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먼저 큰 사과 고르지 마라
[금요칼럼] 먼저 큰 사과 고르지 마라
  • 신아일보
  • 승인 2023.10.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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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박노섭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작가의 예술과 산업융합 △글로벌 환경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푸드테크 △취업혁신 △여성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매주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시작하는 절기 한로가 며칠 전 지났다. 시골 풍경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이고 여름철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다시 제자리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 하늘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맑은 구름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고 그곳에 무리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를 발견하면 금세 눈을 떼기 어렵다. 이정표도 없는 하늘을 나침판도 없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만 하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기러기들의 V자 편대 비행에는 인간에게 교훈을 주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한다.

힘세고 용감하며 경험이 많은 기러기가 거친 바람을 가르며 맨 앞에서 무리를 이끈다. 선두 비행을 이끄는 대장 기러기는 위험성도 있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 날아가야 하는 나침판 역할 등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장 기러기는 자신의 방향을 고집하지 않고 무리가 새로 만든 대형의 정점으로 옮겨가며 난다한다. 무리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날며 조금씩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목적지까지 무사히 안착하게 한다. 앞에서 날개짓하면 소용돌이가 만들어져 뒤에서 나는 새는 상승기류를 타서 초보자들도 기류에 얹혀 쉽게 따라갈 수 있다.

선두 비행을 이끄는 것이 힘들고 지치기 때문에 대장 기러기 역할은 혼자 다 하지 않고 서로서로 돌아가면서 임무를 맡는다 한다. 이렇듯 기러기 편대 비행 속에는 집단에서의 희생과 배려, 소통의 철학이 담겨 있어 CEO들도 기러기 리더십으로 불리는 교훈을 배워 기업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어느 CEO는 대장 기러기 론을 경영철학으로 조직을 이끌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대장 기러기 역할을 ‘꼭짓점에서 위험요소가 없는지 관찰하는 위험관리자’, ‘따뜻한 남쪽나라로 향하게 하는 내비게이터’, ‘맨 앞에서 날갯짓으로 부력을 만들어 뒤따르는 기러기가 힘이 덜 들게 하는 촉진자’라고 정의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두려움을 떨치고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창조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생존의 관문을 통과하자”고 강조하며 리더로서 앞장서는 것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 초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업무를 10여년간 담당한적 있다. 전직 국무총리를 했던 초대 위원장이 취임해 “함께 가면 멀리 갑니다”라는 속담을 자주 인용했다. 상생협력을 통해 다함께 성장하고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뜻으로 이제는 ‘동반성장’ 하면 바로 떠오르는 문장의 대명사가 됐다. 

위원장은 “동반성장은 시대정신이다”라고 역설하며 ‘동반성장 포럼’을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취임 초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납품가 인하 요구 등으로 이익이 편중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익 공유제’ 필요성을 널리 설파했다. 지난 10월 초부터 시행되는 ‘납품대금연동제’ 역시 동반성장 일환으로 추진되는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세계적 추세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동반성장 가치는 연관성이 많다는 점에서 “동반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광주리에 담긴 사과를 네가 먼저 고를 기회가 오더라도 절대 큰 사과를 고르지 마라. 욕심 많은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남 잘되게 도와줘라, 그래야 너도 잘된다.”

학교 다니고 군대생활, 사회생활 시작할 때 어머니께서 수시로 해줬더 말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직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 곤경에 빠졌을 때 ‘이건 내 책임이야’라고 가로막으며 따뜻하게 감싸 주시고 조직 발전에 헌신적으로 기여했던 선배님이 떠오른다.

“우리 회사 성장의 힘은 모두 직원들 덕택입니다.” “내 이익보다도 고객, 사회 등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동반성장을 실천하며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도 최근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주말 부모님이 심어놓은 농장으로 밤도 줍고 감을 따러 고향에 내려간다. 부모님이 살아생전 농사지으며 땀 흘린 화전 밭 언저리 햇빛 잘 드는 곳에 산소를 모셨다. 밭둑에 핀 들국화 꺾어 술 한잔 올리고 어느 가수의 노래 ‘가을에 편지를 쓰겠어요’ 가사처럼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편지 한 통을 써볼까 한다.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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