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 무산에 유감"…종합물류기업 도약 '아쉬움'
하림 "HMM 인수 무산에 유감"…종합물류기업 도약 '아쉬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2.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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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해진공 매각 측과 이견 차로 협상 최종 결렬
해운 포트폴리오 다각화, 재계 13위 도약 기대 꺾여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하림]

하림그룹의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가 결국 무산되면서 해운사업 시너지를 바탕으로 종합물류기업으로 재도약하려던 기대감이 꺾이게 됐다.  

7일 하림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이자 국내 2위 해운기업 팬오션과 재무적 투자자(FI)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 매도인인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과 7주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 결렬을 공식 통보받았다. 

하림그룹은 이날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돼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림 팬오션-JKL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18일 HMM 매각 측으로부터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산은과 해진공 등의 매각 측이 보유한 3억9879만주(57.9%)다. 팬오션-JKL 컨소시엄은 인수가로 약 6조4000억원 가량을 제시해 경쟁자인 동원그룹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이후 매각 협상 시한은 올 1월 23일이었으나 1차 협상이 결렬된 후 한 차례 연장을 통해 전날인 이달 6일 자정이 최종 협상의 ‘데드라인’이었다. 

그간 HMM 매각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암초들은 많았다. 특히 ‘영구채 전환’ 시기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컨소시엄은 팬오션을 통해 HMM 지분 57.9%를 인수할 방침이었다. 매각 측은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꿔 하림에 매각했으나 나머지 1조6800억원어치는 아직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매각 측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이럴 경우 지분이 32.8%가 된다. 하림 입장에서는 HMM을 인수하고서도 경영권을 위협 받을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림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매각 측에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의 3년간 유예와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 5년 제한 등을 요청한 바 있다.
 
결국 이 같은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HMM 매각은 결렬됐다. 산은, 해진공 등 매각 측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됐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과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 강남사옥 [사진=박성은 기자]
하림그룹 강남사옥 [사진=박성은 기자]

‘닭고기’를 주력으로 성장했던 하림그룹은 김홍국 회장이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해운사업까지 사업 영토를 넓혀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팬오션은 벌크선 사업이 주력이다. HMM을 인수할 경우 컨테이너선 사업을 더할 수 있게 돼 하림의 해운사업 경쟁력 제고의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실제 하림그룹은 HMM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본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 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림은 HMM 인수에 따라 ‘닭고기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물류기업’으로서 확실한 정체성 확장이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또 약 43조원의 자산 규모로 덩치를 키워 재계 27위에서 13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협상 결렬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한편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다가 지난해 7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HMM은 지난 2020년 흑자 전환하면서 9년 만에 적자 탈출했다. 이어 2022년 매출액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산은과 해진공은 이듬해 HMM 매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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