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③] "서울 메가시티 만들면 지방 전멸"
[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③] "서울 메가시티 만들면 지방 전멸"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2.1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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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선 최악…서울, 모든 것 빨아들여"
"지방 도시 통합·확대는 생존·경쟁력 확보 위해 꼭 필요"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그가 있을 때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꽤 도전적이었다. 스마트홈 시장에 발을 들였고 CI를 새로 바꾸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직방의 미래를 책임질 가상오피스 '소마'도 세상에 나왔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그와 함께 일하며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폈다. 그가 직방에 영향을 미쳤든 직방이 그에게 영향을 줬든 어느 쪽이든 한국 프롭테크에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치인 출신 프롭테크 기업가에서 프롭테크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돌아온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전 대통령비서실 청년소통정책관)을 만나 프롭테크와 정치를 아우르는 '부동산'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서울 메가시티' 추진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최악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이 국토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지방 전멸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지방 도시의 통합과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낮은 지방 도시가 생존하려면 규모를 키우고 권역별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신아일보 본사에서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메가시티(megacity)'론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어떻게 보나?

"서울, 수도권 메가시티는 반대한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지방 소멸이 진행되고 있는데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면 지방 전멸이 된다. 심지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까지도 인구면에서 인천에 넘겨주니 마니 하고 있다. 서울이 부산도 빨아들이고 있다. 부산도 소멸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보면 최악의 정책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이 활성화 되고 재택근무가 활발해 통근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이 오면 단순히 인구 많고 규모가 큰 게 도시경쟁력의 주요 지표가 아니다. 오히려 '어디가 더 스마트하냐' 이런 문제기 때문에 차라리 서울은 그런 쪽으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에 반해 지방의 권역별 메가시티론은 꼭 필요하다. 자원을 집중해서 지방소멸을 막아야 한다."

Q 서울 메가시티 추진의 중심에 김포시가 있다. 이 사례만 놓고 본다면? 

"제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김포의 서울시 편입 무익론을 주장했다. 처음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그 정책을 내놓으니 깜짝 놀라기도 했고 어떻게 될지 몰라서 1주일동안 시간을 허비했다. 제는 지방의원을 해봤고 부동산도 경험해봤고 교통 시장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김포시가 서울시로 가면 모든 면에서 도움되는 게 없다는 것을 안다. 김포시민과 서울시민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 김포시민이 가장 바라는 교통 문제는 광역교통 문제에서 일개 자치구 교통민원으로 바뀌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김포시민의 권리와 혜택은 줄어들고 김포시는 세수 부족으로 더 가난해진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김포 편입으로 지출은 많아지고 인프라도 더 나눠야 한다. 서울시민에게도 이득이 없다."

김포시가 오는 15일 김포아트홀에서 서울시 편입 토론회를 연다. (자료=김포시 유튜브 채널)
김포시가 오는 15일 김포아트홀에서 서울시 편입 토론회를 연다. (자료=김포시)

Q 편입이 이뤄지면 서울에 직장을 둔 김포시민은 조금 더 편리하게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지 않나?

"김포-서울시 교통의 과밀화 문제가 이태원 참사 이후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고 이게 광역교통 문제기 때문에 주체가 경기도, 국토부, 서울시가 돼서 공동의 숙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김포시가 서울시로 들어가면 서울시의 26개 자치구 중 한 곳의 교통민원이 된다. 예를 들면 '강남 어디가 막힌다' 이런 거랑 똑같다. 그러니까 서울시 기준에서 보면 서울시 교통 문제, 도시철도 문제 등 우선 순위가 있을 거 아닌가. 김포시 교통 문제는 후순위가 된다.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됐다고 1번으로 빼준다? 천만 서울시민들 다 화나는 거다. 지금 사업성이 가장 높은 강남권 도시철도 문제도 돈이 없어서 돌아가거나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그런데 김포시 문제가 서울시가 온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뀐다면 얼마나 더 오래 걸리겠나. 서울시가 돈이 없어서 내년도 예산이 몇 년 만에 줄었다. 교통 분야에서 예산을 가장 많이 줄였다. 그러니까 더 어려워지는 거다."

Q 지방 메가시티는 왜 필요한가?

"지역의 메가시티론은 서울에 대항해 조금 더 숙성해서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지방은 인프라 측면에서 너무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역은 진짜로 뭉쳐야 한다. 뭉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지역이 특히나 걱정하는 게 젊은 20·30 청년 인구가 다 서울, 수도권으로 간다는 거다. 그래서 청년 인구가 부족해 고민이다. 어느 지역은 전입신고를 하면 우리 지역으로 온 것 만도 감사해서 축하금을 준다. 그만큼 지방이 어렵다. 지역을 크게 묶어서 행정과 도시 권한, 예산을 더 주고 안에서 인프라를 더 키워서 크게 가는 거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론의 핵심 중 하나가 지하철로 다 묶는 거다. 하나의 도심권으로 만드는 거다. 예를 들면 지역에서도 도심은 조금 더 발전시키고 주변부는 관광자원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부산시 인구 추이(단위:명). (자료=부산시)
부산시 인구 추이(단위:명). (자료=부산시)

cdh4508@shinailbo.co.kr