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연임·교체-③] '농협맨' 손병환, 역대 최고실적…연임 무게
[금융권 CEO 연임·교체-③] '농협맨' 손병환, 역대 최고실적…연임 무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11.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분기 순익 2조원 육박…정부·농협중앙회 의중은 변수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국내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올해 연말부터 줄줄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들의 연임 여부는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CEO의 임기 중 실적과 성과를 되돌아보고, 연임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임기 만료를 앞둔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가장 먼저 결정될 전망이다.

손 회장은 취임 후 역대 최고실적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는 달리 사법 리스크 등 연임을 가로막는 요소도 없다. 다만 새 정부 출범과 농협중앙회장의 결정 여부 등은 변수로 지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취임한 손병환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 만료된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기본 2년으로 다른 금융지주사의 3년보다 짧다. 연임 시 1년이 연장되는 구조다.

농협금융은 지난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시하고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날부터 40일 이내에 추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따라서 손 회장의 거취는 내달 중하순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역대 농협금융 회장 인사 가운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또 2020년 3월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10개월 만에 회장으로 영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기록했다.

손 회장은 취임 후 높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2조29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규모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성적표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1조971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성장했다. 연간실적은 전년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아울러 손 회장은 농협금융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인 올원뱅크를 소비자 중심의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전환했고, 모든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디지털 부문에서도 성과를 일궈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무난히 연임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앞서 김용환·김광수 등 전 회장들이 2+1년의 임기를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 회장 역시 준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은 손 회장 연임에 변수로 작용한다.

농협금융은 민간회사지만 농협법에 따라 설립돼 각종 정책자금을 관리하는 등 특수성이 있고, 그런 만큼 정권의 입김이 크게 미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관료 출신이 농협금융 회장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신충식 초대 회장이 3개월 만에 물러난 이후 신동규(행시 14회)·임종룡(행시 24회)·김용환(행시 23회)·김광수(행시 27회) 등 손 회장 이전 회장들은 모두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다. 내부 승진으로 회장에 올라 첫 임기를 전부 채운 사례는 손 회장이 유일하다. 

또 농협금융 회장 선임에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손 회장 연임을 불확실케 하는 요소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 회장 인사에는 중앙회장의 입김이 크게 미친다.

이성희 현 중앙회장이 취임한 2020년에는 범농협 계열사 경영진이 한꺼번에 대폭 교체됐다. 손 회장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회장이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관료 출신 인사를 농협금융 회장 자리에 새로 앉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대 회장 인선을 살펴보면 오히려 손 회장의 취임이 이례적이었다”며 “손 회장 연임이 성공한다면 그동안의 인사 관례가 일부분 없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