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30% 가까이 오른 공사비…시공사 '증액 요구'에 KT "검토 중"
3년 새 30% 가까이 오른 공사비…시공사 '증액 요구'에 KT "검토 중"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11.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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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 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했지만 강제력 없어
전문가 "명확한 해법 없어…당사자 간 합의점 찾는 게 최선"
쌍용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T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T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쌍용건설)

3년 새 30% 가까이 오른 공사비에 건설 현장 곳곳에서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나타난다. 정부가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민간 공사표준 도급계약서를 개정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갈등 해소에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분쟁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없는 만큼 당사자 간 합의점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발주처 KT는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내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29일 쌍용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KT 판교 신사옥 신축공사'에서 발생한 초과 공사비를 두고 발주처 KT와 갈등을 빚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20년 공사비 967억원 규모인 해당 사업을 따내고 올해 4월 준공했다. 공사를 진행하며 171억원가량 공사비가 늘어나자 작년 7월부터 발주처에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증액해달라고 요구했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지난달 31일 쌍용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KT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쌍용건설은 조만간 열릴 국토교통부 건설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본 뒤 추가 집회 등 추후 행동을 결정할 계획이다.

'부산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수행한 한신공영도 비슷한 처지다. 이 회사는 KT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해당 사업을 2020년 수주해 올해 9월 준공했다. 계약 당시 공사비는 519억원이었지만 141억원 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해 발주처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공사를 수행한 하청업체들은 서울시 강남구 KT에스테이트 본사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상경 집회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쟁은 코로나19와 화물연대 파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급증함에 따라 발생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 원가관리 센터에 따르면 올해 9월 잠정 건설공사비지수는 153.67로 3년 전인 2020년 9월과 비교해 28.2% 뛰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공사 기간에 코로나 사태와 화물연대 파업, 러-우크라 전쟁 때문에 자재도 늦게 들어오고 비싸졌다"며 "자재비가 5~7% 정도 오르는 건 보통 예상하지만 20~30%씩 올라가 버려 비싼 자재로 원가 투입을 했으니 계약 변경을 통해 추가 공사비를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대해 KT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곳곳에서 공사비 분쟁이 나타나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올해 8월31일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방식을 구체화한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고시 개정안을 낸 바 있다. 다만 이 역시 권고 수준에 불과해 당장 벌어지는 공사비 분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건설 현장에서는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 보니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하고 있다"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건설분쟁조정위나 대한상사중재원 등에서 합의 조율 등 분쟁 해결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벌어지는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에 대해 명확한 해법이 없다고 봤다. 당사자 간 원활한 합의점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한다. 제도적 해법으로 공사비 검증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강제력이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먼저 접근해야 하는 사안은 앞으로의 신규 계약에서 공사비 분쟁 여지를 줄이는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나 건설공사비지수 중 하나를 증액 기준으로 한다'거나 '착공 이후에는 물가 변동에 따른 조정이 없다'는 것 등 일반적인 표준계약서에서 공사비 증액을 다룬 조항이나 문구부터 명확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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