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인사 '초읽기'…오너 4세 이선호 경영보폭 주목
CJ그룹 인사 '초읽기'…오너 4세 이선호 경영보폭 주목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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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CJ제일제당 근속 10여년…식품성장추진실장 '핵심'
실적 전반 침체에도 해외서 비비고·GSP 제품 꾸준한 성과
이재현 회장 '책임감' 방점…중기비전 성과 여부 판가름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그룹]

CJ그룹의 임원인사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인사 이후 그룹 오너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의 향후 경영 보폭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그룹은 성과에 따라 ‘신상필벌’ 인사를 해왔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주력 계열사 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과 신사업 발굴 등을 책임지고 있다. 올 들어 제일제당 실적 부진은 지속됐다. 다만 이선호 경영리더가 총괄하는 해외 식품사업 성과는 꾸준했다. 이재현 회장이 강조한 ‘중기비전’ 성과가 올해 본격 검증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 이후 그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두 해 연속 승진…제일제당서 중책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2023년)에서 재계 13위 기업이다. 유통 전반으로 보면 롯데(6위), 신세계(11위)에 이어 톱(Top)3다. CJ그룹은 이르면 이주 중, 늦어도 이달 하순 경 ‘2024년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신세계에 이어 이달 초 롯데가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선 두 그룹의 이번 인사를 각각 ‘물갈이’, ‘안정 속 쇄신’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는 신동빈 회장 아들인 오너 3세 신유열 전무가 승진과 함께 그룹 글로벌 사업과 바이오·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 초대 실장으로 중책을 맡게 됐다. 때문에 다음 순서가 될 CJ그룹 인사 이후 이선호 경영리더의 향후 역할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잠시 정직한 해(2020년)를 제외하고 약 10년을 근속했다. 그는 2022년 임원인사에서 경영리더로 ‘별’을 달고 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산하 식품전략기획1 담당을 맡았다. 2023년 임원인사에서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또 다시 승진했다. 산하에 전략기획담당·식품 M&A담당 등을 둬 비중이 더 커졌다. 

경영리더는 CJ가 2022년 임원인사 때부터 기존의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구분된 6개 임원 직급을 단일화한 명칭이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올해 식품성장추진실 전반을 아우르면서 핵심시장인 미주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을 포괄하는 해외 식품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기획, 신사업 투자 등을 맡아 왔다. 

◇수익성 악화 속 글로벌 식품사업 '순항'
인사 발표를 앞둔 CJ그룹 분위기는 썩 좋지 못하다. 제일제당, ENM 등 핵심 계열사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 크다. 실제 CJ그룹의 올 1~3분기 영업이익 누계는 1조46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7% 줄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46.0% 급감한 4034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OPM) 역시 평균 6.03%에서 4.73%로 낮아졌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몸담고 있는 CJ제일제당은 그룹의 모태이자 얼굴이다. 올 들어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며 실적 부진에 시달린 모습이다. 올 3분기까지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대한통운 제외)은 각각 13조5048억원, 6615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약 3.9%, 영업이익은 42.2% 감소했다. 

그럼에도 이선호 경영리더가 책임지고 있는 해외식품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호한 성과를 냈다. 이는 간판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만두, 치킨, 소스, 김치 등 7대 글로벌 전략제품(GSP)의 영업·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주력인 미주시장에서는 만두가 그로서리 경로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1등 지위를 굳혔다. 한 때 ‘승자의 저주’로 불린 슈완스의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Red Baron)’이 지난 2분기 첫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데 이어 3분기에는 2위 브랜드와 격차를 벌렸다.

CJ제일제당이 서울 대치동에 개관한 ‘INNO Play’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박민석 식품 COO(Chief Operating Officer, 오른쪽 세 번째),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왼쪽 세 번째)과 사내벤처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서울 대치동에 개관한 ‘INNO Play’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박민석 식품 COO(Chief Operating Officer, 오른쪽 세 번째),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왼쪽 세 번째)과 사내벤처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영국에서는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 딜리버리(배달) 브랜드 ‘비비고 투고’가 론칭돼 현지 다양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입점 됐다. 베트남에선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 동안 11개 도시 90개 지역에서 운영된 ‘비비고 푸드트럭’에 20만여명이 방문했다. 호주에서는 비비고 제품 판로를 현지 최대 대형마트 ‘울워스’에 이어 대형 편의점 ‘이지마트’까지 확대했다.

◇"미래 판가름 중요한 시기"…'신상필벌' 관측
CJ는 올해 창립 70주년으로 의미가 깊다. 그럼에도 그룹 전반으로 실적이 주춤하면서 인사를 두고 이 회장의 고심도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는 이재현 회장이 2021년 11월 발표한 중기비전 성과가 본격화돼야 할 시기였다. 이 회장은 당시 그룹 전반에 ‘대변혁’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제3의 도약을 향한 4대 성장엔진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제시했다. BT(생명공학)와 IT(정보통신) 중심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올해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단 ‘대담한 계획’도 있었다. CJ 측은 이를 두고 “3년 내 매출 성장의 70%를 미래성장엔진에서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중기비전 이듬해인 작년 10월 임원인사 단행 직후 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지주사 경영진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선호 경영리더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4대 미래성장엔진이 본격 가동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며 “내년은 그룹 미래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CJ의 시간은 썩 밝지 못했다. 이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창립 70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3일 CJ인재원에서 온리원(ONLY ONE) 재건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그룹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경영진에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책임감’에 방점을 찍은 만큼 이번 인사도 신상필벌이 확실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곧 단행될 CJ그룹 임원인사 이후 이선호 경영리더의 향후 경영 보폭에 업계 관심이 큰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총괄하는 사업성과가 양호하고 대내외에 자주 노출되면서 두각을 보였다”며 “경영능력 입증이라는 명분이 생긴 만큼 이번 인사 이후 경영활동 폭이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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