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간편식 '쿡탐' 사업 접었다…자신감 꺾인 신동원
[단독] 농심 간편식 '쿡탐' 사업 접었다…자신감 꺾인 신동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10.12 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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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요리 강점 앞세워 2017년 론칭, 신사업 삼고 20여종까지 확대
CJ·동원·오뚜기 기존 강자 높은 벽, 2021년 이후 신제품 개발 중단
미슐랭 '한일관' 협업 RMR로 출구 찾기…"HMR 사업 지속할 것"
농심은 2017년 간편식 브랜드 ‘쿡탐’을 선보였지만 최근 브랜드 운영을 종료했다. 사진은 농심 쿡탐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농심은 2017년 간편식 브랜드 ‘쿡탐’을 선보였지만 최근 브랜드 운영을 종료했다. 사진은 농심 쿡탐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농심이 야심차게 추진한 가정간편식(HMR) ‘쿡탐’ 사업을 접었다. 신동원 회장이 면요리 강점을 앞세워 성공을 자신했지만 수년간 시장 반응이 탐탁치 않자 쿡탐 브랜드 운영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라면 절대강자’라는 타이틀을 HMR 사업까지 이어가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의 자신감이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농심에 따르면, 2017년 선보인 HMR 브랜드 쿡탐은 2021년 이후로 신제품 개발을 중단했다. 현재 공식 판매처도 없는 상황이다. 

농심 관계자는 “쿡탐 브랜드는 현재 운영하고 있지 않아 구매 가능한 공식 판매처는 없다”며 “다른 HMR 제품은 ‘농심’을 달거나 ‘누들핏’, ‘배홍동 만능소스’처럼 개별 브랜드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쿡탐은 2021년 6~11월 △쿡탐 아욱된장국 △쿡탐 모둠소고기곰탕 개발을 끝으로 신제품 소식이 없었다. 

또한 현재 농심의 공식 온라인몰 ‘농심몰’에선 △쿡탐 짜파게티맛 국물라볶이 △쿡탐 매콤달콤 국물라볶이 2개 제품만 노출됐는데 이마저 오랜 기간 동안 ‘구매 불가’ 상태다. 
 
◇'요리를 탐한다' 자신했지만 '아픈 손가락' 전락
‘요리를 탐한다’라는 콘셉트의 쿡탐은 농심이 국내 HMR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17년 론칭한 브랜드다. 그 해 2월 이(e)커머스 G마켓을 통해 제품을 선보인 후 한동안 매년 국물라볶이·전골·국밥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20여종까지 확대했다. 특히 짜파게티·오징어짬뽕·새우깡 등 인지도 높은 농심의 스테디셀러와 접목한 라볶이와 국탕찌개류가 주를 이뤘다.  
 
농심은 쿡탐을 시장에 선보일 당시 50년 이상의 면 제조와 국물맛 노하우, 기업 브랜드 파워를 지렛대 삼아 간편식 사업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쿡탐 론칭 이듬해인 2018년 정기주주총회 때 박준 당시 농심 부회장은 “가정간편식에 중점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외 생산설비 최적화와 경영 인프라를 재정비할 것”이라며 HMR 사업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 

또 2019년 정기 주총 당시 신동원 농심 부회장도 “농심은 맛을 잘 내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정간편식 사업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하지만 국내 HMR 시장 벽은 높았다. ‘비비고’로 이 시장을 주도하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동원F&B, 오뚜기, 대상, 풀무원 등 기존부터 자리 잡은 식품사들은 물론 마트, 백화점, 편의점, 이커머스, 호텔 등 여러 플레이어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은 커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억원대에서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농심이 집중한 국탕찌개 간편식의 경우 업계 추정 2020년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6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농심의 야심작 쿡탐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연매출도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쿡탐을 두고 신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자 ‘실패작’으로 평가했다.

◇RMR로 국탕찌개 시장 재도전
농심은 쿡탐 운영을 종료하면서 간편식 사업에 제동이 걸리긴 했으나 사업 자체를 완전히 접는 건 아니다. 지난 8월 말 선보인 ‘농심 한일관’으로 국탕찌개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리며 출구를 찾고 있다. 

지난 8월 말 선보인 농심 한일관 국탕찌개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 8월 말 선보인 농심 한일관 국탕찌개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한일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미쉐린가이드 서울 빕구르망에 선정된 한식전문점으로 8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농심은 한일관과 협업한 국탕찌개 4종을 출시하면서 RMR(레스토랑간편식)로 선회했다. 

농심은 숏폼 라이브커머스, 토스 딜, 농심몰 얼리어먹터와 같은 마케팅 활동으로 한일관 판촉을 전개 중이다. 특히 주부 타깃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의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RMR과 같이 고급화·세분화 된 간편식 시장에 맞춰 소비자에게 다양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간편식 제품을 선보여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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