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저가형 고속철' 공약에 전문가 "KTX·SRT 품질 향상 먼저"
개혁신당 '저가형 고속철' 공약에 전문가 "KTX·SRT 품질 향상 먼저"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4.02.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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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비 저렴한 노선 투입해 '지방 관광 활성화' 등 구상
현재 열차 서비스·속도 미흡…차량 부족 등 현실도 따져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에 정차 중인 KTX 열차. (사진=신아일보DB)

개혁신당이 'LCC 고속철도'를 도입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요금이 저렴한 고속철도를 도입해 지방 관광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저가형 고속열차 도입 전에 기존 고속열차의 서비스와 속도 등을 높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고속철도 차량이 부족한 현실도 짚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14일 개혁신당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주 국회에서 LCC(로우 코스트 캐리어) 고속철도 도입 계획을 포함한 철도산업 개혁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LCC는 항공업계에서 '저비용 항공사'를 지칭하는 용어다. '대형 항공사'로 통칭하는 FSC(풀 서비스 캐리어)와 반대 개념이다. FSC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최소화함으로써 유지관리비 등을 절약해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으로 운항한다.

개혁신당은 이 같은 LCC 방식을 고속철도에 도입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방 여행 시 고속철도 이용에 쓰는 비용이 줄면 여행지 소비가 늘어 내수 관광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견해다.

이준석 대표는 "김포-제주 간 항공 노선에 LCC가 도입된 이후 우리는 더 저렴한 가격에 제주행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었다"며 "비싼 운임으로 지방 관광이 활성화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주요 관광지에 접근하는 비용 자체를 낮춰 내수 관광 규모를 확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X(왼쪽)과 SRT 열차. (사진=신아일보DB)

이를 두고 기존 고속열차가 아직 FSC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LCC 고속철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LCC가 도입되려면 상위 개념인 FSC 기능 열차가 있어야 하는 만큼 기존 KTX와 SRT의 서비스 질을 더 높이는 일이 먼저라는 견해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KTX와 SRT는 현재 서비스와 속도 측면에서 FSC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서비스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항공업계에 LCC가 존재하는 이유는 항공기 기체가 많기 때문인데 철도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에 LCC 열차가 다니려면 고속철도가 아닌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가 다니는 일반철도에 구축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며 "고속철도가 중심이 되다 보니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는 서비스가 좀 떨어지는 점이 있는데 이 같은 점을 개선하고 더 쾌적한 열차를 운행한다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

LCC 열차를 도입한다면 서울과 지방을 잇는 노선이 아니라 지방 대도시권을 연결하는 준고속 노선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승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일반철도와 고속철도 간 시장과 역 등이 분리된 상황에서 전국적인 철도 교통망 연결이 중요하다"며 "철도에 LCC 개념 열차를 도입한다고 하면 무조건 서울로 향하는 노선이 아닌 지방 대도시권 혹은 광역권을 연결하는 준고속 형태 열차를 확대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개혁신당은 LCC 고속철 도입과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에스알) 통합을 사업 추진 방안 중 하나로 꺼냈다. 고속철도 운영 외 에스알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코레일이 수행하고 있고 코레일이 에스알 지분을 40% 넘게 보유한 만큼 경쟁 체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과 에스알을 통합하고 신규 민간사업자에 LCC 고속철 운영 면허를 주자는 의견을 냈다.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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