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철도 지하화'…관건은 상부 개발 수익성
닻 올린 '철도 지하화'…관건은 상부 개발 수익성
  • 남정호·서종규 기자
  • 승인 2024.02.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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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민간 자본 활용 사업 추진 시동
건설사, 개발 이점에도 막대한 비용에 '신중'
서울시 중구 염천교 주변 철로.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중구 염천교 주변 철로. (사진=신아일보DB)

총선을 앞두고 철도 지하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와 정치권은 상부 개발 이익을 재원으로 도심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상부 개발 수익성이 사업성을 좌우할 것이라며 개발 이점이 작은 구간에서는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사들은 개발 이점은 있지만 지하화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 '철도지하화특별법' 내년 1월 시행

7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들 정당 최근 잇따라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수원역-성균관대역 구간과 영등포역-용산역 구간, 대전역 인근에 대한 철도 지하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하화 철도 상부 부지는 여가·문화 공간으로 개발을 유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달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신림역 △3호선 옥수역-압구정역 △4호선 쌍문역-당고개역 등 구간 지하화 추진 공약을 내놨다. 경부선과 경원선, 경의선, 광주선, 전라선 등에 대한 지하화도 추진한다. 지하화 철도 상부 부지는 지역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지난달 25일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철도 지하화 등 도시 공간 재구조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철도 지하화 재원은 재정 투입 없이 상부 개발 이익을 활용한 민간 투자로 마련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주 중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철도 지하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과 사업 기반 조성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 정비와 상부 개발·사업화 방식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지하화 노선·구간과 상부 개발 구상, 철도 네트워크 재구조화 등을 담은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오는 9월 지방자치단체 제안을 받아 연말까지 선도 사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식의 철도 지하화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인 '철도지하화특별법'도 지난달 공포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뒀다.

서울시 광진구 자양사거리 일대. 위에 고가가 2호선이 지나는 철로.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광진구 자양사거리 일대. 위에 고가가 2호선이 지나는 철로. (사진=신아일보DB)

◇ 경제성에 발목 잡힌 경험

과거에도 철도 지하화 시도는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서울시는 2012년 1호선, 2015년 2호선 지하화를 추진했는데 경제성이 매번 발목을 잡았다. 

당시 '지하철 2호선 지상 구간 지하화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 보고서'를 보면 2호선 지상 구간 21.9㎞ 사업 구간 전체의 B/C(비용 대비 편익)는 0.09로 나와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개략적인 사업비는 3조8844억원으로 ㎞당 1696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그간 철도 지하화 시도가 좌초됐던 것에 대해 정성봉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교통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지하화 사업의 경우 상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편익 발생 규모는 매우 미미해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민간 투자를 통한 철도 지하화 추진에 대해 철도 노선이 대부분 선(線)형(ㅡ자)으로 돼 있어 개발이익보다 사업비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지하화를 통해 상부 구간 개발 수익으로 사업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재원 조달이 어려운 곳에서는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 기획조정본부장은 "사업성이 부족해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특성상 선형 부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얻을 수 있는 개발이익보다 사업비가 과도하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봉 교수는 "지금까지 철도 지하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추진되지 않았다"며 "철도 지하화를 통해 상부 구간 개발 수익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전제가 있는데 이 같은 전제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대전시 동구 대전역 인근 철로. (사진=신아일보DB)
대전시 동구 대전역 인근 철로. (사진=신아일보DB)

◇ 건설업계 "계산기 두드려봐야"

건설사들은 상부 개발 이점이 있다면서도 사업 참여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민주당이 1㎞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4000억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하는 등 막대한 비용 투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부 개발이익을 통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는 모델을 찾은 것 같다"며 "지상에 철도가 지나가면 개발에 제약이 있는데 그걸 없앰으로써 단절됐던 주변 부지를 연계해 넓은 부지로 개발할 수 있어 그런 쪽으로 인센티브를 준다면 사업성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 개발을 많이 하는데 그 규모랑 지하를 개발하는 건 스케일이 다르다"며 "밑에 개발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계산기를 여러 번 돌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상부 개발에 따른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면(面)형 개발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모빌리티 연구실장은 "개발하기 위한 여러 기반 여건이 유리한 서울에서 철도를 못 묻으면 이외 지역에서 그걸 묻을 수 있을까 생각된다"며 "(철도를) 묻고 나서 상부를 개발하려면 지금의 선형적 개발계획이 아니라 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본 구상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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