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 이재현의 반성
[기자수첩] CJ 이재현의 반성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2.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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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총액 기준 재계 13위의 CJ그룹은 식품과 물류, 콘텐츠 등 주력사업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며 위상을 높여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을 중심으로 올 3분기까지 고른 성장을 보였다. 

CJ그룹 이미지도 상당히 우호적인 편이다. K-푸드, K-컬처 등 강력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쥔 덕분이다. ‘비비고’ 만두와 영화 ‘기생충’은 물론 최근 큰 화제가 된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까지 대중적인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며 CJ만의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70여 년 전 설탕으로 시작한 CJ가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높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CJ는 적어도 이재현 회장이 지난달 공식 석상에 나오기 전까진 순탄한 성장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11년 만에 전 임직원들에게 얼굴을 드러내면서 ‘실책’이란 말을 먼저 꺼냈다. 최근 3~4년 새 정체의 터널에 갇혔고 새롭게 도전하려는 조직문화를 갖추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며 ‘반성’을 했다. 또한 급격히 변화를 겪는 격동의 시기에서 그룹 전반으로 ‘대변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변혁을 위해 ‘미래’와 ‘인재’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단 주문을 했다. 

사실 이재현 회장은 2017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과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겠단 ‘그레이트 CJ’를 공언한 바 있다. CJ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약 32조원이다. 이 회장이 당시 내세운 목표치보단 한참을 못 미쳤다. 글로벌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로 아직 역부족이다. 바깥에선 CJ가 안정적으로 커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다음 성장을 위한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 대한 움직임은 둔했던 것이다. 

이재현 회장은 제3의 도약을 향한 성장엔진으로 문화(Culture)와 플랫폼(Platform), 건강(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제시했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내후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그룹 매출의 1/3가량을 미래에 쏟아 붓겠단 대담한 계획이다. 

이 회장은 반성했고, CJ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일제당은 레드바이오 기업들을 출범시키고 대한통운은 첨단 IT 물류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낸다. ENM은 미국의 영화 제작사 인수에 이어 현지 대형 미디어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앞으로의 대변혁이 향후 이재현의 또 다른 반성에 그칠지 아니면 그레이트 CJ의 이정표가 될지 궁금해진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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