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의 잇따른 M&A 불발…김남정, 외연 확장 '브레이크'
동원의 잇따른 M&A 불발…김남정, 외연 확장 '브레이크'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4.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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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 '보령바이오파마' 이어 '한국맥도날드' 인수 포기
지배구조 개편 이후 신사업 의지 강했지만 꺾인 모양새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동원]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동원]

동원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지난달엔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역시 불발됐다. 그룹을 이끄는 김남정 부회장의 사업 외연 확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동원산업은 27일 공시를 통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본 건에 대한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원그룹은 앞서 올 1월 새 지주사가 된 동원산업을 앞세워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동원은 맥도날드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계열사 동원홈푸드 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매각가 등 협상 조건에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동원이 한국맥도날드 인수 참여 당시 희망가는 2000억원 수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워낙 차이가 커서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하게 되면 미국 본사와의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순 매출액의 5%가량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고, 신규 개점 점포당 4만5000달러를 기술료로 내야 하는 것도 동원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했다.  

동원산업은 앞서 지난달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도 손을 뗐다. 이 또한 매각가 차이 등 서로 기대치가 달라 최종 불발됐다.

동원그룹은 국내 최대 수산기업인 동원산업과 종합식품사 동원F&B를 양축으로 물류(동원로엑스), 포장(동원시스템즈)으로 몸집을 꾸준히 키웠다. 현재는 공정자산총액기준 54위(공정거래위원회·2023년)의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업주 ‘캡틴 킴’ 김재철 명예회장이 창립 50주년인 2019년 명예퇴진을 하면서 현재는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동원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신사업 추진과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복고창신(復古創新)’을 강조하면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 “속도라는 실행론이 더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혁신과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올 들어 김 부회장은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맥도날드 M&A(인수합병)에 잇달아 참전하면서 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불발되면서 그룹 신사업 드라이브에 힘이 빠지게 됐다. 일각에선 김 부회장의 M&A 참전을 두고 일부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서울의 어느 맥도날드 매장. 동원산업은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매각가 차이 등의 이유로 최종 철회했다.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의 어느 맥도날드 매장. 동원산업은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매각가 차이 등의 이유로 최종 철회했다. [사진=박성은 기자]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동원의 식품·외식 포트폴리오 확장이란 면에서 긍정적이었지만 빈약한 내실은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실제 최근 3년간(2019~2021년) 쌓인 적자만 약 1200억원에 이른다. 또 위생불량 등 식품안전성 이슈도 많다. 여기에 맘스터치·롯데리아·버거킹·KFC 등 대형 버거 기업들은 물론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까지 경쟁 플레이어들이 갈수록 늘면서 버거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인식된 지 오래된 것도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 3위 백신 제조기업으로서 업계에선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흑자를 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하지만 백신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의 유통구조 특성상 공공물량 비중이 커 미래 성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시선도 있었다.

김 부회장 입장에선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맥도날드 인수가 무산되면서 또 다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창사 첫 매출 8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이미지가 수산·식품에 아직 치우쳤고 향후 ‘매출 10조원’이라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신사업 발굴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잠잠했던 동원이 올 들어 M&A 큰 손으로 뜨면서 업계 관심과 기대가 컸지만 결국 김이 새버린 꼴”이라며 “김 부회장이 창업주 그림자를 벗어나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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