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⑰] 퍼즐 맞춰지는 신동원의 '뉴 농심'
[유통 새판짜기⑰] 퍼즐 맞춰지는 신동원의 '뉴 농심'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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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제2공장 가동, 내수 넘어 글로벌 라면사업 성장세
건기식·비건·스마트팜 '다각화' 속도…경영수업 3세 존재감 과제
신동원 회장(앞줄 가운데)이 미국 LA 제2공장에서 라면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심]
신동원 회장(앞줄 가운데)이 미국 LA 제2공장에서 라면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은 취임하면서 변화, 혁신을 통한 ‘뉴(New) 농심’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주력인 라면사업의 새 동력을 얻으면서 재도약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건강기능식품, 비건, 스마트팜으로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뉴 농심을 위한 퍼즐을 차근차근 맞출 계획이다.  

◇'3조 클럽' 입성…북미시장 매출 호조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심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1291억원, 영업이익은 112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17.5%, 5.7% 늘었다.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면서 식음료업계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7월 신동원 회장 체제가 구축되고 지난해부터 미국 LA 제2공장 가동 등 경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얻은 성과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실적은 주력인 라면사업 호조 영향이 컸다. 라면 비중은 농심 전체 매출의 80%가량이다. 지난해에는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이 탄력 받았다. 작년 4월부터 가동한 미국 LA 제2공장이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이 곳에선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기존 1공장을 포함하면 농심의 북미공장 연간 라면 생산량은 8억5000만개에 달한다. 

신 회장은 미국 제2공장 준공식 당시 “제2공장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해줄 기반”이라며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No.1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미국 제2공장이 농심 라면사업 재도약의 마중물인 셈이다.

신 회장의 자신감처럼 지난해 북미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23% 늘어난 4억8600만달러(약 6312억원·추정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대표 제품 ‘신라면’은 36% 증가한 8300만달러(1078억원) 상당의 매출로 성장을 견인했다. 농심의 글로벌 매출은 북미시장 호조로 전년 대비 9% 성장한 12억5000만달러(1조624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역시 라면과 스낵시장에서 최대 기업으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의 라면·스낵 시장 점유율은 각각 56.3%, 32.3%다. 라면은 건면 카테고리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내놓은 ‘라면왕김통깨’, ‘파스타랑’, ‘사천백짬뽕사발’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건면 카테고리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보다 40%가량 늘었다. 스낵 역시 효자 ‘새우깡’의 연매출 첫 1000억원 달성 효과가 컸다. 

◇신성장동력 발굴 '분주'…M&A 적극 검토  

신동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성장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사업 다각화’를 꼽았다. 그는 “건강기능식품과 식물공장 솔루션, 외식사업을 고도화해 육성하는 동시에 농심의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인수합병)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라면 못지않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농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단 의미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국내외 시장의 성장세, 수익성 등을 살펴볼 때 외연 확장은 물론 내실을 다지기 좋은 분야다. 농심은 2020년 3월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을 선보이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콜라겐에 이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오메가3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사업 4년차인 올해에는 다이어트 등으로 상품군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다만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까지 800억원 수준으로 ‘미완’의 단계다. 신 회장이 지난해 농축액을 주력으로 하는 ‘천호엔케어’ 인수에 참전한 건 라이필 하나만으로는 건기식 사업 확대가 여의치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매각가 이견으로 인수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M&A에 대한 의지는 크다.

농심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의 식물성 알티지 오메가3 제품. [사진=농심]
농심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의 식물성 알티지 오메가3 제품. [사진=농심]

농심은 대체육과 비건(Vegan·채식주의) 사업도 키우고 있다. 2021년 초 ‘베지가든(Veggie Garden)’이란 브랜드를 앞세워 비건 식품사업을 전개 중이다. 베지가든은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가정간편식(HMR)에 접목했다. 신 회장은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관련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비건식품을 신사업 카드로 꺼냈다.

지난해 5월에는 고급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열었다. 비건을 주력으로 한 국내 최초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가격대가 다소 비싼 편이나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22 테이스트 오브 서울(Taste of Seoul) 100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맛·품질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농심은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30여 년 전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나선 이후 2008년 안양공장에 수직농장을 만들면서 관련 설비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공장 내 60평 규모의 특수작물 재배시설, 200평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잇달아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오만 정부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수출에 성공하면서 관련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현 정부가 스마트팜 수출기업 지원을 약속한 만큼, 농심은 향후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기술 수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글로벌 라면 톱3 겨냥…안전성 관리 '관건'

최근 들어 잇따른 식품안전성 리스크는 큰 고민거리다. 올 초 대만에 수입된 신라면 제품(흑사발 두부김치)이 발암물질 성분 초과 검출로 폐기 조치됐다. 스프에 ‘에틸렌옥사이드’ 성분이 해당국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돼서다.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성을 확인한 물질이다. 농심은 정확하게는 에틸렌옥사이드가 아닌 부산물인 ‘2-CE(2-클로로에탄올)’가 검출된 것이지만 현지에서는 2-CE도 에틸렌옥사이드로 간주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지난해 2월과 7월 유럽에서 수출용 라면 잔류농약 초과 검출, 2021년에도 비슷한 성격의 유해성분 검출 사례가 나왔다. 글로벌 라면기업 톱(Top)5를 넘어 ‘톱3’ 이상을 목표로 잡은 농심이 해외 영토를 안정적으로 넓히기 위해선 안전성 관리에 대한 보완점을 반드시 짚고 가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심 3세 신상열 구매실장. [사진=농심]
농심 3세 신상열 구매실장. [사진=농심]

농심 3세 신상열 상무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집중된 만큼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과제도 있다. 신 회장 장남인 신 상무는 2019년 평사원 입사 후 2021년 말 임원 인사 때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농심 구매실장에 재직 중인 신 상무는 농심 지분 3.29%(2022년 9월 현재), 그룹 지배회사인 농심홀딩스 1.41%를 보유 중이다. 

업무 특성과 2년차 임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직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긴 쉽진 않다. 그럼에도 회사 신사업 투자를 위해선 주력 사업의 수익성 제고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구매실장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번 기획 열여덟 번째 기업으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을 살펴볼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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