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새 리더십 변화 '진통'…기업 힘빼기 '우려'
KT&G, 새 리더십 변화 '진통'…기업 힘빼기 '우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3.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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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기주주총회, 방경만 신임 사장 선임 안건 두고 '전운'
최대주주 기업은행·행동주의펀드 FCP·자문사 ISS 반대 '압박'
최악의 경우 '리더십 부재'…사업 동력 떨어질까 '전전긍긍'
방경만 KT&G 신임 사장 후보. [사진=KT&G]
방경만 KT&G 신임 사장 후보. [사진=KT&G]

연매출 6조원에 육박하는 KT&G(케이티앤지)가 10여년 만에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28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신임 사장 선임에 대한 반대가 강해 진통을 겪는 상황이다. 

KT&G는 작년에 이어 올해 주총에도 행동주의펀드 압박이 가중되면서 기업가치 훼손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압박이 자칫 리더십 부재로 이어져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KT&G에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는 28일 대전광역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제37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주총에선 △재무제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2명 선임(집중투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안건이 상정·처리될 예정이다. 이중 가장 주목되는 건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선임의 건이다. 

◇사추위, '26년 KT&G맨' 사장 최종 후보 확정
KT&G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지난달 22일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 및 발표했다. 사장 후보 선정은 당초 4연임을 바라봤던 전임 백복인 사장이 용퇴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롯됐다.  
 
최종 추천된 방경만 후보는 1998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때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현재 국내 궐련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본부장으로 재직 시에는 해외 진출국을 40여개에서 100여개로 늘리며 글로벌 매출 1조원 성과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사추위는 방경만 사장 후보에 대해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 한계를 뛰어넘어 KT&G가 글로벌 톱 티어(Top-tier)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할 최적의 후보로 판단했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방경만 후보가 이번 주총을 통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KT&G는 2015년 취임한 백복인 사장 이후 근 10년 만에 새로운 리더십을 맞게 된다. 

◇최대주주 기업은행 '영업익 감소·외유성 출장' 지적
다만 새 수장 선임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지분 7.11%를 보유한 최대주주 IBK기업은행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까지 방 사장 선임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방 수석부사장 선임 이후 회사 영업이익 20% 이상 감소,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의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기업은행은 KT&G 이사회가 추천한 방 후보, 사외이사 후보인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 선임에 반대 입장을 냈다. 대신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FCP는 최근 온라인 설명회(웨비나)를 통해 “각 지역별 수익성을 상세히 공개하는 필립모리스(PMI), BAT에 비해 KT&G는 해외 담배 매출 손익여부마저 감췄다”며 “회사 경영진이 얼마나 투명성을 우습게 아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업은행과 결을 같이 했다. ISS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에게 발송하는 KT&G 주총 안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방 사장 선임 안건에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또 한국ESG평가원은 “KT&G 거버넌스를 종합 평가할 때 경영진을 견제하고 최대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며 기업은행 편을 들었다. 이 곳은 지난해 3월 KT&G 정기주총에 앞서 현금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의 행동주의펀드 요구들이 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는데 1년 만에 입장을 뒤바꿨다. 

◇정면돌파…"허위사실로 기업가치 훼손"
KT&G는 정면돌파를 택한 모양새다. 우선 수익 감소의 경우 방 후보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2021년(1조3384억원) 대비 2023년(1조1679억원) 영업이익은 2년 새 12.7% 준 것은 맞지만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라는 입장이다. KT&G는 “방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후 회사 영업이익 감소는 수원 부동산 개발사업 종료에 따른 일회성 영향”이라며 “이를 제외할 경우 4% 성장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3대 핵심사업(글로벌CC·NGP·건기식) 영업이익은 동기간 18.9% 늘었고 해외 궐련과 NGP를 합한 지난해 글로벌 담배사업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55.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과 관련해 “내규 기준에 따라 필요 시 해외 출장을 하고 있고 사외이사 1인당 연평균 출장비용은 약 680만원(항공료 제외)”이라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건 내규가 정비된 2017년 전인 2012년, 2014년 등 과거 사례”라고 일축했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3.0 [사진=KT&G]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3.0 [사진=KT&G]

FCP가 밝힌 담배사업 데이터에도 중대한 오류가 많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FCP는 웨비나를 통해 KT&G의 2020~2022년 궐련담배 및 전자담배(NGP) 수출 부문에서 각각 680억원, 57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KT&G는 오히려 해당 기간 합산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반박했다. 해외 수출 궐련 수량의 경우 FCP는 2020~2022년 연간 각각 419억개비, 388억개비, 494억개비라고 애기하지만 KT&G가 공시를 통해 공개한 수치는 316억개비, 289억개비, 327억개비로 차이가 크다.  

KT&G 관계자는 “FCP가 웨비나를 통해 밝힌 데이터는 KT&G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실적 자료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숫자”라며 “기초 데이터부터 오류인 상황에서 이에 기반해 펼친 주장은 신뢰성을 결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 주주권리를 존중하지만 허위사실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자본시장 혼란을 일으킨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KT&G는 ISS와 FCP 간 공모 가능성도 제기했다. KT&G는 “(14일) ISS가 FCP로부터 받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ISS에 통지했지만 이에 대한 고려 또는 응답 없이 FCP 웨비나가 종료된 직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이어 올해도 행동주의펀드 압박
방 사장 선임을 두고 KT&G, 기업은행-FCP-ISS 연합은 각각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치열한 표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분 6.64%의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결정권 또는 대세를 좌우할 표)’로 떠오른다. 국민연금은 아직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이 어느 쪽으로 기우냐에 따라 방 사장 선임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경영권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단 의지로 읽힌다. 또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임원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비단 KT&G뿐만 아니라 다수 기업들의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소유분산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포스코는 21일 여는 주총에서 KT&G와 마찬가지로 신임 회장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는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회사 이사회가 추천한 장인화 회장 선임에 찬성 의견을 냈다. 

KT&G 사옥. [사잔=KT&G]
KT&G 사옥. [사잔=KT&G]

KT&G는 ‘글로벌 톱 티어 담배기업 도약’이라는 전제 아래 2027년 연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엔 새로운 리더십에 3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 압박이 큰 데다 신임 사장 선임을 두고 기업은행까지 반대하면서 부담감이 가중됐다. 업계에선 자칫 리더십 부재가 현실화될 경우 KT&G의 사업 전반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주가치 및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사장 선임과 같은 중대 사안에 정확한 팩트, 근거가 부족하다면 ‘기업 흔들기’처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주주제안은 회사 성장 및 미래가치에 부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 미래를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혼란을 주려는 건지 주주들의 옳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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