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로운 길 앞 GS건설, 부영, 그리고 건설업
[데스크칼럼] 새로운 길 앞 GS건설, 부영, 그리고 건설업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7.2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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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9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신축 중이던 아파트 지하 주차장 구조물 일부가 붕괴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아파트 붕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또 큰일이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여 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사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광주 사고의 충격이 만든 '붕괴에 대한 발작 작용'이 일어났다.

사고가 난 검단 아파트 대표 시공사 GS건설의 움직임은 빨랐다. 사고 발생 10일 만에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고 부위 일부가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시공사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공식 입장도 밝혔다.

당시 다른 건설사 관계자들은 "조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제 조사로 문제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뒷수습을 고려하면 여러 가지 따져볼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건설에 관계된 회사가 GS건설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속전속결 "내 잘못이다"라고 해버린 행보도 이례적이었다.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이달 5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검단 아파트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지점 일부에 있어야 할 전단보강근이 없고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큰 문제가 없는데도 황당하게 무너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진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GS건설은 빨랐다. 그리고 분주했으며 과감했다. 사조위 조사 결과 발표 당일 수정 3회 포함 총 4번에 걸쳐 사과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사조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깊이 사과한다. 부끄러운 실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그리고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는 내용이다.

광주 화정 아파트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도 사고 후속 조치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바 있다. GS건설의 속전속결 배경에는 이런 선례가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을 거다. 건설 현장에 '붕괴=전면 재시공'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들 사고와 처리 과정을 지켜본 주택 소비자의 눈높이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높아질 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건설사가 각오해야 하는 대응 수준도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올라왔다. 주택 건설 전반 상황이 '붕괴 사고'라는 용수철을 밟은 형국이다.

건설사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아는 눈치다. 지난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건설 현장 동영상 기록 관리를 제안하자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동참 의사를 밝혔다. 부실 공사 방지 대책에 적극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이다.

주택 하자 관리 혁신을 선언한 회사도 나왔다. 부영그룹은 최근 하자 보수 당일 처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하자에 대해선 일주일 이내 처리 원칙을 적용한다. 하자 민원을 단지 관리소가 직접 접수하고 관리소장이나 영업소장이 즉시 확인, 처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기존에는 다양한 민원을 받는 고객센터가 하자 신고까지 받았지만 업무를 분리해 반응 속도를 높였다. 하자 보수 협력업체도 단지와 가까운 지역 내에서 선정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작동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공공을 뛰어넘는 하자 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각오다.

만만한 사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주택 건설은 특히 위험이 크고 잡음이 많은 사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과 직결되는 영역인 데다 '집'이라는 대상은 모든 면에서 민감하다. 완벽은 당연하고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칭찬보다 질타에 익숙하다. 그 어떤 산업보다 국민 삶에 크게 기여 하는 데도 항상 문제만 부각되는 게 건설인들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건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 하자 보수 혁신을 꾀하는 부영, 그리고 현장 동영상 기록 관리에 동참하는 건설사 모두 과거와 결이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완벽 시공, 철저한 하자 관리로 새로운 길을 닦길 바란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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