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먹구름'…반도체 "올해 투자 줄인다"
한국 수출 '먹구름'…반도체 "올해 투자 줄인다"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3.0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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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수출기업 2023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 발간
법인세 인하·주52시간 근무제 보완·세제지원 확대 요청
기업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올해도 한국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수출 기업 2곳 중 1곳은 올해 한국 수출기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품목 1위인 반도체 업계는 국내외 투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1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수출 기업의 2023년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 기업(1327개사) 46.9%가 올해 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6.9%에 불과했다.

특히 △화학공업제품(58.7%) △플라스틱·고무제품(56.0%) △철강·비철금속 제품(52.0%) 등 업종은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1위 품목 반도체 역시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45.2%에 달했다.

수출기업들의 국내외 투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소 줄었다. 국내 투자 계획이 작년과 동일한 기업은 55.3%, 감소 계획인 기업은 29.5%다. 해외 투자 계획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해외 투자를 계획하는 기업은 58.0%, 투자 규모를 줄일 기업은 27.5%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에서 국내외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률이 45.2%로 가장 높았다. 이들은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43%는 국내와 해외 투자 모두 축소하겠다고 답변했다. 대기업 투자 심리 악화는 미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 강화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출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을 달러당 1250원 안팎이라고 답했다. 손익분기점 환율은 제품 수출 시 매출과 비용이 일치해 이익이 ‘0’이 되는 수준의 환율을 의미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손익분기점 환율을 밑돌아 수출기업의 수익성 하락 가능성도 커졌다.

수출 기업들은 불확실한 미국 금리 정책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를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환 변동 리스크가 큰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출기업들은 수출 확대를 위해 세제 지원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세부적으로 △‘법인세 인하(18.1%)’ △‘주52시간 근무제 보완(17.7%)’ △‘연구·개발(R&D) 투자 세액 공제 등 세제 지원 확대(15.7%)’ △‘최저 임금 인상 속도 조정(13.6%)’ 등을 꼽았다.

플라스틱‧철강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업종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기전자‧반도체 등 R&D 경쟁력이 중요한 업종에서는 투자 세액 공제가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수요에 따른 생산 조절이 중요한 자동차‧부품, 기계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한 내 운송이 중요한 농수산물 업계는 안전운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 둔화, 공급망 애로, 환율‧금리 변동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수출 기업의 우려가 깊어지는 만큼 세제 지원 확대,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 수요에 대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fro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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