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기조 속 음료·주류 변화 꾀하며 경쟁력↑
‘넥스트 레벨’로 도약하려는 롯데칠성음료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롯데칠성맨’ 박윤기(51·사진) 대표의 리더십 아래 음료와 주류 모두 신사업을 장착하고 새 판 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 효과로 실적도 안정적이다.
박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음료는 국내 1등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주류는 경쟁력을 제고해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략적 투자 ‘헬스케어’ 등 신사업 장착
취임 1년이 다 되어 가는 박윤기 대표 체제의 롯데칠성음료는 헬스케어 포트폴리오를 차근차근 다각화하고 수제맥주와 K-위스키 등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의 사업 양축인 음료와 주류는 외식·유흥 등 B2B(기업 간 거래) 소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상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롯데칠성에겐 코로나19가 대형 악재였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580억원으로 전년보다 7.1% 줄었다. 영업이익은 972억원에 그치며 1000억원대가 무너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상·하반기 VCM(사장단회의)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을 강조하며 강력한 실행력과 혁신 기반의 재도약,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 등을 주문했다. 박 대표에겐 코로나19를 딛고 음료·주류 사업에서의 변화를 이끌만한 다양한 시도로 롯데칠성의 재도약이란 임무가 부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는 1994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 후 영업·마케팅·해외사업·경영전략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롯데칠성맨이다.
박 대표는 헬스케어로 미래 경쟁력을 키울 신호탄을 쐈다. 박 대표 취임 직후인 올 1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과 유전정보) 전문기업 비피도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기능성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3월엔 17억원 규모로 일부 지분을 취득하며 전략적 투자를 강화했다.
박 대표는 헬스케어 신제품 개발을 지휘하며 관련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실제 △특허 유산균을 활용한 기능성 음료 ‘정성발효즙’ △구강케어 건강기능식품 ‘마시는 클리닝타임’ △단백질 음료 ‘마시는 초유프로틴365’ △블랙푸드 음료 ‘흑미숭늉차 까늉’ △숙취해소제 ‘깨수깡 환’ △발효음료 ‘브루잉 콤부차’ 등 상품군은 무척 다양해졌다. 롯데칠성은 이르면 이달 중에 기능성 차(茶)음료 3종도 출시할 계획이다. 브랜드는 상표 출원을 신청한 ‘더하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주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수제맥주 OEM(주문자위탁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수제맥주 클러스터’ 프로젝트도 전개 중이다. 그는 취임 직후 전담 조직을 새롭게 꾸리고, 충청북도 충주 맥주1공장을 중심으로 OEM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 기준 제주맥주·세븐브로이·더쎄를라잇·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수제맥주 4개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위탁 수제맥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카이스트(KAIST)와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비어 팩토리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덕분에 해당 맥주공장 가동률은 기존 18퍼센트(%)에서 32%로 개선됐고, 중소 수제맥주 제품을 안정적으로 육성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수제맥주사는 별도 투자 없이 캔 제품을 생산하면서 다양한 레시피 개발과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롯데칠성은 수제맥주사업 발전과 소비자 선택 다양성 측면에서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또한 MZ세대 중심의 홈술·혼술 확산과 가치소비(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 트렌드에 대응해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과 손잡고 한국 전통균주 등을 활용한 K-위스키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제로·에코’ 전략 주효…신개념 주류 출시
박 대표는 신사업 추진과 함께 칠성사이다·처음처럼·클라우드 등 주력 제품 전략을 재편하면서 롯데칠성의 음료와 주류 모두 경쟁력은 배가되고 있다.
음료사업에선 ‘제로(0)’와 ‘에코(ECO)’ 키워드가 주효했다. 롯데칠성은 다이어트와 건강 트렌드 확산에 맞춰 칼로리(열량) 부담이 없는 ‘칠성사이다 제로’를 올 초에 선보였다. ‘탄산음료는 건강하지 않다’란 대중의 인식을 과감히 깬 도전이었다. 주 소비층인 1020세대로부터 인기 높은 배우(박은빈·송강)를 앞세운 광고와 함께 ‘푸드 페어링’ 마케팅을 전개했고, 출시 약 8개월 만에 판매량 7400만캔(250㎖ 캔 환산)을 넘어서며 안착했다.
아울러 지난해 복숭아·청귤 버전에 이어 올해엔 ‘칠성사이다 포도’를 내놓으며 MZ세대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가치소비와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해 라벨을 없앤 ‘칠성사이다 ECO’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이어 탄산수 ‘트레비’와 커피음료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등 다른 인기제품까지 에코 버전을 확대하면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특히 대표 에코 상품으로 꼽히는 생수 ‘아이시스 ECO’의 올 1~8월 판매량은 약 1억3000만개(500㎖ 환산)로 반응이 좋다. 무라벨 제품 인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생수부문 매출(내수)은 전년 동기보다 5.5% 증가했다.
박 대표는 주류사업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처음처럼 소주와 클라우드 맥주는 각각 관련 시장에서 2·3위 브랜드다. 박 대표에겐 경쟁 제품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소비층을 빠르게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우선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환기시키고자 제품 리뉴얼을 단행했다. 소주는 올 초 처음처럼 디자인을 바꾸고 도수도 16.9도에서 16.5도로 낮춰 저도주 음용 트렌드에 대응했다. ‘처음처럼 순한’과 ‘처음처럼 진한’은 각각 처음처럼 순·진으로 간결화 했다. 순의 경우 0.5도 더 낮춘 16도로 부드러운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취향을 충족시켰다.
출시 7주년을 맞은 클라우드 맥주는 오리지널 패키지 리뉴얼을 통해 진한 풍미를 더욱 강조하면서 청량감이 특징인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와 이원화 전략을 고수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 팬덤을 가진 빅모델 ‘방탄소년단(BTS)’을 클라우드 얼굴로 기용하면서 마케팅에도 크게 베팅했고, 업계 최초로 투명 페트(PET) 맥주를 도입하는 등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롯데칠성은 이와 함께 수요가 늘고 있는 무알콜 맥주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자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맛을 개선하고, 레몬 탄산주 ‘순하리 레몬진’과 저칼로리 탄산주 ‘클라우드 하드셀처’ 등 신개념 주류를 잇달아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판단은 적중했다. 올 상반기 주류사업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13%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처음처럼 소주의 시장점유율 20% 회복과 클라우드 맥주의 7%대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ESG 위원회 설치 ‘신뢰받는 경영’ 실현 박차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월 ESG 전담조직을 신설한데 이어 8월엔 ESG 위원회 공식 설치와 함께 ESG경영 노사 공동 선포식을 하면서 지속가능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특히 ESG 위원회는 독립성·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구성원 모두 사외이사(5명)로 꾸렸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플라스틱 순환경제 △친환경 공급망 구축 △상생프로그램 도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준수 등을 전개하며 ‘신뢰받는 경영’ 실현에 나선다.
또한 ‘보행장애 아동 특수신발 후원’과 ’그린리본 캠페인’ 등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최근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그린위드’를 개소하고, 임직원 참여형 분리배출 캠페인 ‘제리(제대로 리사이클) 챌린지’를 하며 업계의 ESG 경영을 주도하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ESG 위원회는 전문성 확보와 대내외 균형적인 추진을 위해 설립한 것”이라며 “경영진과 이사회, 노조 모두 ESG 경영 실천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칠성은 올해 실적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1054억원보다 9.2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77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9% 급증했다.
박 대표는 신사업을 이끌면서 비용 구조개선·효율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ZBB(Zero Based Budget, 제로베이스 예산)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성을 대폭 회복하며 외형과 내실 모두 챙기는 ‘똑똑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