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세계그룹, 이른 '물갈이'…이마트 한채양, 백화점 박주형 낙점
위기의 신세계그룹, 이른 '물갈이'…이마트 한채양, 백화점 박주형 낙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9.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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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정유경 남매의 결단, 예년보다 일찍 임원인사 단행
대표이사 40% 교체…지속된 실적 악화에 따른 '신상필벌'
사업구조 재검토, 내년 경영계획 수립 감안 '새 판 짜기'
(사진 왼쪽부터) 한채양 이마트 대표 내정자, 박주형 신세계 대표 내정자. [사진=신세계그룹]
(사진 왼쪽부터) 한채양 이마트 대표 내정자, 박주형 신세계 대표 내정자.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조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핵심인 이마트의 강희석 대표, 신세계 손영식 대표 모두 옷을 벗었다. 그 자리에 각각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내정됐다. 

이번 인사로 통합대표체제가 본격 운영된다.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Cluster)와 통합본부장 체계도 도입했다. 결론적으로 정용진·정유경 오너 남매가 각 부문 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로 조직을 뒤흔들며 새 판 짜기에 나선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20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신세계는 이번 인사에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로 대표이사의 40%가량이 교체됐다. 

그룹 측은 “회사 경쟁력 전반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 진용을 새롭게 구축했다”며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조직 운영체계를 도입하고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중용·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동시에 해임됐다. 이마트 신임 대표에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신세계 새 수장에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각각 내정됐다.

한채양 내정자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대표까지 겸직한다. 이마트 오프라인 유통사업군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박주형 내정자도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까지 대표 겸직한다. 

이마트 새 수장에 이름을 올린 한채양 내정자는 그룹 살림살이 전반을 총괄한 재무통으로 이름이 높았다. 2001년 그룹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 후 조선호텔 대표를 맡기 전까지 줄곧 재무관리를 전담해 왔다. 2015년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을 때도 그룹 내 6곳 계열사에서 사내이사와 감사 등을 겸하며 그룹 재무를 맡았다. 이어 조선호텔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 만성적자였던 회사 재정상태를 흑자로 전환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그룹 주력인 이마트 수장으로 낙점된 것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 부회장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마트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021년 3168억원에서 지난해 1357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엔 394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더욱이 국내 유통 판도가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존 이마트-롯데쇼핑 중심의 오프라인에서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판으로 변화가 빠르게 감지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그룹 주류사업을 맡고 있는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해 시너지를 확대한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또한 한채양 대표의 이마트 이동으로 공백이 생긴 조선호텔앤리조트 수장까지 맡게 된다. 

그룹 측은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신임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선임됐다.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컨텐츠 비즈니스 전문가 김현우 대표를 외부 수혈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에는 지마켓 이주철 전략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구조를 도입한다고 강조했다.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새롭게 구축하면서 산하에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신세계프라퍼티·SSG닷컴·지마켓을 편제시켜 온·오프라인 유통의 더욱 강력한 시너지와 실행력, 성과 창출을 도모한다. 

예하조직 및 본부장 운영 면에선 통합본부장 체계 도입, 시너지를 위한 하이브리드 조직체계, 업무영역별 과감한 세대교체로 기존의 조직운영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과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 강화하고 새로운 성과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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