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와 여야 정당, 책임지고 전세 사기 해결해야
[데스크칼럼] 정부와 여야 정당, 책임지고 전세 사기 해결해야
  • 천동환 건설
  • 승인 2023.04.24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여야 정당은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전세 사기 문제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이런 사태를 몰고 온 책임을 절대 벗을 수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 성폭행, 강도 등을 저지른 범죄자는 명확하게 사회적 손가락질 대상이 된다.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으로 금기(禁忌)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는 유형이기도 하다.

또 다른 범죄 유형 중 하나인 사기(詐欺)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거나 때리거나 위협하는 형태는 아니다. 사전적 의미는 '나쁜 꾀로 남을 속임'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사람을 기망해 본인 또는 제삼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자'를 사기범으로 본다. 현실에서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누군가를 속여 돈이나 재산을 가로채거나 빌리고 갚지 않는 경우, 허황한 투자를 유도한 경우 등이 사기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사기가 이뤄지는 과정은 대체로 달콤하고 친절하다. 그래야 눈속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사기냐 아니냐를 두고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기 사건에 대한 평가와 대응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때로는 흐릿하다.

지금 전세 사기 문제로 대한민국 전체가 시끄럽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사려면 십수 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통계가 나오는 이 나라에서 집 주변에는 항상 문제가 있다. 한국의 특수한 임대차 방식으로 평가받는 전세는 보증 금액이 집값의 80% 이상인 사례가 허다하다. 24일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8월) 자금 조달계획서에 나타난 주택 매매 가격 대비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갭 투기 거래는 총 12만1553건이다. 이 통계는 국토교통부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근거한다.

특히 최근에는 전셋값이 집값에 거의 육박하거나 아예 집값을 넘어버리는 '깡통전세'가 늘어나면서 전세 사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집값에 맞먹는 전세 보증금을 떼인다는 건 인생 상당 시간 노력의 결실 또는 희망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사기는 살인이나 강도와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다. 개인이 입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물론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도 크다. 사기는 '함정', '지뢰' 같은 효과가 있어서 사회 전반의 불신을 조장하고 거의 모든 분야의 발전을 저해한다. 100m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누군가 몰래 파놓은 구덩이가 있을까 봐 마음 놓고 달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만큼 어떤 범죄보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근절해야 할 대상이다.

정부와 정당, 지자체가 전세 사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거나 제안하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쉬운 점은 이런 과정에서도 여야(與野) 간 정치 다툼이 앞서려는 조짐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거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3일 전세 사기 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 협의회를 열었는데 회의 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오늘 협의를 통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 법은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로 야기된 재난 수준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꾸역꾸역 지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첨가할 필요가 있었을까? 전세 사기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도에서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적절치 않은 시점에 굳이 대책 추진 동력을 약화할 필요는 없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많이 늦은 대책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했다기에는 부족하다"고 당정이 마련한 특별법 대책을 비판했다.

좋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자신들이 생각하기 부족한 법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할 수 있게 협조해야 한다. 이마저도 붙잡고 늘어진다면 말과 행동이 다른 거다. 상황이 급한만큼 대책을 빨리 시행토록 하고 추가 보강을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다.

전세 사기가 국민 삶을 갉아먹고 있다. 공인중개사라는 국가자격이 존재하고 편의점만큼이나 많은 공인중개사무소가 영업 중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피해자가 무지했거나 부주의했다고 넘길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자격을 포함한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다. 정부와 여야 정당은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