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CJ맨' 복귀와 오너 4세의 조합…제일제당 묘수 될까
'36년 CJ맨' 복귀와 오너 4세의 조합…제일제당 묘수 될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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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CJ그룹 임원인사, 강신호 대표 3년여 만에 부회장 승진과 함께 컴백
그룹 '중기비전' 완수 과제…초격차 품목 확대, 이선호 실장과 호흡 관건
CJ제일제당 사옥과 강신호 신임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CJ]
CJ제일제당 사옥과 강신호 신임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CJ]

강신호 대표가 3년여 만에 CJ제일제당 새 수장으로 돌아왔다. 제일제당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 13위 CJ그룹의 간판이자 국내 최대 식품사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 대표 직전 약 1년간 제일제당을 이끌면서 코로나19에서도 국내외 시장지배력을 높이며 그 해 최대 실적을 올린 바 있다. 다시금 강신호 체제로 전환된 제일제당이 작년 실적 부진을 딛고 반등과 함께 질적 성장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특히 글로벌 식품사업 중책을 맡고 있는 오너 4세 이선호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와의 ‘경영 호흡’도 강 대표의 향후 행보에 있어 또 하나의 관건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앞서 16일 예년보다 늦은 ‘2024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하고 강신호 대한통운 대표를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강 신임 대표는 1988년 CJ그룹 공채로 입사한 이후 줄곧 CJ에 몸담은 ‘CJ맨’이다. 그는 그룹 인사팀장과 제일제당 경영지원실장, 프레시웨이 대표이사에 이어 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쳐 2020년 제일제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약 1년간 제일제당을 이끌어온 이후 2021년부터 대한통운 대표를 맡아왔다.

◇'승자의 저주' 극복한 강 대표…'질적 성장' 경험
강 대표가 제일제당 대표로 취임한 2020년은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시기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했고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 때였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냉동식품사 ‘슈완스’ 인수 여파가 컸다. 슈완스 인수에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고 이를 두고 ‘승자의 저주’로 불릴 만큼 위태로웠다.  

강 대표는 이런 와중에 제일제당 수장을 맡았다. 그는 취임 직후 사내메일을 통해 임직원에게 “과감한 혁신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낼 도약의 힘을 갖춰야 한다”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동반한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또 경영 첫 해인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비비고’ 등 메가 브랜드 중심의 수익성 제고와 해외사업의 전략적 투자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강 대표의 약속은 결과에서 드러났다. 2020년 대한통운을 제외한 제일제당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4조1637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73.0% 급증한 1조415억원을 올렸다. 식품, 바이오, 축산(Feed&Care) 등 전 부문 수익성이 개선됐다. 무엇보다 당시 순차입금이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슈완수 인수 이전인 2017년(4조4000억원) 이하로 축소돼 강 대표가 약속한 질적 성장이 입증됐다.  

그는 이후 3년 여간 대한통운 대표를 맡으면서 주요 사업부문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4802억원(연결기준)을 달성하는 등 큰 폭의 성장을 이끌었다. 강 대표는 다시 제일제당 대표로 복귀하면서 그룹 ‘부회장’ 승진이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강 대표가 최초다. 

◇수익성 급감, 오너의 패싱…'확실한 반등' 시급
CJ그룹의 이번 임원인사는 유독 늦었다. CJ는 최근 들어 매년 10~12월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직전인 ‘2023 정기임원인사’는 2022년 10월에 발표됐다. 임원인사가 해를 넘긴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오너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강 대표를 제일제당 수장으로 다시 선택한 건 브레이크가 걸린 그룹 간판 기업의 ‘확실한 반등’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모태인 제일제당은 작년에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며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제일제당의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8904억원, 8195억원이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4.7% 줄고 영업이익은 35.4% 급감했다. 강 대표 재직 당시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돌았지만 3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진 셈이다. 순이익은 42.8% 감소한 3470억원에 그쳤다. 회사 영업이익률(OPM) 역시 같은 기간 6.8%에서 4.6%로 2.2%포인트(p) 낮아졌다. 

그룹 내 비중이 가장 큰 제일제당의 위기는 곧 CJ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까지 CJ그룹의 영업이익 누계는 1조46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줄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46.0% 급감한 4034억원에 불과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은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며 “지금의 위기는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 이유와 맞닿았다. 이재현 회장이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제일제당을 ‘패싱’하고 올리브영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찾은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적 저조한 미래 먹거리 '바이오·FNT' 회복 급선무
업계는 강신호 대표가 국내 최대 식품기업 제일제당 수장으로 복귀한 만큼 향후 그의 경영 행보에 주목한다. 

핵심인 식품사업은 작년 기준 성장세였다. 강 대표는 과거 제일제당 재직 당시 식품사업부문을 비롯한 사업 전반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만큼 비비고·햇반·고메·백설 등 대형 브랜드와 7대 글로벌 GSP(Global Strategic Product·GSP, 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지배력을 높여 성장을 이어가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그룹이 ‘초격차 온리원’, ‘월드베스트 CJ’를 누차 강조한 만큼 비비고 만두, 슈완스 레드바론 피자처럼 1등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하다.

실적이 저조한 바이오·FNT(Food&Nutrition Tech)와 축산 부문 회복도 시급하다. 이중 바이오·FNT는 그룹 중기비전과 관련 깊은 미래 먹거리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23 임원인사’ 직후 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지주사 경영진과의 미팅에서 “4대 미래성장엔진(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이 본격 가동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며 “2023~2025년은 (CJ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에 안주해 쇠퇴하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고부가가치의 스페셜티 품목 확대, 글로벌 뉴트리션 소재 시장 공략이 시급하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

오너 4세이자 제일제당 글로벌 식품사업 및 신사업 발굴 중책을 맡고 있는 이선호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와의 호흡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작년 제일제당 실적 부진은 지속됐지만 이선호 실장이 총괄하는 해외 식품사업 성과는 좋았다. 이 실장은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공교롭게도 강 대표가 제일제당 수장이었던 2020년 당시에는 이선호 부장이 잠시 정직한 시기였다. 두 사람은 대표와 임원으로 처음 만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제당의 확실한 반등을 위해선 글로벌 사업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강 대표-이 실장의 경영 호흡과 밸런스가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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