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인중개사' 마음 열고 '정부·정치권' 눈 떠라
[데스크 칼럼] '공인중개사' 마음 열고 '정부·정치권' 눈 떠라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3.12.11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세 사기가 국민 삶을 짓밟았다. 부동산 거래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 청춘의 꿈과 평생 일군 자산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현재 정부가 인정한 전세 사기가 무려 9367건이다. 단일 사기 건으로 이 정도 규모가 또 있었을까? 그야말로 시스템의 붕괴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전세 사기 피해자와 야당은 선구제 후회수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늑장 대응에 '선구제'라는 표현이 적합할까? 선구제라는 임기응변으로 모면하기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대한민국에 전세 제도가 도입된 게 언제인가? 역사를 따지기도 어려울 만큼 전세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계약 방식이다. 그런데 1만 건에 육박하는 사기가 발생했다. 정부는 뭐했고 정치권은 뭐 했나? 국민보다 정권 유지가 먼저고 당선이 먼저였던 거 아닌가? 지금이라도 반성은 하고 있나?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전세 사기를 일으킨 주범으로 불투명한 정보가 꼽힌다. 임대인 우위 시장은 임차인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국가 공인 자격을 받았다는 공인중개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평가가 필요하다.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특별점검을 통해 적발한 위법 행위 공인중개사는 880명이고 이들의 위반 행위가 무려 932건이다.

전세 사기는 이것으로 끝일까? 공인중개사의 직업적 양심에 맡기면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을까? 공인중개사는 자체 정화가 가능할까? 냉정하게 말해 어렵다.

공인중개업계는 명확한 이익집단이다. 대한민국의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위해 일하는 공인중개사가 몇이나 될까? 법정단체화를 요구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대외적으로 건전한 부동산 중개업 육성과 부동산 거래 질서 관리 역량 강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대정부 협상력 강화', '중개업역 수성', '시장 독점에 대항하는 자생력 확보'가 이유다.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은 법정단체화를 위해 공인중개사 1인 1정당 캠페인을 펴면서 '내가 당연히 가져가야 할 나의 수익 창출을 위해'라는 목적을 제시했다. 공인중개사들이 국민 주거 안정과 수익 창출 중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직방과 다방 등 부동산 중개 서비스 프롭테크를 강하게 배척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가 지난해 공인중개사협회와 부동산 중개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당시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오늘날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공인중개사의 전문성과 프롭테크 기업의 기술력은 결코 뗄 수 없는 공생관계"라고 말했는데 협회의 지난 행보를 보면 도무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확하게 방향을 정해야 한다. 미지근한 행보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상대 정부·정당 비판에는 그토록 적극적인 정부와 정치권이 왜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소비자 간 오랜 갈등에는 명확하게 선을 못 긋나? 11만 개업 공인중개사의 표가 두려운 건가? 강력한 이익 집단 하나가 대다수 국민보다 무섭다는 얘긴가…

물론 공인중개사는 우리 국민이고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이토록 신뢰를 잃은 상황이 안타깝다. 혁신이 필요하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직업의식을 바로 세우고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생업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제발 국민을 돈으로만 보지는 말자. 전자 계약, 프롭테크를 배척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인중개사는 마음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을 향해 눈 좀 뜨자.

cdh4508@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