=박성은 기자]

크러시는 맥주 비수기에 론칭됐다. 롯데칠성은 덕분에 관련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고래 싸움에 굳이 새우등 터질 필요 없는 만큼 업계는 박 대표가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본다. 또 카스와 테라·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으나 롯데칠성은 동결했다. 크러시 출고가는 경쟁 제품보다 소폭 낮아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다.

관건은 크러시 띄우기다. 롯데칠성은 영업력 면에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보다 열위에 있다. 주 타깃인 젊은층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홍대, 여의도 등 거점 권역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시장 선도 오비맥주…배하준 '젊은 이미지' 부각
오비맥주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맥주 왕좌를 지키고 있다. 카스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있기에 가능했다. 배하준 대표는 지난해 ‘압도적인 1등’이란 캠페인을 반복해서 홍보했다. 카스의 독주를 부각시키는 한편 테라-켈리로 시장 1위를 넘보는 하이트진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배 대표는 하이트진로가 짜놓은 카스 대(對) 테라-켈리 구도를 희석시키고자 ‘한맥’ 카드를 다시 꺼내며 맞불을 놨다. 한맥 리뉴얼과 함께 배우 겸 가수 수지를 모델로 발탁했다. 최근에는 서울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팝업 스토어 운영과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내부적으로 한맥이 매출과 점유율에서 큰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영업·마케팅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카스. [사진=박성은 기자]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카스. [사진=박성은 기자]

카스는 경쟁 제품들과 달리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인지도, 브랜드 파워에서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배 대표는 대신 2030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6년차 테라, 2년차 켈리, 8년차 클라우드와 비교하면 카스는 올해 30년차다. 3년 전 갈색병에서 투명병으로 과감하게 변화를 준 이유 중 하나도 ‘올드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다. 

‘제2의 카스’를 키우는 것도 배 대표의 과제다. 선택과 집중 면에선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카스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경쟁사들의 집중 견제가 예상되는 만큼 한맥, 오비라거 등의 포트폴리오 관리도 시급하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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