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유출 파문…유탄 맞은 안희정
투표 유출 파문…유탄 맞은 안희정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3.23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세론 확인한 문재인, '표정관리'
"판은 안 깨지만 감정 회복 불능"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3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열린 지방분권형 헌법개정과 지역균형발전 촉구 범시민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으로 나흘 앞으로 다가온 27일 '호남 경선'에 비상이 걸렸다.

214만3330명이라는 역대급 국민참여 선거인단 모집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축제 분위기였던 당 분위기는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지고 있다.    

특히 전면전에 돌입하며 거친 언사를 주고받던 문재인, 안희정 양 진영은 이번 유출 파문으로 봉합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 선관위는 23일 "유출 자료는 공식 투표결과 자료가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지만, 일부 매체는 이미 지역별 상세 득표율과 순위까지 공개한 상태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쪽은 안희정 후보다.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기는커녕, 이재명 후보에게 밀려 3위로 추락했다는 현장투표 유출본 결과 때문이다.

당 선관위가 아무리 공식 자료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SNS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세론으로 투표 분위기가 급속히 기울고 있다.

박영선 '안희정 캠프' 의원멘토단장은 "문 전 대표 캠프에 책임있는 직책을 맡는 분들이 '이것은 찌라시다. 이것은 가짜뉴스다'라고 규정을 했다"며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찌라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문재인 캠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캠프 전략기획실장인 박용진 의원은 "대한민국 선관위가 대통령 선거를 진행하는데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선거결과가 공표 돼 버리는 상황이 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선거냐"며 "대단히 분노스럽다"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 의원은 당 선관위의 진상조사 약속에 대해서도 "당 선관위가 진상조사의 주체여야 하나, 아니면 대상이 되어야 하나"라며 "그것 자체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처럼 격앙된 분위기 속에 일부에서는 안 후보측이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판을 뒤엎는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안 후보측은 "일단 당 차원의 후속조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투표결과가 비록 유출되기는 했지만 각 캠프에서 투표소로 파견한 참관인만 1000명이 되는 등 결과 유출은 '예견된 참사'였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투표 유출 파문이 불거진 날, 세월호 인양이 개시되는 등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것 또한 안 후보측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출본 결과대로 안 후보가 대참패 하는 수준이라면 '반발' 하기에도 모양새가 민망할 정도라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판을 뒤엎을 우군도 없다.

이재명 후보는 "당이 신중하지 못하고 편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으로 관련자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이번) 논란 때문에 경선을 보이콧하거나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그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이 후보가 안희정 후보를 꺾고 2위를 기록했다는 유출 결과에 내심 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 진행과정에서 (있었던) 당 선관위에 대한 문제는 각 후보 캠프들이 모여 적절한 논의를 해주시기를 바란다"며 투표 유출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반면 문 후보는 "개표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현장투표 결과가 일부 유출됐다고 하는데, 당 선관위가 발표한 자료가 아니므로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민주당의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유출 파문에도 불구하고 경선은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여타 후보들의 반발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