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3000원' 시대 오나…원윳값 결정 '초읽기'
'흰우유 3000원' 시대 오나…원윳값 결정 '초읽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7.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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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유업계 19일 막판 협상, 원유 ℓ당 69~104원 인상 폭 예상
인상분 적용 시 유제품 비롯한 빵·커피 '밀크플레이션' 확산 가능성
정부 가격인상 자제 압박…낙농가 생산비 폭등 기반 붕괴 우려
어느 마트에 진열된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유업계와 낙농가가 우유 재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일단 19일이 협상 데드라인이다. 인상이 확실시 될 경우 소비자가 구입하는 흰우유(백색시유) 제품은 리터(ℓ)당 3000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유제품은 물론 빵, 커피 등 우유  사용 비중이 큰 연관 제품 가격까지 잇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점쳐진다.

정부는 라면, 밀가루에 이어 유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압박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는 급등한 생산비용을 감안할 때 원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유·유제품 수급조절 등을 맡는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올해 원유기본가격 인상 폭을 논의하고 있다. 협상 기한을 19일로 두고 의견 조율 중인데 낙농가와 유업계 간 인상률 이견 차이가 큰 상황이다. 원유기본가격은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8월1일 생산분부터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분을 잣대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4% 이상이면 10% 안에서 협상을 거쳐 결정한다. 

올해는 지난해 결정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그간에는 원유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 연동 방식이었으나 올해부턴 우유 소비시장과 수급 상황을 고려해 생산비 증감분 반영 비율을 달리 적용한다. 

올해 원유가격 인상 범위는 ℓ당 69~104원이다. 현재 원유기본가격은 ℓ당 996원인데 최소 수준으로 올려도 1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윳값이 오를 경우 흰우유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 국내 유업계 빅(Big)3의 흰우유 제품(900㎖~1ℓ) 소비자가격은 마트 기준 평균 2800원대다. 작년의 경우 원윳값 인상에 따라 흰우유 제품이 10% 인상된 것을 감안할 때 이르면 올 하반기 중에 ‘흰우유 3000원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흰우유가 오르면 밀크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업계가 원윳값 인상 결정 직후 흰우유를 비롯해 유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리자 베이커리·커피·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연관 제품 및 브랜드 가격인상이 도미노로 이어진 바 있다. 

정부는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 가중을 이유로 유업계, 유통사, 낙농가와 잇달아 만나 우윳값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라면업계,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가격 인하를 요청했고 이후 밀가루, 라면, 과자, 빵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의 가격 인하가 연이어 발표됐다. 이에 따라 유업계가 갖는 압박도 크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흰우유는 원유 비중이 특성상 다른 유제품보다 높고 이익률은 상당히 낮은데 원윳값 인상 폭에 따라 가격 수준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원윳값 인상의 키는 생산자가 얼마만큼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낙농가들은 소득감소, 생산기반 붕괴로 위기에 빠진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농가 대표 생산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호당 평균부채는 2020년 대비 20.8% 늘어난 5억1000만원이다. 생산비용 급등으로 낙농가 경영압박이 심화되면서 최근 2년 새 폐업한 낙농가 수는 300여호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5년 내 폐업 규모는 1000여호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전체 낙농가 4600여호의 20%를 웃도는 수치다.  

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난해 사료비가 20% 이상 폭등하는 등 생산비 급등으로 기존 낙농가뿐만 아니라 후계 낙농가들도 업을 포기하려고 한다”며 “원유가격은 낙농가의 미래 원유생산 가능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지표로써 우유생산기반 측면에서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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