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승부수⑨] 전략가 김인규, 하이트진로 지배력 제고
[식품 승부수⑨] 전략가 김인규, 하이트진로 지배력 제고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0.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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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악재 기회로 전환, 소주 이어 맥주시장 1위 정조준
'위드 코로나' 반등 기대…유망 스타트업 발굴 미래가치 창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하이트진로]

올해 취임 10년을 맞은 김인규(59·사진) 하이트진로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유흥 등 B2B(기업 간 거래)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올해 들어선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지속되고 일(日) 확진자 3000명 이상을 웃돌며 녹록지 않은 분위기가 지속됐지만 홈술·혼술 확산에 성장세가 커진 가정용 주류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출구 찾기에 분주하다. 

내달부턴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예고로 주류시장의 점진적 회복이 점쳐치고 있다. 김 대표는 위드 코로나를 기점으로 소주에 이어 맥주시장 1위를 탈환해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종합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단 계획이다.

◆MZ세대 친밀감 쌓고 테라·진로 점유율↑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출고량 기준)은 65%에 달한다. 2위 사업자와 약 4.8배 격차다. 2018년 50%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최대 70%까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위 브랜드인 ‘참이슬’이 매출 전반을 끌어올린 가운데, 2019년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조화) 트렌드를 업고 첫 선을 보인 ‘진로이즈백(진로)’까지 안착하면서 국내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의 독무대가 됐다. 

특히 일명 ‘두꺼비 소주’로 업계 첫 캐릭터 마케팅을 활용한 진로는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2019년 4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1억병 판매고를 올렸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보다 200% 증가했다. 가정용 제품은 360% 성장하며 새로운 매출 효자로 떠올랐다. 또 올 6월까지 출시 26개월간 판매량은 7억병에 달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워 소주 소비층을 확대하면서 지금의 위기를 잘 견뎌내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취향을 빠르게 읽고 친밀감을 쌓은 전략이 적중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참이슬 모델로 MZ세대에게 가장 호감도가 높은 ‘아이유’를 이례적으로 재발탁했고, 진로 캐릭터인 두꺼비로 패션·통신·금융·유통 등 이종 업계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시도하며 ‘젊은 감성’을 강조했다. 

또 업계 첫 주류 캐릭터숍인 ‘두껍상회’의 경우,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1년 여간 전국의 9개 도시로 프로모션을 이어가며 젊은 소비층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출시 3년차 ‘테라’를 쥐고 맥주시장 1위도 정조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테라 출시 당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5년을 준비해 테라를 출시했다”며 “하이트의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테라'와 '하이트' 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테라'와 '하이트' 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의 강원공장 전경.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강원공장 전경. [사진=하이트진로]
전북 전주에 운영됐던 두껍상회 팝업 스토어. [사진=하이트진로]
전북 전주에 운영됐던 두껍상회 팝업 스토어. [사진=하이트진로]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를 앞세워 국내 맥주시장을 석권했지만 2011년부터 현재까지 10여 년간 오비맥주가 ‘카스’로 1등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 간의 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증권가 추정)은 오비맥주 50%대 초반, 하이트진로 40% 초반이다. 3년 전인 2017년 당시엔 각각 60%대 초반과 30%대 초반이었다. 

2019년 3월에 선보인 테라는 2년 만에 판매 16억5000만병을 돌파하며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엔 유흥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테라 판매량은 전년보다 78% 늘었다. 가정용 시장은 이보다 높은 12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올 들어 마르헨제이(친환경가방)·베럴(아이스백)·스탠리(캠핑 굿즈) 등 MZ세대와 소통을 위한 협업에 활발히 나서며 소비층을 확대하는데 노력했다. 여름 성수기에 맞춰 ‘스마일리’와 함께 테라의 첫 번째 특별 한정판을 출시하고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테라의 올 상반기 가정용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6%가량 늘었다.   

이 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발포주 ‘필라이트’는 홈술·혼술 문화 확산과 MZ세대 호응에 힘입어 출시 4년5개월 만에 12억캔이 팔리며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 상승과 내달 예고된 위드 코로나는 하이트진로에게 호재다. 남은 하반기 동안 회복 조짐이 예상된 유흥시장 영업을 강화하면서 주류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과일리큐르’ 글로벌 마케팅 주효

김인규 대표는 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2016년 ‘소주 세계화’ 선언 이후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해와 올해엔 코로나19로 글로벌 진출에 제약이 컸지만 가정용 시장 공략과 과일리큐르 시장 확대, 온라인 비대면 홍보활동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글로벌 매출(연결기준 일본·기타 지역 합산)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912억원)보다 25.4% 늘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소주를 일본과 미국 등 전 세계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엔 과일리큐르(과일맛소주)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삼고 해외 영업활동에 매진하면서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끌어냈다. 

중국에선 2018년 이후 연평균 40%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올 8월에 수출량 100만상자(상자당 30병 기준)를 돌파했다. 국내를 제외하고 단일국가 한 해 판매가 100만상자를 넘은 것은 1994년 일본 이후 두 번째다. 과일리큐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전체 판매의 14%에서 올해 60%까지 확대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정용 채널과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면서 현지에선 ‘쩐루(진로의 중국식 발음)’로 인지도를 얻고 있다”며 “특히 현지 젊은 층은 딸기에이슬 등을 펀치(Punch, 술·설탕·우유·레몬·향료 등을 넣어 만드는 음료) 스타일로 많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중국 수출용 과일 리큐르 '에이슬' 시리즈.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중국 수출용 과일 리큐르 '에이슬' 시리즈. [사진=하이트진로]
일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참이슬을 비롯한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들. [사진=하이트진로]
일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참이슬을 비롯한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스마트팜 스타트업 '그린'의 김포 도시농장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스마트팜 스타트업 '그린'의 김포 도시농장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일본은 젊은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참이슬과 함께 과일리큐르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주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에선 올 상반기 소주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3배 성장했다.

김 대표는 올해 테라 맥주의 첫 해외 진출도 이끌었다. 테라는 지난 5월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3개국에 초도물량 120만병(330㎖ 기준)이 수출됐다. 이들 지역은 테라 출시와 함께 수입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곳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지 소주 거래처를 중심으로 테라 맥주를 공급하고 인지도를 차근차근 쌓으며 한국맥주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이후 미래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유망 스타트업 지원에도 애쓰고 있다. 신사업개발팀을 중심으로 이듬해 5월 전국의 인기 맛집을 택배로 배송하는 ‘아빠컴퍼니(요리버리)’에 첫 지분 투자에 나선 이후 리빙테크·스포츠퀴즈게임·푸드플랫폼·스마트팜·나물 가공 등 현재까지 11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보단 중장기적으로 하이트진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마트업을 발굴하는 게 목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주류 외 사업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절실했다”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중심으로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자활청년 도우미 자처

하이트진로는 친환경과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투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2019년 공장 폐수처리 설비를 친환경 ‘혐기성 소화조(I.C Reactor)’로 교체한 강원공장을 꼽을 수 있다. 혐기성 소화조는 맥주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부산물과 폐수를 미생물로 정화하고, 발생된 바이오가스를 보일러 연료도 재사용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소화조 교체 이후 약 2년간 4000톤(t)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축구장 150개 규모(약 112만평)에 식재한 소나무 숲이 1년간 흡수하는 탄소 양과 같은 수준이다. 

주요 사회공헌사업으론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과 지역청년 자립을 돕는 ‘빵그레’ 등이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소방 꿈나무 양성 △순직 소방관 처우 개선 △소방공무원 가족의 정신건강 지킴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올 들어선 소방 유가족 19명에게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한 소송비용과 생계비, 유자녀 장학금 등을 지원했다. 또 6만4000여명이 참가한 비대면 체육대회 ‘2021 더 히어로 레이스’를 성료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광주광역시 김종효 행정부시장(오른쪽 두 번째), 임택 동구청장(왼쪽 첫 번째), 광주동구지역자활센터 이수정 센터장(오른쪽 첫 번째)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빵그레 2호점 출점을 기념한 축하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광주광역시 김종효 행정부시장(오른쪽 두 번째), 임택 동구청장(왼쪽 첫 번째), 광주동구지역자활센터 이수정 센터장(오른쪽 첫 번째)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빵그레 2호점 출점을 기념한 축하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최근 4년간 실적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그래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의 최근 4년간 실적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그래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 어느 지방지점 전경.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 어느 지방지점 전경. [사진=박성은 기자]

지역 자활 청년들을 대상으로 제빵·바리스타 등의 기술교육과 매장 운영을 지원하는 빵그레는 지난해 경남 창원 1호점에 이어 최근엔 광주광역시에 2호점을 출점했다. 하이트진로는 빵그레 2호점 운영을 위해 매장 임대료와 인테리어·장비 구입비용, 매니저 인건비 등을 지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올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지속에 따른 유흥시장 위축으로 실적은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누계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가량 떨어진 1조1005억원, 영업이익도 147억원 하락한 955억원에 그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정용 판매는 혼술 문화로 늘었지만 회식 등 여럿이 모여 소비하는 유흥시장보다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며 “위드 코로나 이후 유흥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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