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협 법정단체화 목적…밖에선 "시장 질서" 안에선 "이권 강화"
한공협 법정단체화 목적…밖에선 "시장 질서" 안에선 "이권 강화"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6.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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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부·국민 설득 명분과 회원 지지 독려 명분 간 '온도 차'
대외적으론 혼란한 중개업 현실 꼬집으며 '윤리·공공성' 강조
업계 내부선 '대정부 협상력 강화'·'업역 보호' 효과 중심 홍보
11일 한공협 누리집에 한공협 법정단체 실현 시 추진 계획을 대외적으로 약속하는 게시물이 있다. (자료=한공협 누리집)
11일 한공협 누리집에 한공협 법정단체 실현 시 추진 계획을 대외적으로 약속하는 게시물이 있다. (자료=한공협 누리집)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법정단체화 목표 달성을 위한 대내외 홍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 국민을 설득하려는 명분과 협회 회원의 지지를 독려하는 명분의 간격이 꽤 크다. 대외적으로는 전세 사기 등으로 혼란한 시장 상황을 꼬집으며 중개사 윤리 강화와 중개 서비스 공공성 강화 등을 강조한다. 반면 중개사들을 대상으로는 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업역 보호, 수익성 제고 등 업계 이권 강화에 홍보 초점을 둔 모습이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김병욱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김선교 전 국회의원이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를 골자로 각각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현행법상 개업공인중개사는 자질 향상과 품위 유지, 제도 개선,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공인중개사협회를 '임의단체'로 설립할 수 있다. 협회가 임의단체면 공인중개사가 개업하더라도 협회 가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개업공인중개사 11만5527명 중 97.7%가 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옛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한 상태였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목적으로 건전한 부동산 중개업 육성과 개업공인중개사 윤리 의식 제고, 공인중개사협회의 부동산 거래 질서 관리 역량 강화 등을 제시한다.

법정단체 실현 시 정부 ·공공기관 ·프롭테크 연대를 통한 공공성 강화를 약속한 한공협의 홍보물. (자료=한공협 누리집)
법정단체 실현 시 정부·공공기관·프롭테크 연대를 통한 공공성 강화를 약속하는 한공협의 홍보물. (자료=한공협 누리집)

◇ "국민재산을 지킵니다"

작년 12월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 해산 결정으로 부동산 중개업계 단일 협회가 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는 협회의 법정단체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한공협 누리집(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린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단일 법정단체로 국민재산을 지킵니다'라는 문구 배너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배너를 클릭해 보니 한공협 소개를 시작으로 △중개업 현실 △시장관리 사각지대 △법안 주요 내용 △법안 제안 이유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대외 명분이 담겼다.

한공협은 법정단체가 됐을 때 스스로 지킬 약속으로 △국민 대상 중개 사고 예방 교육 △부동산 거래 분석·통계자료 제공을 통한 공공서비스 구축 △손해배상금액 확대를 통한 안전한 부동산 거래 환경 조성 △부동산 전자계약 활성화를 통한 거래 투명성·선진화 제고 △미국부동산협회 수준 윤리규정 도입 △관·학계 인사로 윤리심사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

정부, 공공기관, 프롭테크 기업과 연대를 통해 공공성을 확대한다는 약속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통해 부동산 산업 핵심 구성원이 된다는 약속은 특별히 강조했다.

법정단체화 홍보 동영상을 통해선 부동산 시장의 혼란하고 부정적인 상황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공협 법정단체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담은 한공협 제작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자료=한공협 단일 법정단체화 홍보 영상)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공협 법정단체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담은 한공협 제작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자료='한공협 단일 법정단체화' 영상)

◇ "중개사들에겐 왜 필요할까요?"

한공협은 국회와 정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법정단체화 명분으로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공공성 있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내세운다. 그러나 협회 구성원인 개업공인중개사에게 강조하는 법정단체화 이유는 대외적 명분과 초점이 다르다.

한공협이 지난해 11월 협회 누리집에 게시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우리들에게 왜 필요할까요?'라는 공지사항을 보면 한공협이 회원들에게 홍보해 온 법정단체화 목적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대정부 협상력 강화다. 법정단체가 되면 유일한 공인중개사 단체로서 중개업 관련 정책 수립이나 공인중개사법 개정 등 협의 과정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한공협은 일방적인 중개보수 인하나 중개업 관련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법정단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무자격 중개 행위 근절과 이를 통한 중개업역 수성(守城)이다. 한공협은 전체 부동산 계약 중 약 40%가량이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거래되고 있다며 법정단체가 되면 지도점검과 관리를 강화해 무등록·무자격 중개를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공협이 누리집을 통해 공지한 한공협 법정단체화가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이유 중 '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무자격 중개 행위 근절'에 대한 설명. (자료=한공협 누리집)
한공협이 작년 11월 누리집을 통해 공지한 한공협 법정단체화가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이유 중 '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무자격 중개 행위 근절'에 대한 설명. (자료=한공협 누리집)

마지막 목적은 투자자본의 시장 독점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는 것이다. 한공협은 부동산 서비스 기업 '직방'을 특정해 자산가치 3조원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본 직방이 프롭테크 미명 아래 중개법인 인수를 통한 직접 중개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정단체화를 통해 플랫폼의 독점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력과 대항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홍보했다.

세 번째 목적과 관련해 직방 관계자는 한공협이 회원들에게 홍보한 '매출 전망', '직접 중개업 진출', '중개업 생태계 독식의 꿈' 등 직방 관련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공협 관계자는 해당 홍보물이 게시된 시점에는 직접 중개 우려 등으로 직방에 대한 회원들의 부정적 감정이 컸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방과도 서로 양보하고 협조하면서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공협이 작년 11월 누리집을 통해 공지한 한공협 법정단체화가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이유 중 '직방과 같은 투자자본의 시장 독점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는 것'에 대한 설명(*직방은 이 홍보물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한공협은 이 홍보물 게시 당시와 지금의 협회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밝힘). (자료=한공협 누리집)
한공협이 작년 11월 누리집을 통해 공지한 한공협 법정단체화가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이유 중 '직방과 같은 투자자본의 시장 독점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는 것'에 대한 설명(*직방은 이 홍보물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한공협은 이 홍보물 게시 당시와 지금의 협회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밝힘). (자료=한공협 누리집)

한편 한공협은 법정단체화를 위해 회원 대상으로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을 펴고 있는데 여기서도 내부 명분은 이권을 지키는 데 맞췄다.

캠페인 홍보 동영상에 출연한 이종혁 한공협 회장은 "이제는 나의 직업적 안정성, 내가 당연히 가져가야 할 나의 수익 창출을 위해서, 우리의 직업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발 벗고 나서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종혁 한공협 회장이 한공협 회원 대상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홍보 영상에 출연해 법정단체화 실현 등 1인 1정당 가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한공협 '1인 1정당 가입 업권 수호의 첫걸음입니다' 영상)
이종혁 한공협 회장이 한공협 회원 대상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홍보 영상에 출연해 법정단체화 실현 등 1인 1정당 가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한공협 '1인 1정당 가입 업권 수호의 첫걸음입니다' 영상)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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