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도는 이디야커피, 돌파구 시급한 문창기 회장
위기 감도는 이디야커피, 돌파구 시급한 문창기 회장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12.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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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현대차·GS 출신 CEO 영입 불구 성장 정체…매장 수 '1개' 증가
3인 대표 체제서 '오너 경영' 리턴…"한 단계 도약하는 내년 될 것"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사진=이디야커피]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사진=이디야커피]

매장 수 기준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에 위기감이 감돈다. 오너 문창기 회장은 코로나 이후 재도약을 위해 현대차·GS 등 대기업 출신의 CEO(전문경영인) 2명을 야심차게 영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이들은 자리에 물러났다. 문 회장 1인 대표 체제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디야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문 회장은 경영쇄신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년 새 계약해지 두 배 늘고 수익성 악화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선임됐던 권익범 이디야커피 대표가 이달 초 자리에 물러났다. 권 전 대표는 이디야에 오기 전 GS리테일 전략부문장 전무와 MD 본부장, 파르나스호텔 대표 등을 거친 유통·마케팅·구매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디야는 권 대표 영입 당시 “가맹사업과 구매·물류 등 경영 전반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5월에는 이석장 대표도 사임했다. 이 전 대표는 권 전 대표보다 한 달 가량 앞서 선임됐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딜로이트 컨설팅 등 국내외 굴지의 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기업 경영전략 컨설팅 전문가다. 문 회장은 당시 이 대표의 전략·기획 역량과 성과, 풍부한 경험을 높게 평가해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했다. 

이디야는 2명의 CEO를 영입하면서 ‘3각 경영체제’를 이뤘다. 문창기 총괄대표이사 회장은 이 전 대표에게는 경영전략을, 권 전 대표에겐 유통과 해외영업 등을 맡기며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다만 여러 성과 지표를 살펴볼 때 이디야의 성장은 정체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이디야커피 매장 수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2661개에서 코로나19를 거쳐 지난해 3019개로 3년 새 13.5%(358개) 늘어 언뜻 보면 양호해 보인다. 좀 더 세밀히 살피면 2021년 3018개였던 매장 수는 3인 대표 체제였던 지난해 3019개로 단 1개 늘었다. 그나마 이는 직영점이다. 

신규 출점은 2020년 305개에서 2021년 218개, 2022년 196개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계약해지는 81개, 88개, 196개로 급격히 늘었다. 3인 대표 체제였던 작년의 계약해지 수는 전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의 어느 이디야커피 매장.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의 어느 이디야커피 매장. [사진=박성은 기자]

수익성도 좋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94억원에서 2020년 141억원으로 27.3% 줄었다가 이듬해는 190억원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3인 대표 체제의 지난해에는 1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당기순이익은 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63억원으로 전년 160억원과 비교해 62.5% 급감했다. 코로나 첫 해인 2020년에는 110억원이었다. 

가맹점 매출도 하락세다. 2019년 매장당 평균 매출액은 2억1693만원이었는데 작년에는 1억8986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면적(3.3㎡)당 평균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842만원에서 644만원으로 3년 새 200만원 가량 줄었다.  

◇스벅과 메가 사이, 애매모호한 포지션
이디야는 1세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가격 대비 맛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시하는 문 회장의 경영철학 덕분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와 함께 국내 커피전문점 빅(Big)3로 성장하며 20년 이상 롱런한 비결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이디야의 강점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 소비트렌드가 경기불황 속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양극화되는 가운데 메가엠지씨커피(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더벤티, 빽다방 등 1000원대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이디야의 가성비 이미지는 사실상 실종됐다. 일부 저가 커피 브랜드는 일부러 이디야 매장 부근에 출점하는 전략을 취할 정도다. 

차세대 가성비 커피 주자로 자리매김한 메가커피는 2016년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한 후 불과 4년 만인 2020년 1000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에 2000호점을 넘었다. 올해 목표는 3000호점이다. 이디야는 가맹사업 18년 만에 3000호점을 돌파했다. 단순 기간으로는 메가커피 성장세가 훨씬 빠르다. 실제 메가커피의 3년간(2019~2021년, 공정위 기준) 평균 신규 출점 수는 400개를 웃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속도라면 내후년 즈음 매장 수에서 메가커피가 이디야를 제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더욱이 오늘날의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만이 아닌 일과 여가를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은 맛과 가격 외에도 편안한 좌석과 넓은 공간, 와이파이, 콘센트 유무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면에서 중소형 매장 위주로 3000원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이디야의 영업전략은 지금 시점에서 약점으로 작용된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벅스·투썸과 같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이디야는 일단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경쟁력과 업무효율성 제고에 주력한다. 업황 특성상 가맹사업에 지속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게 최우선인 만큼 ‘운영혁신팀’을 신설해 가맹점 매뉴얼 고도화, 매출 활성화에 나선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대내외 위기상황에서 조직효율화를 도모하고 강력한 경영혁신을 추진하고자 조직개편을 단행하게 됐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2024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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