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통결산잇슈] '인적쇄신'과 '로켓배송'의 흑자 반전
[2023 유통결산잇슈] '인적쇄신'과 '로켓배송'의 흑자 반전
  • 김소희·박소연 기자
  • 승인 2023.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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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만년 적자 벗어난 쿠팡
먹거리 고물가 지속…일본 오염수 위협에도 日맥주 인기
하림 HMM 인수전서 勝, 통합 셀트리온 출범, K라면 '훨훨'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각 사]

2023년 유통업계에서는 롯데,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침체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적쇄신이 이뤄졌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운 뚝심으로 만년 적자 꼬리표를 뗐다. 우유와 햄버거, 맥주 등 전방위적으로 가격인상이 거듭되면서 먹거리 물가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됐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수산물 소비 침체가 우려됐지만 걱정과 달리 소비는 줄지 않았다. 또 과거 ‘No Japan(노 재팬)’ 운동으로 위축됐던 일본맥주는 수입맥주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림은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인수를 두고 동원과 치열한 경쟁 끝에 승기를 잡았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으로 해외 바이오시장을 호령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K라면은 올해 수출로만 1조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며 저력을 입증했다.

◇유통 3사 '물갈이'…실적 반등 꾀한다
롯데·신세계·현대百, 계열사 대표 최대 40% 교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대기업들이 최근 임원인사에서 칼을 빼들면서 핵심 계열사 수장들이 대거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그룹은 통상적인 임원인사보다 다소 늦은 12월 초 화학군 총괄대표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책임자) 총 14명을 교체했다. 이에 따라 나영호 롯데온(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 대표가 옷을 벗었다. 대신 박익진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박 신임 대표는 다방면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롯데온의 턴어라운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반면 체질 개선 등의 성과를 낸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는 재신임을 얻었고 정준호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평년보다 빠른 9월 말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의 약 40%를 갈아치웠다.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임기를 1년 남기고 고문으로 퇴진했다. 그 자리에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발탁됐다.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임을 받았던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도 해임됐다. 후임으로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선임됐다. 특히 이명희 회장이 직접 이번 임원인사 판을 짠 것으로 알려졌는데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1월 초 임원인사에서 핵심 유통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수장을 바꿨다. 신임 백화점 대표에는 정지영 현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이 낙점됐다. 홈쇼핑 대표에는 한광영 현 영업본부장이 발탁됐다. 두 대표 모두 이번 인사로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됐다. 현대백화점은 이외 현대L&C와 현대퓨처넷 대표도 각각 정백재 전무와 김성일 전무로 교체했다.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선임해 안정 속 쇄신을 꾀했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설명이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모습.[사진=쿠팡]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모습.[사진=쿠팡]

◇쿠팡, 5개 분기 연속 '흑자'
분기 매출 첫 8조, 활성고객 2000만명

쿠팡이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한 이후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연간 흑자 달성을 확실시했다.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하며 서비스를 본격화한 지 약 10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쿠팡은 올해 3분기 1146억원(8748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310.39원 적용)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수치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원(3억419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쿠팡은 투자 확대로 대만·쿠팡이츠·쿠팡페이 등 성장사업 부문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이 2107억원(1억6082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늘었음에도 창출된 이익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으로 창립 이래 첫 분기 8조원 고지를 넘겼다.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원을 돌파한 지 10개월 만이다.

쿠팡은 핵심 비즈니스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분야와 성장사업 분야의 성장세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실제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전년보다 18%, 성장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41% 각각 신장했다. 또 활성고객(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산 고객) 수가 지난해 3분기보다 14% 늘어난 2042만명인 점도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는 게 쿠팡의 분석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여전히 전체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다. 로켓배송 등과 로켓그로스를 통한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지출액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또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이로써 쿠팡은 90개국의 이커머스 네트워크는 물론 인기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사진=연합뉴스]

◇우유·술·햄버거 등 먹거리 물가 상승랠리
생산비 상승 압박 지속…소비자 부담 가중

연초부터 시작된 먹거리 물가 상승랠리는 연말까지 지속됐다. 식품·외식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의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우선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동원F&B 등 유업체들은 원윳값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낙농진흥회는 음용유용 원유 기본가격을 전년 대비 리터(ℓ)당 88원 오른 1084원으로, 가공유용 원유 기본가격을 87원 오른 887원으로 각각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흰우유 제품은 2900원대로 가격이 상향 조정됐다. 빙그레와 동원F&B 제품도 평균 5% 가격이 올랐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지난 10월부터 제품 출고가를 6~7% 인상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테라·켈리, 오비맥주의 카스·한맥 등이 대상 제품이었다. 다만 참이슬 등 소주는 내달부터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기준판매비율’ 도입을 결정하면서 출고가는 다시 낮아질 전망이다.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등의 위스키 가격도 최대 14.8% 비싸졌다.

대표 외식메뉴인 햄버거 가격도 올랐다. 맥도날드는 △버거 4종 △맥모닝 1종 △사이드 및 디저트 7종 △음료 1종 등 13개 메뉴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조정 폭은 최대 400원,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3.7%다. 대표 ‘빅맥’은 단품 기준 5500원으로 약 1년 새 900원이 올랐다. 국내 햄버거 매장 수가 가장 많은 맘스터치는 닭가슴살 패티를 사용하는 버거 4종(휠렛·화이트갈릭·딥치즈·언빌리버블)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진열된 수산물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진열된 수산물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에도 수산물 소비 되레 증가
시장·마트 매출 두 자릿수 신장…일본맥주 수입 1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지난 8월 24일부터 11월 20일까지 3차례에 걸쳐 바다에 방류됐다. 안전성 문제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우려와 달리 대형마트, 수산시장 등에서의 수산물 매출은 되레 증가했다.

한 카드업체가 자사 고객의 8월 24~30일 카드사용 금액을 분석한 결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쓴 금액이 전 주(17~23일)보다 49%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A사의 수산물 매출은 오염수 방류 2주 전(10~16일)과 비교해 약 18% 신장했다. B사의 8월 24~27일 수산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 올랐다. C사의 8월 23일~9월 3일 수산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가량 증가했다. 특히 건해산물과 건해조류 매출이 각각 30%, 80% 급증했다.

올 들어 일본맥주 인기가 치솟은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올 10월까지 일본맥주 누적 수입량은 7243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 폭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4210만5000달러(12월 15일 기준 약 546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264% 늘었다.

일본맥주 수입액은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제외하면서 촉발된 노 재팬 불매운동 확산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제 일본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달러에서 2019년 3976만달러로 반토막 난 데 이어 2020년 561만달러로 급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불매운동은 시들해졌고 윤석열 정부의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 등까지 맞물리면서 일본상품에 대한 국내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 일본맥주는 올해 6월부터 수입량이 빠르게 늘었으며 결국 수입맥주 1위를 탈환했다.

하림 CI
하림 CI

◇하림, HMM 인수전 웃었다
내년 상반기 주식매매계약…재계 13위 도약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할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주식 3억9879만주(57.9%)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앞서 하림은 본 입찰에서 동원그룹과 맞붙었다. 하림은 인수 희망가로 동원(약 6조2000억원)보다 2000억원 많은 약 6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HMM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했다. 하림그룹 계열의 해운사 팬오션도 보유했던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산은·해진공 등 채권단과 하림은 세부적인 계약조건에 대한 추가적인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하림은 HMM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룹 자산이 43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재계 순위도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셀트리온 CI
셀트리온 CI

◇통합 셀트리온 출범…글로벌 빅파마 '발판'
2030년 매출 12조 달성 정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쳐진 ‘통합 셀트리온’이 12월 28일 출범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8월 17일 이사회, 10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셀트리온은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 합병도 추진해 내년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셀트리온은 거래구조가 단순화되면서 투명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매출원가율이 개선돼 시장 지배력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규모 투자재원이 확보된 만큼 2030년까지 총 22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갖추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통합 셀트리온은 2030년 매출 1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통합 셀트리온은 이와 함께 매출·이익 확대로 주주에게 환원될 수 있는 재원도 늘어난 데 따라 중장기적으로 현금배당 기준 배당성향을 확대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쓴다. 아울러 3공장·완제의약품(DP) 공장 증설을 포함해 생산능력을 강화한다.

셀트리온그룹은 자사만이 가진 강점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종합생명공학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사진=연합뉴스]

◇K라면, 불황은 없다…수출 1조 돌파 '날개'
전년比 25% 늘어난 7억8525만달러

K라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음식에 대한 해외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12월 15일 기준 약 1조18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약 14% 증가한 20만1363톤(t)으로 집계됐다.

수출액 기준 한국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 1억7445만달러 △미국 1억700만달러 △일본 4866만달러 △네덜란드 4864만달러 △말레이시아 3967만달러 등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형 라면 메이커 농심과 삼양식품의 수출액이 눈에 띄게 늘었다. 농심의 올 3분기 누적 라면 수출액은 1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뛰었다. 해외법인 매출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많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28% 상승한 5760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K라면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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