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vs 쿠팡, 납품가 갈등 '점입가경'
CJ제일제당 vs 쿠팡, 납품가 갈등 '점입가경'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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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신세계·컬리·11번가 동맹…'反쿠팡' 연대 강화
쿠팡, ‘대기업 독점 해소’ 후 중소·중견 성장 강조
CJ제일제당 CI와 쿠팡 CI.[이미지=각 사]
CJ제일제당 CI(위)와 쿠팡 CI(아래).[이미지=각 사]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납품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과 쿠팡 모두 서로를 제외하고도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맞서는 실정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쿠팡은 납품단가를 두고 지난해 11월부터 반 년 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쿠팡이 요구한 납품가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쿠팡은 햇반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마진율로 제조사와 유통사의 기싸움이 왕왕 벌어지긴 했으나 각각 업계를 선도하는 CJ제일제당-쿠팡의 사례처럼 수개월째 봉합되지 않은 것은 흔치 않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대신 신세계·네이버·컬리·11번가·티몬 등과 구축한 연합 전선을 기반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최근 유통 대기업 신세계와 함께 ‘세상에 없던 제일 혁신적인 푸드의 신세계’를 콘셉트로 한 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 전문가가 협업해 올 4분기 고객 니즈(needs)에 최적화된 혁신 제품을 출시한다. CJ제일제당이 올 하반기 출시 준비 중인 주요 신제품도 오는 8월부터 신세계 플랫폼에서 먼저 선보인다.

컬리와는 ‘컬리 온리’ 상품을 공동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컬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네이버 ‘도착보장 전문관’ 입점 △11번가 빠른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캠페인 동참 △티몬 공동 체험형 마케팅 ‘온·오프라인 연동 팝업 스토어’ 오픈 등 다른 플랫폼과의 동맹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현재 쿠팡과는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다른 유통사와의 협업은 통상적인 마케팅 활동이나 쿠팡과의 협상이 끝나지 않아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유통 3사 협업 로고·슬로건.[이미지=CJ제일제당]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유통 3사 협업 로고·슬로건.[이미지=CJ제일제당]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의 이 같은 행동을 의식해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통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발판이 마련됐다는 논리로 맞불을 놨다.

쿠팡은 특히 지난 11일 ‘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中企 쿠팡서 빛 본다’는 제목의 자료를 내놓고 공개적으로 CJ제일제당을 저격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 올해 1~5월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즉석밥뿐만 아니라 즉석국·냉동만두 등 CJ제일제당이 독식하던 식품 카테고리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파워로 시장을 독과점하던 대기업이 사라진 후 중소·중견기업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유입·구매도 늘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쿠팡이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은 규모 상관없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라며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소·중견기업들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이 협상에서 서로 우위를 점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양측의 신경전이 장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서로 대체재가 많다 보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1~5월 쿠팡 내 중소 식품업체 성장률.[그래프=쿠팡]
올해 1~5월 쿠팡 내 중소 식품업체 성장률.[그래프=쿠팡]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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