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인사 임박…힘 실리는 3세 이선호
CJ그룹 인사 임박…힘 실리는 3세 이선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2.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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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복귀 후 광폭 행보…제2 비비고 이끌어
제일제당 글로벌 식품사업 중심서 위상 강화
CJ그룹 오너 3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사진=연합뉴스]
CJ그룹 오너 3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사진=연합뉴스]

CJ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오너가 3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31·사진)의 임원 승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핵심인 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확장과 차후 승계를 고려할 때 글로벌 비즈니스를 맡고 있는 이선호 부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선 임원 승진은 유력하단 관측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2022년 정기 임원인사는 이르면 이달 중순 단행된다.

이번 인사에선 핵심 계열사의 대표 교체 등과 같은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표들 모두 지난 인사를 통해 바뀌었고 성과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최은석 대표가 이끄는 제일제당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대한통운 제외) 누계는 11조6512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6909억원)보다 9%가량, 영업이익은 1조444억원으로 같은 기간 8334억원보다 25.3% 늘었다. 지난 3분기엔 단일 분기론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넘어섰다.

제일제당에서 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긴 강신호 대표는 올 3분기 매출액 누계(8조2863억원)에서 지난해 동기보다 4.4% 늘고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2440억원)의 무난한 실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강호성·허민호 각자 대표가 맡고 있는 ENM 또한 올 3분기까지 매출액(2조5573억원)과 영업이익(2672억원)에서 각각 4.5%, 45.1% 성장했다. 

더욱이 이들은 지난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1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와 ‘2023 중기비전’을 선포한 것에 맞춰 새로운 전략 수립과 신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CJ그룹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은 오너가 3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임원 승진이다. 이 부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자 이재현 회장의 아들이다. 이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바이오사업팀 부장과 식품 전략기획 1부장 등을 맡았다. 

CJ ENM에 근무하는 5살 터울의 누나인 이경후는 그룹의 지난 임원인사에서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당시 이선호 부장은 2019년 가을 대마 흡연·밀반입 혐의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 부장은 이후 관련 재판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고 올 1월부턴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9월 CJ 비비고와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부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해 경욱호 CJ제일제당 CMO(맨 왼쪽)와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왼쪽 두 번째),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CEO(맨 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지난 9월 CJ 비비고와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부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해 경욱호 CJ제일제당 CMO(맨 왼쪽)와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왼쪽 두 번째),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CEO(맨 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023 중기비전’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CJ]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023 중기비전’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CJ]

이 부장은 자신을 둘러싼 악재를 어느 정도 털고 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엔 대외행사에도 얼굴을 드러내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주력 브랜드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의 유명 구단 ‘LA레이커스’와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부장은 또 일명 ‘제2의 비비고 만두 찾기’로 불리는 제일제당의 글로벌 한식 육성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만두를 포함해 치킨과 김치, 고추장, 즉석밥, 김까지 6개 상품군을 중심으로 해외 식품사업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비전 선포에서 ‘글로벌 확장’과 ‘초격차 역량’을 재차 강조했다. 이 부장이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임원 승진으로 권한과 책임을 더욱 강화하겠단 명분은 힘을 받게 된다.

이 부장은 최근 CJ4우(신형우선주)를 추가 매입하고 지분을 25.16%(CJ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까지 끌어 올리며 승계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일단 우선주라서 의결권은 없지만 8년 뒤인 2029년엔 의결권이 유효한 보통주로 바뀐다. 

아울러 이 부장은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이 예상되는 CJ올리브영 지분 17.97%을 보유했다. 상장될 경우 최대 4조원대 가치로 평가 받는 올리브영은 CJ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요 계열사로 점쳐진다. 올리브영이 상장하면 이 부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장이 맡은 업무의 무게감이나 대외적인 활동 공개, 누나 이경후 부사장과의 균형 등을 감안할 때 임원 승진에 대한 시그널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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