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톱티어 반도체 장비사 ASML과 손잡았다. 반도체 초미세공정 공동개발로 초격차 기술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ASML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1조원을 투입해 한국에 연구개발 센터를 열고 차세대 EUV 기반 초미세 공정을 공동개발 한다.

이날 MOU 체결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마련됐다. 윤 대통령과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을 비롯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 양국 정상과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장비가격은 대당 2000억원에 달하지만 연 50대 이하만 제작된다. 이에 ASML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인텔, TSMC 등 수많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슈퍼 ‘을’로 통한다. 특히 ASML이 양산을 준비 중인 차세대 EUV 기반 ‘하이(HIGH)-NA EUV 노광장비’는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구현에 필수다.

업계 위상이 높은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 R&D센터를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이 ASML 경영진과 꾸준히 회동하며 협력관계를 이어온 성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서 ASML 본사를 찾아 경영진들과 회동했고 같은 해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공식 방한 당시엔 페터르 베닝크 ASML CEO와 차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지원도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ASML 피터 베닝크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에선 알렉산더르 국왕,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ASML의 반도체 핵심 공정인 ‘클린룸’도 시찰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ASML 본사에서 진행된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네덜란드 기업의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MOU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1위 전략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2030년까지 대만 TSMC를 제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격차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7.9%로 선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전자는 2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12.4%에 불과했다.

이날 자리에선 SK하이닉스도 ASML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키로 MOU를 맺었다. EUV 도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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