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⑩] 새 주인 찾는 맥도날드, 암초는 여전
[박성은의 SWOT⑩] 새 주인 찾는 맥도날드, 암초는 여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5.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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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5주년 '연매출 1조' 버거 플레이어
김기원 대표 마케팅 역량 불구 손실 지속
누적된 손실, 레드오션…동원그룹 인수 '불발'
맥도날드 매장과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편집=홍승표 기자]
맥도날드 매장과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편집=홍승표 기자]

글로벌 패스트푸드 최강자 맥도날드는 높은 인지도로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플레이어다. ‘마케팅통(通)’ 김기원 대표 체제에서 ‘한국의 맛’ 프로젝트 등 화제성까지 몰며 입지는 굳건하다. 하지만 지속된 적자와 위생·안전성 리스크, 레드오션(포화시장)이 된 버거시장 등은 맥도날드가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제값 받기 힘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강점: 높은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
올해 35주년을 맞은 한국맥도날드는 햄버거하면 바로 떠오를 만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시그니처 ‘빅맥’을 비롯해 시즌별 다양한 신제품 출시는 물론 ‘맥모닝(아침메뉴)’, ‘맥커피(음료)’, ‘맥런치(점심할인)’ 등 선제적인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시도한 국내 버거시장 대표 주자로 꼽힌다. 매출 역시 버거 브랜드 중 가장 높다. 본사 기준 매출액은 8678억원(2021년 기준)으로 버거킹(6784억원), 맘스터치(3009억원) 등 경쟁사를 압도한다. 맥도날드는 4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직영점 비중은 80% 이상인데 가맹점까지 포함하면 연매출 1조원에 이른다. 

맥도날드는 마케팅 맛집으로도 통한다. 수장인 ‘마케팅통' 김기원 대표 영향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그는 2020년 4월 이 회사 CMO(최고마케팅책임자)로 합류한 후 방탄소년단과 컬래버레이션한 ‘The BTS’ 세트를 비롯해 ‘한국의 맛 프로젝트(Taste of Korea)’와 베스트 버거, 맥카페 등의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며 맥도날드의 핵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김기원 대표가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재직 당시 추진했던 The BTS 세트 이미지. [사진=한국맥도날드]
김기원 대표가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재직 당시 추진했던 The BTS 세트 이미지. [사진=한국맥도날드]

특히 국내 농가·농산물과의 상생 콘셉트인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2020년 첫 개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제품 판매 10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이는 그간 ‘햄버거병’ 논란과 같은 위생·안전성 리스크 꼬리표가 붙은 맥도날드가 ‘착한 이미지’로 개선되도록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점: 1000억대 적자, 위생 리스크
맥도날드는 작년 두 번의 가격인상(2022년 2·8월)과 포장·배달 수요 등으로 9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으나 전년과 비슷한 2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의 지난 3년간(2019~2021) 누적된 영업손실은 1200억원 가량이다. 작년 손실까지 포함하면 14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난 셈이다. 맥도날드는 고객 중심 활동과 전략적인 투자에 따른 부득이한 손실이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선 ‘외화내빈(겉은 화려해보이나 속은 가난함)’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지속된 위생·안전성 이슈 또한 약점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백종헌 의원실(국민의힘)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국내 상위 10개 프랜차이즈 업체 중 비위생 적발도 1위(2017~2022년 상반기 누계)를 기록했다. 직영점 매중이 상당히 높지만 이물질 혼입 논란 등이 꾸준히 발생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왔다.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동원그룹에서 식품·외식사업 시너지 차원에서 인수를 적극 검토했지만 최근 포기를 결정했다. 매각가 이견, 글로벌 본사의 영업자율권 제한 등이 주 이유로 꼽히지만 1000억원대 적자와 위생불량 이슈도 M&A를 힘들게 하는 요소들로 작용했단 얘기가 흘러나온다. 

◇기회: 일상이 된 비대면…오랜 노하우
외형, 인지도에선 맥도날드가 국내 버거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한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기업 오픈서베이의 ‘버거 프랜차이즈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버거킹에 이어 두 번째로 이용률이 높은 브랜드다. 인지도와 취식경험 역시 버거킹에 이어 2위로 최상위다. 매장 이용 경험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빅맥, 맥모닝, 해피밀 등 연상되는 대표 제품 또는 캠페인도 다수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일상화 된 점은 맥도날드의 경쟁력을 더욱 돋보이도록 한다. 맥도날드는 이미 2007년 자체 배달 주문 플랫폼 ‘맥딜리버리’를 도입하면서 15년 이상의 배달 노하우를 갖고 있다. 경쟁사 대부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배달 인프라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다. 1992년에는 국내 외식업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DT) 방식인 ‘맥드라이브’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2대 차량이 동시에 맥드라이브를 이용할 수 있는 ‘탠덤 DT’, 드라이브 스루 고객을 위한 ‘하이패스’ 결제 시스템 등을 적용하며 비대면·디지털 혁신 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쌓았다.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맥드라이브' [사진=한국맥도날드]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맥드라이브' [사진=한국맥도날드]

동원과의 M&A는 불발됐지만 맥도날드의 이 같은 매력적인 요소들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위기: 포화된 버거 시장, 흑자전환 요원
국내 버거시장은 맥도날드 등 기존 대중적인 브랜드뿐만 아니라 SPC 쉐이크쉑을 시작으로 bhc 슈퍼두퍼, 고든램지 버거 등 프리미엄 플레이어까지 속속 가세했다. 내달엔 한화그룹 오너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주도 하에 미국의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가 서울 강남에 문을 연다. 덕분에 국내 버거시장 규모는 유로모니터 기준 2013년 약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4조원으로 두 배 가량 커졌다. 

다만 플레이어 난립에 따른 치열한 경쟁과 함께 낮은 취식 경험 및 이익률 등은 국내 버거시장의 위기 요소다. 버거 프랜차이즈 트렌드 리포트에서 햄버거의 월평균 취식 빈도는 3.3회다. 열흘에 약 한번 꼴이다. 한식·카페·중식 등보다 이용 횟수가 적다. 또 작년 기준 주요 버거 브랜드 영업이익률은 롯데리아 0.22%, 버거킹 1.04%, KFC 2.71%다. 국내 최다 매장을 보유한 맘스터치가 15.8%로 그나마 높다. 버거 브랜드들이 M&A 매물로 쏟아졌지만 외면 받는 이유다. 

맥도날드를 이끄는 김기원 대표가 공식 취임(2022년 5월1일)한 지 1년이 됐다. 마케팅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만 흑자 전환은 요원하다. 위생·안전성 관리에서도 취임 이전과 비교해 별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주된 시각이다. 새 주인 찾기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한국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도모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 물색은 지속해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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