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③] CJ의 '넥스트 레벨'…이재현, 성장엔진 '고삐'
[유통 새판짜기③] CJ의 '넥스트 레벨'…이재현, 성장엔진 '고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1.25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대 미래성장엔진 가동, 중기비전 본격화…"초격차 역량 확보"
핵심 제일제당 노조 리스크, ENM 피프스 인수 재무부담 과제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

‘사랑 받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 CJ그룹이 지향하는 목표다. CJ의 주력인 식품·문화·콘텐츠 사업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재현 회장은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강조한 ‘중기비전’이 구체화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2~3년이 그룹 미래성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고 고삐를 죈 모습이다. 

올해 CJ가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 등 4대 미래성장엔진을 어떻게 가동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 사흘 만에 CEO 소집, 위기의식 강조

24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해 10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예년보다 두 달 가량 빨랐다. 제일제당·대한통운·프레시웨이·푸드빌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은 유임됐다. 실적 면에서 큰 부침이 없고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안정적으로 한 영향이 컸다. 대신 ENM과 올리브영 대표는 교체됐다. 올리브영을 이끌었던 구창근 대표는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이동했다. 올리브영은 이선정 영업본부장이 내부 승진으로 새 수장이 됐다. 구창근, 이선정 대표는 70년대생 CEO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젊은 CJ’로서의 이미지가 배가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재현 회장은 인사 단행 사흘 만인 10월27일 계열사 CEO들을 소집했다. 1년여 전 이 회장이 제시한 중기비전 초기 진행 점검과 함께 향후 3년 간 어떻게 사업을 구체화하고 성과를 내야할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른 임원인사에 따른 그룹 전반의 분위기를 최대한 다스리면서 각 사 대표들의 다짐과 의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속내도 보였다. 

이 회장은 이날 “올(2022년)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룬 면도 있지만 혁신성장 키워드로 제시한 4대 미래성장엔진이 본격 가동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다그치면서 “2023~2025년은 (CJ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에 안주해 쇠퇴하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CJ가 늘 지향하는 ‘초격차 역량 확보’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2017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를 공언했다. CJ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기준 약 34조원이다. 글로벌 비중은 40%대다. 목표치보단 한참을 못 미쳤다. 바깥에선 CJ가 안정적으로 커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다음 성장을 위한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 대한 움직임은 둔했다. 이 회장은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글로벌·신사업' 2026년까지 20조 투자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2026년까지 20조원 투자’ 약속을 했다. 식품·콘텐츠 등 컬처 사업에 12조, 물류·커머스를 비롯한 플랫폼에 7조원을 쏟아 붓는다. 웰니스·지속가능성 사업은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각 계열사는 이 회장의 강력한 투자 의지에 맞춰 올해 공격적으로 사업 드라이브를 건다. 핵심인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시장 확대와 신사업인 바이오 경쟁력 제고가 관건이다. 식품은 메가 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만두 등 7대 글로벌 전략제품(GSP)의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선다. 주력인 북미는 물론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과제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식품사업 글로벌 비중은 46%다. ‘2027년 유럽 매출 5000억원’ 등 목표대로 순항하면 60%대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오는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유전자) 기반의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사업과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입,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PHA) 양산, 식물성 대체육·배양육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낸다.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치료제 ‘CJRB-101’의 1상·2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면서 경쟁력 쌓기에 돌입했다. 

CJ ENM의 대표 콘텐츠 케이콘(KCON)의 지난해 미국 LA 공연 모습. [사진=CJ]
CJ ENM의 대표 콘텐츠 케이콘(KCON)의 지난해 미국 LA 공연 모습. [사진=CJ]

CJ ENM은 글로벌 콘텐츠 확장이 최우선 과제다.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 역시 이와 맞닿았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영화드라마·교양예능·음악콘텐츠·미디어플랫폼·글로벌 등 5개 사업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이전엔 9개 본부였다. 글로벌사업본부를 새롭게 꾸린 점은 해외 K-콘텐츠 수요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한 포석이다. 

또한 이미경 CJ 부회장의 네트워킹과 물밑 작업으로 2021년 11월 성사된 9000억원대 초대형 M&A(인수합병) 결과물인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옛 엔데버 콘텐트)’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낼지가 관건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빈 살만’ 왕세자와의 문화 콘텐츠 사업도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업계 관심이 크다. CJ는 지난해 9월 사우디정부와 문화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직후 현지에서 ‘케이콘(Kcon)’ 행사를 열었다. 11월에는 이 회장이 빈 살만과 국내 재계 총수들 간 차담회에 참석하며 우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은 건 ENM 입장에서 큰 자극이다. 

◇CJ 3세 이경후·이선호, 사업성패 주목

업계는 제일제당, ENM을 CJ 중기비전 성과의 가늠자로 본다. 이는 CJ 3세들과 연관이 깊다. 제일제당은 장남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 ENM은 장녀 이경후 브랜드전략담당이 각각 글로벌·신사업, 콘텐츠·컬처 사업을 주도한다. 그룹의 미래성장엔진을 맡고 있는 분야다. 이들 남매의 사업 성패가 그룹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경영승계와도 맞물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CJ 3세 이경후 ENM 브랜드전략담당, 이선호 제일제당 실장. [사진=CJ]
CJ 3세 이경후 ENM 브랜드전략담당, 이선호 제일제당 실장. [사진=CJ]

CJ제일제당의 노조 이슈는 향후 대응 방향에 따라 그룹 전반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노총 산하 한국식품산업 노동조합연맹을 상급단체로 둔 CJ제일제당 노조는 지난해 3월 설립돼 4월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됐다. CJ의 ‘70년 무노조 경영’이 깨진 것이다. 제일제당 노조와 본사는 한동안 단체교섭을 중단하다가 올 들어 재개했다. 노조는 사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대대적인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제일제당 계열의 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택배노조 손을 들어줬다. 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한 대한통운에게 부당노동행위 낙인이 찍힌 셈이다.  

피프스 인수에 따른 ENM의 재무 부담도 과제다. ENM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차입금은 1조5941억원, 부채비율은 127%다. 전년 동기 65%의 두 배 수준이다. 또 피프스는 인수 이후 영업 손실이 커졌다. 지속된 금리인상도 큰 짐이다. 손경식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재무안정성’을 강조한 이유다. 

이번 기획 네 번째 기업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을 살펴볼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