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의사에 대한 잘못된 환상
[데스크칼럼] 의사에 대한 잘못된 환상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4.04.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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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 1300여 명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협의로 고소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수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병원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기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로,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지인으로 느낀 점을 얘기해 보려 한다. 

우리는 의사를 '의사 선생(先生)님'이라고 부른다. '선생'은 성(姓)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누리집에 선생을 검색하면 '의사 선생'이 예문으로 나온다. 직업명 자체가 선생인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제외하고 당연하게 선생님으로 불리는 거의 유일한 직업, 의사다.

우리는 왜 의사를 선생님이라 부를까? 병을 낫게 하고 사람을 살리는 행위에 대한 감사와 존경 때문일까? 밤낮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과 소방관, 군인도 있는데 왜 의사에게만 선생님을 붙일까? 

의사는 매우 직접적이고 대체 불가한 행위로 생명을 대한다. 사람 몸에 합법적으로 칼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환자는 칼 든 의사에게 목숨을 맡긴다. 선생님이 아니라 더한 호칭이라도 가져다 붙이고 싶지 않겠나? 그들은 존재 자체가 생명의 은인인 선생님이다.

그런데 최근 의대 정원 증대 정책에 대응하는 의료계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의사에게 가졌던 환상과 기대가 너무 컸음을 깨닫는다. 우리 사회가 너무 과한 사명감을 요구하며 부담을 안긴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의사들은 의술로 돈을 버는 기술자, 전문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도 보통 사람임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의사가 되고자 한 상당수 보통 사람은 안정적인 상류층 삶을 꿈꿨을 거다. 의대 정원 확대로 미래 경쟁자가 늘어나고 지금보다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의사에게는 안정적인 삶이란 꿈이 흔들리는 문제일 수도 있다.

대형 병원 의사는 병원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중 한 사람일 뿐이고 개인 병원 개업 의사는 자영업자 중 한 사람일 뿐이었던 거다. 돈을 버는 기술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술일 뿐이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도 돈을 받아야 환자를 살린다. 가게에서 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의사에게 특별한 희생과 봉사, 고귀한 직업정신 따위를 강요했나? 의사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났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잘 못 된 환상과 기대를 버리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보통 사람들의 경제 논리를 적용해야 이해할 수 있다. 그 똑똑한 사람들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사람이 의사가 되는가? 자신을 희생해 사람을 살리려는 사람인가? 아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의사 면허증을 따는 데 필요한 건 사람을 살리려는 의지가 아니라 수능 1등급 성적표다. 의사를 어렵고 고달픈 삶에 자신을 던진 사람으로 바라보면 전공의 사직 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의사는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인기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다. 그들의 부와 명예를 지켜줘야 나와 사랑하는 가족, 친구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의사를 향한 허황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정부도 의사의 직업윤리 따위에 호소해선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 이제부턴 철저하게 경제 논리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