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많이 내렸네"…다시 늘어난 서울 전세 수요
"가격 많이 내렸네"…다시 늘어난 서울 전세 수요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3.1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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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부담 완화에 2월 아파트 전세 거래, 7개월 만에 최다
전문가 "가격 하락 폭 축소…당분간 현재 거래 분위기 유지"
서울시 서대문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서대문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를 거듭하자 주택 임차 수요가 다시 전세로 발길을 돌린다. 지난달 전세 거래량은 7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고 50% 밑으로 떨어졌던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도 58%로 올랐다. 전셋값 하락과 전세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며 전세의 월세화가 주춤한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하락 폭이 둔화하는 만큼 전세 거래량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1581건으로 작년 7월 1만1700건 기록 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이 30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전세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거래량이 늘면서 전체 임대차(전월세)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 2021년 전체 임대차 거래량에서 평균 61.6% 비중을 차지했던 전세 거래는 지난해 평균 57%로 내려앉았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49.4%까지 떨어져 월세(순수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보다 비중이 작아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 56.3%에 이어 2월 57.8%까지 회복했다.

그간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전셋값 상승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부담 증대, 깡통전세·전세 사기 우려 등으로 급증세를 보여왔다. 월세 거래량은 2020년 6만2089건을 시작으로 2021년 8만3767건, 지난해 10만2187건으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2020년 13만5531건, 2021년 13만2543건, 2022년 13만5543건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때 전세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전셋값이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하락하고 정부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다시 세입자들이 전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시계열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6월 둘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39주 연속 하락하며 총 17.2% 내렸다.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작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0.7% 내리고 보증금은 1%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계속되던 매물 적체도 올해 들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대기 물량)은 작년 6월1일 2만6390건에서 연말 5만4765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이달 15일 현재 4만7831건으로 지난해 말 대비 12.7% 줄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임대차 시장 흐름과 관련해 전셋값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상대적으로 월세 부담이 커졌다고 봤다. 지금같은 전셋값 하락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새로운 계약이 늘어난 것도 전세 거래량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리고 금리도 낮아지면서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고 상대적으로 매달 나가는 월세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전셋값이 낮은 지역, 입주 물량이 몰린 지역 등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이 늘면서 거래량을 회복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이 하락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새 계약을 맺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전세 거래량은 최근 전셋값 하락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전셋값 하락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 전세 거래량은 한동안 지금 같은 수준에서 박스권 내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오르면 월세가 유리하고 금리가 내리면 전세가 유리한 만큼 임대차 시장 내 움직임은 향후 금리에 달렸다"고 봤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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