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임' 하이트맨, 맥주 1위 탈환 '최대 과제'
'재선임' 하이트맨, 맥주 1위 탈환 '최대 과제'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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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24일 정기 주총, 김인규 사장 '4연임' 유력
내년 창사 100주년…오너 기대 속 '확실한 성과' 부담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사진=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사진=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다가올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악재 속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다만 내년 창사 100주년을 앞두고 국내 맥주 1위 탈환과 함께 ‘제로슈거(Zero Sugar·무가당)’ 소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다.

◇복합위기 속 안정적 경영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는 오는 24일 서울 서초 더케이 호텔에서 제71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이사 김인규 선임의 건을 의안으로 올렸다. 김인규 대표이사 사장은 1989년 당시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후 2011년 7월부터 하이트진로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박문덕 회장의 높은 신뢰 속에서 회사를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한 만큼 무난히 재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이트진로는 김 사장의 재선임 사유로 “주류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회사를 잘 이끌었다”며 “특히 2019년 테라 맥주, 진로 소주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영성과 창출에 큰 기여를 한 점 등을 고려해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 테라와 진로를 출시했던 2019년 하이트진로의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50억원, 882억원이었다. 이후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린 유흥시장 침체, 우크라 전쟁에 따른 물류대란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복합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4975억원, 영업이익 1906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해 22.7%, 116% 성장했다. 

김 사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사장에 재선임 되면 ‘4연임’으로서 임기는 2026년 3월까지 연장된다. 

◇테라의 '리붐업' 급선무

하이트진로는 내년 창사 100주년을 맞는다. 김 사장은 창사 100주년에 걸맞는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국내 맥주시장 1위 탈환’이 최대 과제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이트진로는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하이트’를 앞세워 국내 맥주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2012년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에 1위를 뺏긴 후 지난해까지 2위 사업자로 머물렀다. 또한 ‘하이트 제로’로 비알콜 맥주시장을 10여 년간 독주했으나 지난해 출시 2년도 채 되지 않은 오비맥주 ‘카스 제로’에 선두를 뺏기며 자존심을 구겼다.

어느 매장에 진열된 테라 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매장에 진열된 테라 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김 사장은 2019년 3월 카스 대항마로 키운 테라를 선보일 때 “필사즉생의 각오로 5년을 준비했다”며 “하이트의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테라의 새 캐치프레이즈로 ‘리바운스(Re-Bounce, 다시 튀어오르다)’를 삼고 국내 맥주시장 판을 뒤집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오너 박문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테라의 ‘리붐업(Re-boom up)’을 통해 맥주사업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맥주사업 매출(연결기준 3분기 누계)은 6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5719억원보다 6.8% 성장하면서 분위기는 괜찮다. 올해 김 사장이 테라를 중심으로 맥주 1위 탈환이란 최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업계 관심이 크다. 

◇추격자 된 진로 소주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 시장점유율 65% 안팎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1위 업체다. 대표 ‘참이슬’ 입지가 굳건한 가운데 2019년 4월 출시한 ‘진로’가 지난해까지 14억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증권업계 추정 경쟁사 롯데칠성음료와의 점유율 격차는 4배가량 날 정도로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롯데칠성의 야심작 ‘처음처럼 새로’가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제로슈거 소주시장을 선점한 것은 하이트진로 입장에서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처럼 소주의 당을 뺀 버전인 처음처럼 새로는 최근의 설탕 0%, 열량 0㎉를 선호하는 ‘제로(Zero)’ 트렌드를 타고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5000만병을 넘어섰다. 진로가 출시 약 두 달 반(72일) 만에 1000만병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제로슈거 진로가 진열된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제로슈거 진로가 진열된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도 올 1월부터 진로 소주를 제로슈거로 리뉴얼해 유흥시장 출고를 시작하며 맞불을 놨다. 최근에는 ‘제로슈거 진로 핑크 에디션’으로 가정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냈다. ‘추격자’ 입장이 된 김 사장이 기존 진로 유통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제로슈거 소주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창사 100주년이란 상징성 때문에 성과 면에서 김 사장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맥주·소주 점유율 확보를 위해 영업과 마케팅을 더욱 공격적으로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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