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범, 현장엔 없었지만 '살인죄 인정' 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범, 현장엔 없었지만 '살인죄 인정' 왜?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7.09.23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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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한 10대 소녀로부터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공범.(사진=연합뉴스)
인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한 10대 소녀로부터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공범.(사진=연합뉴스)

"공범 P양(18·재수생)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주범 K양(17)은 징역 20년에 처한다." 

.8살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공범인 10대 재수생은 사건 발생 당시 범행 현장에 없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살인죄를 인정했다.

"'사람을 죽이라'는 지시를 (공범이) 했다"는 주범 진술이 합리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판다했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석)는 지난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죄로 기소된 주범 K양에게 징역 20년을,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P양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이례적으로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P양이 범행 현장이 없었기에 그의 살인죄를 인정하는데 여러 차례 고심해야 했다.

허준석 부장판사는 "범행의 잔혹함,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실행행위 분담 여부나 소년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책임의 경중을 가릴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P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3월 주범 A양(오른쪽)이 피해 아동을 유인해 승강기를 타고 자신의 거주지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주범 A양(오른쪽)이 피해 아동을 유인해 승강기를 타고 자신의 거주지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사진=연합뉴스)

P양은 애초 K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A양의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살인방조 등)로 구속기소 됐다. 

그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K양이 "P양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살인 등으로 죄명이 변경됐다.   

초기 경찰 조사에서 공범을 보호하던 K양은 검찰에서 받은 3번째 조사 때부터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수사 도중 P양의 진술내용을 전해 듣거나 진술 조서를 직접 확인한 뒤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6월 공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K양은 "살인 범행은 혼자 했고 공범은 시신만 건네받았다"는 취지의 기존 진술을 뒤집고 "P양이 사람을 죽이라고 했다"고 실토했다.

K양의 돌발적 발언에 담당 검사도 "공소사실과도 다르고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거짓말이 아니냐"고 재차 확인했고, K양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처음에 K양의 주장에 대해 공범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허위성 발언이라고 봤던 재판부도 이날 선고공판에서 K양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P양이 살인의 공모공동정범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K양의 진술이 거의 유일하다"고 전제하면서 "K양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했다. K양과 P양 사이에 범행과 관련한 사전교감이 있었음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K양은 우발 범죄라는 본인 진술의 대전제가 흔들릴 수 있는 대화 내용을 먼저 진술하기 시작했고 법정에 와서는 P양과의 구체적인 공모 사실도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P양의 진술과 관련해서는 "범행 당일 K양과의 통화내용 등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게 진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P양에 대해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를 고려할 때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A양과 피고인의 책임 경중을 가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K양과 P양은 1심 재판에서 예상 밖의 중형이 선고될 때도 내내 태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인터넷 댓글 창에서는 "씁쓸하지만, 범인이 잘못을 반성하는지 의문이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