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제45대 대통령 당선… '이단아' 시대 열렸다
트럼프 美 제45대 대통령 당선… '이단아' 시대 열렸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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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서민층 분노·좌절, 아웃사이더 대통령 탄생 이끌어
정권인수위 구성해 본격 가동…인수과정서 파열음 예고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될 것…다른 나라 공정하게 대우"
▲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이단아'가 마침내 일반의 예상을 뒤집고 미국 정치를 뿌리부터 뒤집는데 성공한 것이다.

8일(현지 시각)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이후 날을 넘긴 9일 오전 2시 경 AP통신은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2명을 확보해 과반인 270명을 넘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확정했다.

개표 결과, 트럼프는 3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를 석권하는 등 경합주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전통적인 우세주를 대부분 지키는 기염을 토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초접전을 벌이긴 했지만 힐러리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만큼 트럼프의 당선은 파란일수밖에 없다.

이로써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기성 정치인을 제치고 공화당 후보가 된 데 이어 대선에서까지 승리한 아웃사이더 트럼프는 완전한 '트럼프 시대'를 열게 됐다.

트럼프가 당 경선에서 기라성 같은 16명의 경쟁자를 차례로 꺾은 데 이어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역임하며 '가장 잘 준비된 후보'로 불린 클린턴까지 침몰시킨 것은 주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미국인의 광범위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세계화 이후의 양극화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중산층 붕괴, 월가와 결탁한 기득권 정치의 폐해 등을 심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해왔다.

공화당은 8년 만에 대통령을 배출해 정권을 되찾은 데 이어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지켜냄으로써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모두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이메일 스캔들'에 시종 발목이 잡혔던 클린턴은 '역대급 비호감'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8년 전에 이은 대권 재수에 실패하면서 미국사 최초의 여성 대통령 꿈을 결국 접고 정치권을 떠나게 됐다.

민주당은 '8년 통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연속 정권 연장에 실패하며 야당으로 전락했다.

▲ 美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연설을 하며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의 손을 잡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는 곧바로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선 직후부터 다음 해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까지를 정권인수 기간으로 부른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패배를 먼저 선언하고 나서 트럼프 후보 측이 승리 선언을 하면 총무처가 최종 승자를 확정 발표한다. 그다음 정권인수위가 본격 가동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73일간의 정권인수 기간에 비서실장 등 백악관 참모 조직과 차기 행정부 장관 등 요직 인선을 하고 조각을 마친다. 또 정보기관을 포함한 새 정부 중앙부처 공직자 수천 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한다.

8년간 미국을 이끈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당이 다르고, 대선 기간 내내 양측이 사사건건 대립해 팬 골이 깊다는 점을 떠올릴 때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서 적지 않은 파열음이 나오리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이민 정책에서 완벽하게 대립한 만큼 최대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트럼프 취임 후 즉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8일 대선에서 총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을 확보해 승리를 확정 지었지만, 선거인단과 미국 의회가 그의 당선을 형식상 추인해야 한다.

각 주(州) 승리 정당의 선거인단은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의 월요일', 즉 올해 12월 19일 주도(州都)에 모여 주지사 입회하에 자신의 당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연방 상원의장은 이렇게 모인 각 주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내년 1월께 발표한다.

주요 장관 내정자들의 의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정권 인수인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월 20일 미국 의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트럼프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당선 축하파티가 열리는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와 가족과 함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축하 연설을 전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대단히 감사하다. 내가 방금 힐러리 클린턴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클린턴은) 우리 모두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제 함께 하나의 국민이 되자.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다시 미국을 부강한 국가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며 "이제 대통령으로 그 희망과 잠재력을 키워 모든 미국 시민이 꿈과 희망과 염원을 이룰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모든 이와 다른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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