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①] "프롭테크 발전으론 부족…디지털 전환으로 봐야"
[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①] "프롭테크 발전으론 부족…디지털 전환으로 봐야"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2.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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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육성 관점 머물면 실패…새로운 부동산 생태계 필요"
"기존 산업 파괴적 혁신 통해 구조·원리 등 완전히 바꿔야"
여선웅 직방 전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여선웅 직방 전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그가 있을 때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꽤 도전적이었다. 스마트홈 시장에 발을 들였고 CI를 새로 바꾸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직방의 미래를 책임질 가상오피스 '소마'도 세상에 나왔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그와 함께 일하며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폈다. 그가 직방에 영향을 미쳤든 직방이 그에게 영향을 줬든 어느 쪽이든 한국 프롭테크에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치인 출신 프롭테크 기업가에서 프롭테크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돌아온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전 대통령비서실 청년소통정책관)을 만나 프롭테크와 정치를 아우르는 '부동산'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프롭테크 발전'이라는 목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프롭테크 기업 육성을 넘어 '부동산 시장 디지털 전환'으로 목표를 확장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가 말하는 부동산 시장 디지털 전환은 기존 부동산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해 구조와 원리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과정이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신아일보 본사에서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프롭테크(부동산 정보 기술)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뭔가?

"프롭테크는 프로퍼티(property)와 테크놀러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 프롭테크는 부동산과 기술이 만나 만들어진 새로운 산업생태계, 디지털 전환된 부동산 업계다. 프롭테크 발전이라는 관점은 부족하다. 실패할 거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더 큰 시야에서 봐야 한다. 구한말(舊韓末) 서양 문물과 문화를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개화파의 시각이 필요하다. 프롭테크는 산업 그 자체로도 새로운 먹거리지만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Q 프롭테크 발전과 부동산 시장 디지털 전환은 무엇이 다른가?

"단순히 '프롭테크 산업,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프롭테크 산업 기업들 지원해 주고 육성해 주는 관점인데 프롭테크가 가진 원래 속성을 조금 생각해 보면 약간 규모가 커진다. 프롭테크라는 말이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에 기술을 입히는 거고 그게 단순히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화된 부동산 시장으로 만드는 거다. 한마디로 산업 전체의 구조와 원리 등이 다 바뀌는 거다. 기존 부동산 산업을 약간 파괴적으로 혁신한다 이런 접근이기 때문에 기존 부동산 플레이어들의 희생이 들어간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완전히 산업 자체를 바꾸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선웅 씨가 2021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일했던 직방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3D단지투어·VR홈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직방 홈페이지)
여선웅 씨가 2021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몸담은 직방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3D단지투어·VR홈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직방 홈페이지)

Q 기존 부동산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면 부동산 중개 시장만 해도 저항이 굉장히 세다. '직방 금지법'(2022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공인중개사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의무 가입 등을 규정함.)이라는 것도 발의돼서 (프롭테크) 기업들이 힘들었는데 그냥 산업 육성 관점에서 보면 전혀 해결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구한말 개화파 시대와 조금 비슷하다고 본다. 단순히 서양문물이 들어오거나 문화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우리 생활 방식과 습관, 사고방식도 완전히 다 바꾸는 거다. 완전히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Q 프롭테크가 어떻게 국민 주거 안정을 가져올 수 있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크게 얘기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전세 사기인데 전세 사기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정보가 부정확해서 발생한다. 정확하다 하더라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실시간성이 떨어진다. 특히 매도·매수자 간 정보 비대칭성은 되게 많이 나온 말이다. 결국에는 정보 차이로  전세 사기가 발생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런데 프롭테크는 가장 큰 장점이 정확성, 투명성, 실시간성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가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부동산 물건과 집주인의 채무·재정 상태를 바로 파악할 수 있고 부동산 자체의 스펙(제원)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다. 부동산 스펙과 정보가 정확하고 부동산 지수·가격이 굉장히 정확하면 내가 합리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투기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던지 의미없이 뻥튀기 됐다면 그 부동산에 대해 계약 결정을 안하는 거다. 그래서 프롭테크가 만약 고도화되면 결국에는 국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 개요. 여선웅 직방 전 부사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 전자 계약을 민간 주도로 확장하면 서비스 품질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국토교통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 홈페이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 개요. 여선웅 직방 전 부사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 전자 계약을 민간 주도로 확장하면 서비스 품질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국토교통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 홈페이지)

Q 직방에서 2년 반가량 일했다. 직방 서비스가 국민 주거 안정을 돕는다고 생각한 적 있나?

"부동산은 굉장히 가격이 높은 재화다. 과자를 사먹는다 하면 과자 안에 탄수화물이 몇 %인지 지방이 몇 %인지 이렇게 스펙이 되게 정확하다. 그런데 부동산은 일생에 몇 번 안하는 구매 과정인데도 정보가 굉장히 불확실하다. 직방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될 수 있던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부동산 정보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원룸도 예전에는 직접 가보고 발품 팔아야 했는데 직방이 사진 등 이미지를 제공하면서 이미지 없는 원룸 광고는 '사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비 수준을 굉장히 상향했다. 직방이 가진 3D 단지나 이런 것들도 부동산 정보를 굉장히 많이 알려준다. 결국 직방도 소비자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려면 부동산에 적정 가격을 매겨주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이런 것도 민간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잘 안 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부동산 시장 안에 있는 기득권 때문 아닌가 한다."

Q 부동산 시장 디지털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여전히 많은 국민이 집을 갖는 것이 일평생의 꿈이자 목표다. 부동산 시장은 민생 그 자체다. 정치권이 부동산 시장의 업그레이드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부동산 매매 정보가 공인중개사들의 신고로 돌아간다. 공인중개사들의 신고가 아니라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부터 바로 처리되는 시스템을 만들면, 한마디로 증권거래소처럼 만들면 거래가 굉장히 정확해질 것으로 본다. 사기도 없이. 완전히 시스템을 만들어서 주식 거래처럼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못하고 있다. 전자 계약만 제대로 돼도 정보의 정확성이 굉장히 올라간다. 그런데 전자 계약도 계약자 본인들이 신고 안하고 공인중개사들이 대신 해주는 제도다. 그러니까 굉장히 헛점이 많다. 여기서 전세 사기도 나오는 것이다. 전세 사기가 아파트는 거의 없고 빌라에서 주로 나오지 않나. 빌라나 일반 주택은 정보가 없으니까 전세 사기가 나오는 거다. 딱 정보의 차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스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어려운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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