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제주·부산 DNA 담은 'K-패션' 아세요?
[금요칼럼] 제주·부산 DNA 담은 'K-패션' 아세요?
  • 신아일보
  • 승인 2023.12.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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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트뷰로 대표 이영희

제주도를 사랑하는 청년 패션디자이너가 있다.

서른 초반의 박린준 디자이너는 제주의 바다와 해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브랜드의 색은 제주 옥빛 바다, 표현 도구는 해양생물과 자연, 사람이다.

유독 해녀들의 삶을 지탱해 준 바다와 노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그가 5년 전부터 해녀복 연구소를 만들었다. 해녀복 연구소는 중기부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드디어 제주특별자치도와 국산 해녀복 개편을 위한 첫 계약을 따내었다.

제주도청, 시청, 해양수산과, 해녀문화유산과, 수협, 마을 어촌계를 순회하며 일본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는 해녀복의 개선과 진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해 온 청년의 의지가 드디어 통한 것이다. 해녀복의 신소재 개발과 함께 12월, 해녀 방풍 재킷이 처음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패션디자이너 박린준이 디자인하고 제주 해녀들이 선택한 해녀 유니폼은 12월 공식적으로 보급을 시작하며 계절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진화를 해 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제주의 스토리를 담은 해녀 방풍 재킷은 마젠타 컬러로 화려하지만 기능적이고 심플한 스타일이 매력적이어서 SNS 공개 후 일반 소비자들로부터도 호응이 감지되고 있다.

영국에서 패션을 전공한 박송희 디자이너는 코로나 팬데믹에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

박송희 디자이너는 부산의 바다, 파도, 레저, 휴양도시의 이미지를 담은 잠옷과 소품들을 선보이며 유명 백화점과 면세점, 자사몰 등에서 활발한 판매 활동을 하고 있다.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물결무늬와 휴양지의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을 담은 제품들은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재구매로 이어지고 전국에 마니아층도 생겨났다. 박송희 디자이너는 부산을 거점으로 해외시장으로 뻗어 나갈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도 10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서울패션허브 창업뜰 소속)이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패션제품에 담아 국내는 물론 해외 전시에 선보여 크게 화제가 됐다. ‘서울 라이프, 서울 스타일’을 주제로 10명의 디자이너가 서울 내 10곳의 핫 플레이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패션 상품화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제품들은 일본 유명 전시회에 전시했고 지난해보다 5배 이상의 상담을 진행할 만큼 바이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바이어들은 일반 기성복보다 문화와 스토리에 열광하는 MZ세대들이 좋아할 개성 있는 제품에 확실한 구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성과의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과 온라인 판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세계가 K-컬쳐에 열광하고 있다. 해외 대학생들이 여행하고 싶은 최애 도시로 손꼽고 있을 정도다. 한국 사람처럼 말하고 노래하고, 옷을 입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싶어한다. 이제 초와 분을 다퉈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에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렇게 봤을 때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앞서가는 ‘촉’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세계의 흐름을 읽어내고 본능적으로 행동에 옮겨가는 침착함에 감탄할 따름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성을 찾아내 특화하고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K-패션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는 달리 이처럼 젊은 지성들의 집합체로 오래 지속 될 패션문화로 서서히 세계로 스며들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한다.

우리는 ‘나노트렌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패션계는 특정 유행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 분을 다투는 정보화시대에서 ‘만인 만색’의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는 난제를 품게 됐다.

어느 국가, 어느 지역이든 확고한 정체성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가 있다. 지역의 특색과 DNA를 효과적으로 담아냈을 때 그것이 곧 세계화, K-패션의 차별화가 아닐까 한다.

제주의 옥빛 바다, 마젠타 빛 해녀들의 모습이 선명해지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패션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서울아트뷰로 대표 이영희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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