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⑤] 하림, 외연확장 '안간힘'…시험대 오른 김홍국
[유통 새판짜기⑤] 하림, 외연확장 '안간힘'…시험대 오른 김홍국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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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 탈피, 퍼스트키친 짓고 양재물류단지 조성 추진…미래성장동력 낙점
출시부터 논란 '더미식' 간편식 적자 지속…물류 신사업 자금 5조 마련 '고민'
2022년 5월 열린 ‘더미식 밥’ 출시 간담회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림]
2022년 5월 열린 ‘더미식 밥’ 출시 간담회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림]

하림그룹은 유통, 해운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대기업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축산기업 이미지가 여전히 크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가정간편식’과 ‘물류’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규모 종합식품단지를 가동하고 서울 양재물류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다만 식품 신사업은 ‘고가 전략’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아직 안정을 찾지 못했다. 물류단지 인허가 절차와 5조원의 자금 마련도 고민거리다. 김 회장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재계 20위권에도 '축산기업' 짙은 이미지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 신사업을 맡고 있는 하림산업은 최근 에이치에스(HS)푸드를 합병했다. 하림산업과 HS푸드는 하림지주 자회사로서 그룹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은 ‘가정간편식(HMR)’을 주력으로 한다. 하림산업은 김홍국 회장이 많은 공을 들이는 ‘더미식’ 브랜드가 핵심사업이다. HS푸드는 지난 2021년 3월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별다른 결실 없이 단종된 ‘하림 순밥(순수한밥)’을 생산했다. 하림그룹은 하림산업의 HS푸드 합병에 따라 즉석밥 사업을 ‘더미식 밥’으로 일원화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재계순위 27위(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 기준)의 대기업으로 키운 ‘자수성가형’ 인물로 꼽힌다. 축산업은 물론 유통(NS홈쇼핑), 해운(팬오션)까지 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닭고기는 하림’이란 캠페인 문구가 워낙 강렬한 탓에 재계 20위권 위상에도 하림을 축산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실제 하림지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기준) 12조1003억원에서 축산업 비중은 전체의 49%다. 다음으로 해운업이 43.5%를 차지했다. 김 회장이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하림의 지금 위상은 생각하기 힘들다. 하림산업 더미식으로 대표되는 가정간편식 사업 또한 김 회장이 종합식품기업으로 그룹 외연 확장을 위해 던진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으로는 경영능력을 또 다시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김홍국 회장 앞치마 둘렀지만…고가 전략 '논란'

김 회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그룹 본산인 전라북도 익산에 3만6500여평 규모의 종합식품단지 ‘하림푸드 콤플렉스(퍼스트키친)’를 완공했다. 그룹 미래를 위해 5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됐다. 김 회장이 자신하는 더 미식 간편식은 이 곳에서 생산된다. 2021년 10월 건면 ‘더미식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밀키트(식사키트) ‘더미식 유니자장면’, 즉석밥 ‘더미식 밥’, 국탕찌개 ‘더미식 국물요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요리밥 ‘더미식 카오팟쌉빠롯’으로 카테고리를 새롭게 추가했다.

전북 익산의 하림 퍼스트키친 공장 전경. [사진=하림]
전북 익산의 하림 퍼스트키친 공장 전경. [사진=하림]

김 회장은 더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이면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라면을 끓였다. 지난해 5월에는 ‘즉석밥 2.0시대’를 표방한 더미식 밥을 들고 나왔다. 둘 다 최고의 원재료와 하림의 높은 식품 R&D(연구개발) 수준을 자부하며 프리미엄 간편식을 지향했다. 김 회장은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미식 론칭 1년3개월여가 지난 지금 하림의 가정간편식은 김 회장의 기대만큼 그룹 위상에 눈에 띌만한 변화를 주지 못한 상황이다. 더미식 브랜드를 이끈 하림산업의 2021년 HMR 사업은 매출 192억원, 3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2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175억원 수준이다. 대표 격인 장인라면과 즉석밥 모두 CJ·농심·오뚜기 등 경쟁사에 밀리며 목표했던 점유율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더미식 라면과 즉석밥 모두 개당 2000원대 가격으로 접근 장벽이 높아 출시 때부터 논란이 컸다. 장인라면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보다 2배 가량 가격차가 났다. 더미식 밥도 업계 1위 CJ제일제당 햇반과 비교해 20% 이상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하림은 김 회장이 “(금액) 지불 용의는 소비자의 판단 영역”이라고 얘기했듯이 더미식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적자 축소 등 HMR사업 수익성과 관련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우선은 제품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시름 놓은 '양재물류단지' 조성사업

하림그룹 미래성장의 또 다른 축은 ‘물류’다. 중심에는 서울 ‘양재도시첨단물류단지(양재물류단지)’가 있다. 양재물류단지 역시 하림산업이 주도한다. 김 회장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9만5000여제곱미터(㎡)를 4525억원에 매입하고 물류단지 설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 반대에 부딪혀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지지부진했다. 다행스럽게 오세훈 시장 체제로 바뀐 지난해 서울시 실수요검증위원회 자문을 통과하면서 사업 물꼬를 튼 상황이다. 

김 회장의 구상대로라면 2027년 양재물류단지는 물류·업무·문화·교육 관련시설은 물론 공공주택과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스마트시티로 조성된다. 대신 단지 조성에 투입돼야 할 5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은 고민거리다. 현재 하림지주 재정상태는 나쁘진 않다. 부채비율은 2019년 연결기준 149.8%에서 2022년 3분기 183.1%로 늘었으나 재정건전성 면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서울 양재물류단지 부지. [사진=하림그룹]
서울 양재물류단지 부지. [사진=하림그룹]

하림그룹 관계자는 “양재물류단지의 경우 현재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라며 “여타 사업성을 감안할 때 자금 마련은 문제될 게 없다”고 확신했다. 

하림은 이 외에 지난 12월 팬오션을 통해 호반건설로부터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5%를 1259억원에 매입했다.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이력도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김 회장이 종합식품기업은 물론 육·해·공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물류사까지 넘보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기획 여섯 번째 기업으로 GS리테일을 살펴볼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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