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유통잇슈] '불가리스'의 씁쓸한 결말, 오리온 '빅딜'의 우려
[월간유통잇슈] '불가리스'의 씁쓸한 결말, 오리온 '빅딜'의 우려
  • 박성은·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1.26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박성은 기자]

2024년 1월 유통업계에서는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를 두고 3년여 간의 법적 공방에서 오너인 홍원식 회장이 대법원 판결로 최종 패소했다. 홍 회장은 경영권을 넘겨야 할 처지가 되면서 60년 오너 경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국내 5위권 제약사 한미약품이 재계순위 38위(2023년 자산 기준) OCI와 통합을 두고 모자(母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제과기업 오리온은 약 5500억원의 자금으로 신약 개발사 ‘레고켐’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하지만 시가총액과 주가는 급락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강제 매각될 처지에 놓였다. 

◇60년 오너 경영 막 내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 패소…사모펀드 '한앤코' 경영권 인수

60년 역사의 남앙유업이 결국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리게 됐다. 이달 4일 대법원은 원고인 사모펀드(PEF)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측이 피고인 남양유업 오너인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영권 분쟁의 씨앗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4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다.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이 심포지엄 형식을 빌려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77.78%의 저감을 확인했다고 강조하면서 비롯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두고 남양유업이 인체 임상실험도 없이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로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생산공장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결국 홍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임하고 한앤코에 지분 52%가량을 넘기는 주식양수도 계약(SPA)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한앤코가 홍 회장의 경영권 양도 지연과 백미당 분사 등의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시사 이유를 들어 같은 해 8월 소송을 걸었다. 홍 회장 역시 한앤코의 약정 위반 주장과 함께 매매 계약을 해지하면서 경영권을 두고 양측의 법적 공방전은 3년 여간 지속되다가 마침표를 찍게 됐다. 

남양유업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인수 절차를 밟아 그간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은 만큼 경영 정상화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OCI·한미약품 통합 두고 한미 집안싸움
임종윤·임종훈 형제, 모친 송영숙 회장 상대 소송 제기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장녀 임주현 사장과 장남 임종윤·차남 임종훈 사장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발단은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이 이달 12일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해당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각각 취득할 예정이다. 또 각 그룹은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사장에게 각자대표를 맡기기로 했다. 한미약품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정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 사옥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사옥 [사진=한미약품]

하지만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의 두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계약 다음날인 13일 “한미나 가족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 받은 적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17일에는 법률대리인 지평을 통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사건의 첫 심문은 다음달 7일로 예정됐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어 24일 임종윤 사장을 보고자로 설정하고 임종훈 사장 외 9인을 특수관계인으로 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했다.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 즉 사실상 송 회장과의 모자 관계를 끊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리온, 신약 개발사 '레고켐' 최대주주 등극
지분 25% 확보…차세대 ADC 항암제 시장 진출

오리온이 차세대 신약 개발사 ‘레고켐바이오(레고켐)’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면서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2005년 설립된 레고켐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 기술 및 합성신약 분야에 차별적인 R&D(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제약사다. ADC는 항체약물결합 방식의 차세대 항암치료제다.

레코켐 인수를 주도한 건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앞서 15일 김영주 레고켐 대표와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온 홍콩법인을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다.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해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가지며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인수가는 5485억원이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3월29일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진=오리온]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진=오리온]

오리온 주력은 제과다. 재도약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삼고 2020년 10월 중국의 산둥루캉의약과 합자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에서는 합작법인인 산동루캉하오리요우가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 중이다. 900억 규모의 결핵백신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난치성 치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오리온은 레코켐 인수와 관련해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신사업인 바이오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리온의 레코켐 지분 인수 공시 이후 이틀간 시가총액은 1조 가량 증발했다. 주가도 11만원대에서 9만원 초반대(25일 종가 기준)로 급락했다. 오리온 의지와 달리 레고켐 인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11번가 강제매각 절차 돌입…주관사 선정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투자금 회수 돌입…희망가 5000억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이달 초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11번가 주관사로 선정하고 11번가 강제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됐다. 컨소시엄은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18.18%를 획득했다. 이때 컨소시엄은 5년 내(2023년 9월 30일 전) 11번가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해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컨소시엄 보유 지분을 다시 사는 콜옵션도 항목에 넣었다.

11번가 CI. [제공=11번가]
11번가 CI. [제공=11번가]

11번가는 IPO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결국 컨소시엄은 원금 회수를 위해 11번가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매각은 SK스퀘어보다 컨소시엄이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워터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SK스퀘어와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뜻을 모으지 못했던 큐텐의 인수전 참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큐텐은 SK스퀘어와 5000억원의 현금을 동반한 지분스왑 인수 구조에는 합의했지만 투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발을 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11번가 매각희망가가 당초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큐텐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