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직급파괴'…CJ, 사장-상무 '경영리더' 단일 통합
이재현 '직급파괴'…CJ, 사장-상무 '경영리더' 단일 통합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2.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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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6개 직급 모두 하나로 통폐합, 내년 1월 시행
이 회장 "최고 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 가장 시급"
구성원 75% 'MZ세대'…일반직원 직제 단순화 추진
지난달 초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중기비전 선포식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 [사진=CJ]
지난달 초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중기비전 선포식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 [사진=CJ]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장부터 상무대우까지 6개의 임원직급을 ‘경영리더’ 하나로 통합하고 내년부터 즉각 적용한다.

CJ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임원직제개편안’을 지주와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승인하고 조만간 단행할 임원인사에 적용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23일 발표했다. 

CJ는 임원직급 단일화를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는 우수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단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벤처·스타트업으로 출발하지 않은 기존의 일부 대기업에서 임원 직급을 2~3단계로 축소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통합하는 것은 CJ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CJ의 임원 직급인 경영리더의 처우와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욱 많은 보상을 받고 주요 보직에도 빨리 오르게 된다. 이는 체류 연한과 상관없이 부문장이나 CEO(최고경영자)로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과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만들어진 셈이다.

CJ의 이 같은 조치는 이재현 회장이 11년 만에 전 임직원들에게 얼굴을 드러낸 지난달 초 ‘C.P.W.S.(Culture·Platform·Wellness·Sustainability)’란 4대 미래 성장엔진을 제시하면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은 당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라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와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CJ는 내년부터 임원의 대외호칭으로 대표이사와 부문장, 실장, 담당 등의 직책을 사용한다. 내부에선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님’ 문화를 시행 중이다.

또한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됐던 차량·사무공간·비서·기사 등도 앞으로는 보직과 역할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직급별로 차종이 정해져 있던 업무용 차량도 앞으로는 일정 비용 한도 내에서 업무 성격과 개인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뀐다. 

CJ는 일반 직원들의 직급 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의 경우 기존 7단계였던 직원 직급을 전문성·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과 역할 중심의 ‘Associate’, ‘Specialist', 'Professional'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도 철폐했다. CJ CGV와 CJ푸드빌은 앞서 직원 직급을 7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한 바 있다. CJ ENM과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더욱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는 직급 파괴가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와 글로벌 경쟁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성장 주역이 될 MZ세대가 원하는 ‘공정한 성장기회’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이 승진 단계를 줄이고 성과와 역할을 중시하는 인사 조직문화 구축에 있다고 보고 있다.

CJ그룹의 올해 말 기준 전체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 구성원 비중은 75%로 4년 전인 2017년(65%) 대비 10%포인트(p) 증가했다. 이중 90년대생 비중은 22.1%에서 37.3%로 약 15%p 늘었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인적 구성이 점차 젊어진 만큼 인사제도나 조직문화도 구성원 특성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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